국감에 대처하는 상임위원장의 자세
[더팩트ㅣ국회=임현경 인턴기자] 국회 국정감사를 맞은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당 의원들의 편을 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 위원장의 중심 잡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임위원장은 의원들의 발언 기회·시간을 조정하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질 때면 중재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업무를 소화한다. '극한 직업'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상임위원장은 그만큼 많은 권력을 쥐고 있다.
소관 상임위에 배속된 법안은 수정 가결 과정에서 상임위원장의 명의가 된다. 해당 법안은 본회의 상정 시 다른 법안보다 먼저 표결된다. 법률안 심사, 예·결산안의 예비심사 과정 등 위원들의 합의 끝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 역시 위원장의 몫이다.
상임위원장은 그들이 가진 권한만큼 수고해야 하는 셈이다. 평소 상임위 회의는 물론, 사회 각계가 주목하고 있는 국감에서 라면 더더욱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팩트>는 각 상임위 위원장이 국감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위원장'의 무게를 얼마나 잘 지탱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 '면전 고발'당한 민병두…국회 밖 법정싸움 예고
민병두(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면전에서 소속 의원에게 고발당한 데 이어 법정 싸움을 피할수 없게 됐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종석·김선동·김성원·김진태·성일종·주호영 정무위원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병두 정무위원장을 제3자뇌물수수·업무방해·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할 계획"이라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실상 민 위원장의 부탁을 받고 노 전문관을 채용했다는 게 골자다. 이는 앞서 11일 김진태 의원이 최 위원장에 질문하던 도중 민 의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면전 고발'한 사항이기도 하다.
해당 의원들은 "민병두 의원실 5급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노태석이 2018년 2월 금융위원회 4급 정책전문관으로 특채된 사실이 밝혀졌다"며 "노 전문관의 교수·연구원 경력은 국회사무처에 겸직신고를 받지 않았고, 논문 2건은 표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 의원은 정무위원장 자격이 없으므로 당장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며 "당사자가 위원장으로 회의를 주재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국정감사법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자회견으로 인해 정무위 여야 간 첨예한 갈등이 불거졌고, 이날 국감은 오후 2시경 20분, 오후 4시경 1시간 이상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민 위원장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 반박했다. 민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는 어제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기됐던 노모 금융위원회 정책전문관의 채용과 관련하여 일체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김진태 의원이 위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 않을 경우, 무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맞불 방침을 강조했다. 또, "헌법이 부여한 국정감사를 정쟁의 장으로 오염시키려는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소속당으로 굽는 팔? 의원들 항의에 '버럭'한 여상규
여상규(자유한국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불같이 화를 내는 유형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 10일 오후 9시경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한국당 의원과 함께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김 의원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게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 검증을 담당한 김영훈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을 불러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안 처장이 "바로 나오기 어렵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어떻게 바로 즉답으로 '나오기 힘들다'고 하냐" 말했다. 안 차장은 "검토했다"고 맞받아쳤고, 김 의원은 "검토를 몇 초 한 것이냐, 이게 그렇게 숨길 일이냐"고 따져물었다.
안 처장이 "법률에 근거한 규칙이 있다"고 응수하자, 여 위원장이 "뭐가 법률에 근거하는 규칙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 위원장은 "법률에 근거하더라도 규칙이 법률의 가치를 넘을 수 없다. 너무 얽매여서 일을 하시면 어떻게 됩니까"라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여당 의원들이 "그렇게 진행하시면 안 된다"며 그를 제지했지만, 여 위원장은 "진행하기 위해서 이러는 것 아니겠느냐. 가만히 계시라"며 역정을 냈다.
여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박 의원이 "위원장이 사회만 보면 되지, 당신이 무슨 판사냐"며 그의 진행 방식을 문제삼자, 여 위원장은 '당신'이라는 호칭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박 의원이 "당신이지, 그럼 우리 형님이냐"고 말을 보태자 여 위원장은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말이야"라며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누가 우리 의원 기죽였어?" 이찬열·황주홍, 칭찬은 의원도 춤추게 한다
소속 의원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기를 세워주고 원활한 회의 진행을 꾀하는 위원장들도 있다. 이찬열(바른미래당)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열린 교육위 국감에서 의원들을 다독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어제 우리 국감에 대해 소란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교육위는 앞서 11일 국정감사에서 유은헤 교육부장관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유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퇴장했으며, 다시 입장한 뒤에도 유 장관에게 질문하기를 거부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언론들이 '반쪽짜리 국감', '파행 빚은 국감'이라 표현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협조에 의해서 원만하게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또, "여의치 마시고 다시 한번 힘내서 국감을 부탁드린다"며 의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푹신한 주홍색 쿠션을 등에 받치고 늘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황주홍(민주평화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도 '칭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여야 상관없이 모든 의원이 질문할 때마다 극찬하는 '칭찬왕'이다.
황 위원장은 지난 10일부터 진행된 모든 국정감사에서 "아주 훌륭한 질문이었다", "정말 잘하셨다", "날카로운 질문 감사하다" 등의 칭찬을 쏟고 있다. 그의 노력 덕인지 농식품해수위는 비교적 온화한 분위기로, 여야 의원들의 큰 충돌이나 파행없이 감사를 이어온 상태다.
황 위원장은 '폭풍 칭찬'을 거듭하다 깜짝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황 위원장은 지난 11일 오영훈 민주당 의원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질답을 마치자, "훌륭한 질문이었습니다, 오영춘 의원님"이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 의원의 이름과 김 장관의 이름을 헷갈렸던 것. 황 위원장은 "아,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오영훈 의원님"이라며 사과와 함께 존경의 뜻까지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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