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스타'로 떠오른 의원들의 현주소
[더팩트ㅣ국회=임현경 인턴기자] '슈가맨을 찾아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가수를 일컫는 말로, 영화 <서칭 포 슈가맨>에서 비롯됐다. 정치권에도 '찾아야 할' 슈가맨이 있다. 국정감사 때 '반짝' 스타로 떠올랐지만, 이젠 관심 밖으로 사라진 국회의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많던 '국감 스타'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2차 창작물이 넘쳐나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일상에서까지 유행처럼 퍼졌던 그들이지만, 정작 이후의 '의정활동'에는 큰 관심이 모이지 않았다. 2018년 국정감사를 맞아, <더팩트>는 과거 국감에서 인기를 얻었던 의원들이 이후 '의원으로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돌아보고 현주소를 살펴봤다. (본회의·상임위원회 출석률은 2018년 9월 20일 기준)
◆ 김경진- '쓰까 요정'은 어디로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2016년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강하게 추궁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법연수원 21기인 김 의원은 19기 선배인 우 전 수석에게, 검사 재임 시절 피고인을 취조하듯 "식사는 하셨습니까"라 말하며 질문을 시작했다.
우 전 수석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지만, 김 의원은 굴하지 않고 "최순실이 (압수수색을) 어떻게 알았을까, 대통령이 알려줬을까, 누가 알려줬을까" 등의 말로 우 수석의 심기를 건드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검사들이 잡범을 대하는 방식'이라 추측했지만 김 의원은 추후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해당 청문회 이후 '~을까'의 사투리 발음인 '쓰까 요정'이라는 애칭과 함께 높은 인기를 얻었다. '국정감사 스타', '청문회서 눈에 띄는 의원' 등 각종 설문조사에서 1위에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기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 달 뒤 광주에서 열린 한 토크콘서트에서 청문회 당시 조 전 장관이 울며 호소했던 일화를 전하며 "예쁜 여동생 같은 장관이 울고불고하니 좀 난감했던 것 같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다음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잘못했다. 더 세게 사과하라면 그렇게 하겠다"며 "기사와 인터넷 댓글을 보니 예쁜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평화당 창당 초기 당 대표로 거론되기까지 했던 김 의원은 최근 잠행으로 인한 탈당설에 휘말렸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별다른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뒤 당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주장을 내놨다.
당내 활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 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81%,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출석률은 88.9%이다. 그가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은 총 50건으로, 이 가운데 수정가결 2건·대안반영폐기 4건을 제외한 44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른 의원들에 비해 출석률이나 법안 통과율이 높은 편은 아니나, 상임위 관련 법안을 꾸준히 발의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모습 등은 높이 살만하다.
◆ 손혜원- 똑소리 나는 문화 사랑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구본능 당시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와 설전을 벌인 끝에 사임 의사를 받아냈다. 손 의원은 양해영 KBO 사무총장의 입찰·채용·공인구 비리 의혹 등을 지적하며 "김기춘, 김종과 관련 있는 사람에게 또다시 임기를 연장에 중책을 맡긴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손 의원은 "대한야구협회를 정리할 사람은 양 총장밖에 없다"고 답한 구 총재를 향해 "그렇게 보신다면 총재님이 무능하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손 의원은 "총재님이 이렇게 하니까 밑에서 싹이 자라는 것"이라며 "총재님이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는데 양 총장에게 현혹돼 좌지우지 당하시는 것이 보기 답답하다"며 그를 몰아붙였다. 이에 구 총재는 "그렇지 않아도 관둘 것이다. 감사하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손 의원은 이외에도 문화재청 자문위원이 특정 업체를 두둔하며 문화재 훼손과 복원을 반복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부패를 사슬을 고발하고, 지류 전문가 부재를 지적하는 등 문화재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난 4일 열렸던 국회 대정부질문까지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는 지역 관광 산업 개발을 위한 관계 부처의 노력 및 무형 문화재 보유자들을 위한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손 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97%,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출석률은 100%에 달한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손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28개로 다소 적지만, 원안가결 3건·수정가결 1건·대안반영폐기 8건 등 법안 통과 또는 반영률이 높은 편이다. 발의 법안 대부분이 문화재보호법,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 소속 상임위와 연계성 높은 법안이라는 사실도 눈에 띈다.
◆ 심상정- 속 시원한 '사자후', 그 이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사자후'를 토해내며 국민들의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히 뚫어주는, 대표적인 국감 스타 의원이다. 심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저가 생리대 꼼수, △다스 비자금 공개 △우리은행 채용 비리, △K뱅크 특혜 논란, △은행 2등 정규직(여성) 문제, △CJ·삼성SDI·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 등 산적한 비리와 민생 문제를 밝혀냈다.
심 의원의 20대 국회 본회의 출석률은 76%,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출석률은 83.3%이다. 그는 여타 의원들보다 본회의 출석률이 낮다. 물론 앞서 본회의에 참석해서도 스마트폰으로 게임과 SNS를 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를 보인 의원들이 있기에, 출석 자체만으로 의정활동의 성실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정 전반에 관해 토론하고 국회 의사를 최종 결정하는 본회의 출석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대변인으로서 각종 정책과 법안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데에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 심 의원의 20대 국회 대표발의 법안은 총 31건으로, 대안반영페기 1건을 제외한 30건이 계류 상태에 있다.
심 의원은 매년 국감마다 압도적으로 활약하지만, 평소 의정활동에 있어서 감사 때만큼의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는 지난 8월 23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지금 야당들이 '기승전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안 하거나 좀 적게 했으면 경제가 싹 풀리느냐. 무리한 주장이다. 장관으로서 그렇게 곁을 주고 갈팡질팡하면 이런 주장이 강화된다"고 말해 지난해 국감의 통쾌함을 떠올리게 했다.
"경제민주화 조치가 뒷받침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후유증이 드러나는 것이다. '하도급법, 상가임대차보호법 국회에서 왜 통과 안 해주느냐', '야당들이 발목 잡고 있다' 왜 얘기 못 하느냐"던 심 의원의 호통처럼, 그가 '발목 잡지 않는 야당'을 위해 더욱 애써주기를 기대해본다.
◆ 이동섭- 게임 산업 지키는 '게통령'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지난해 10월 국민의당 소속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황금 프라이팬'을 들어 올려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의원은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인기 아이템이자 해당 게임 대회 상패이기도 한 프라이팬을 통해 게임 산업 지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게임 개발사가 만든 '배틀그라운드'가 출시 6개월 만에 1200만 장 판매와 동시접속자 수 199만 명을 돌파한 것은 게임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며 "제2, 제3의 신화가 쓰일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게임계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게임과 e스포츠 진흥에 힘쓰며 관련 법안을 마련해왔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76개(대안반영폐기 15건·원안가결 2건·철회 1건) 대부분이 게임산업 또는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특히 불법 핵이나 사설 서버, 대리게임 사업자 처벌법은 해당 문제들이 게임 문화를 해치는 주범으로 꼽혀온 만큼 게임계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그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국회의원태권도연맹이 국회사무처의 규정을 어긴 채 1억 원 이상을 지원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MBC 'PD수첩' 보도에 따르면, 국회 내 단체에 대한 보조금은 규정상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지 3년이 지난 법인을 대상으로 그간 실적을 평가해 선별해 지급한다. 하지만 작년 국회 심의과정에서 6개월밖에 안 된 국회의원태권도연맹에 1억 원이 넘는 예산이 책정됐다.
한편, 이 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97%, 상임위 문화체육관광위 출석률은 100%다.
◆ 이은재- 고성 끊이지 않는 이슈 메이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6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교육감에게 "MS오피스를 왜 MS에서 일괄구매하느냐"고 물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의원은 교육청의 일괄 구매 과정에서 수의계약 의혹을 제기했고, 조 교육감은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다른 회사가 없지 않느냐"며 "교육청의 일괄구매로 29억 원을 절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조 교육감의 대답에 분노하며 "이 자리가 어느 자리인데 거짓 증언을 하느냐", "교육감 자질이 안 된다" 등 고성을 질렀다.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사퇴하라"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고, 이를 지켜보던 손혜원 의원이 "닥치세요"라고 말하며 그를 말렸다.
이 의원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교문위 전체 회의에서 당시 김상곤 사회부총리에게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던지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에게 제지당했다. 이에 이 의원은 "왜 자꾸만 깽판을 놓느냐, 왜 겐세이(견제) 하느냐"고 반발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교육을 위한 상임위 소속 의원이 '견제'를 일본식으로 속되게 이르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후 6월 이 의원은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이자 심사위원으로서 '올케'를 공천한 것으로 알려져 당규 위반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친동생이 아닌 이복동생의 부인이며 인척이기 이전에 우리 시당에서 계속 봉사활동을 해온 여성"이라 해명한 바 있다.
이 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89%로, 상임위 출석률은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보위원회가 각각 80%, 66.7%, 100%를 기록했다. 그가 20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19건(폐기 1건·계류 18건)으로, 다른 의원들보다 현저히 적은 수치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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