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보수대통합에 분열 일으키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 있어"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전원책 변호사가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 외부위원으로 등판하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 여러 비판을 받는 홍준표 전 대표의 운명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한국당은 '십고초려'의 설득 끝에 전 변호사 영입을 사실상 확정했다. 전 변호사는 처음엔 고사했으나 '전권을 주겠다'고까지 약속하는 한국당의 거듭된 설득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전 변호사는 며칠 내로 한국당에 합류할 예정이다.
조강특위의 주 임무는 당협위원장 '물갈이'다. 한국당은 이번에 기존 당협위원장들을 일괄 사퇴시켰고, 모든 자리를 새롭게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당협위원장직은 통상적으로 총선에 나갈 후보 1순위라 할 수 있다. 2020년 열리는 총선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더욱더 시기적으로 중대하다고 볼 수 있다.
전 변호사는 JTBC '썰전', TV조선 '강적들' 등의 TV프로그램을 통해 보수 성향 지식인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썰전에서 보수를 대표해 진보를 대표하는 유시민 작가와 주거니 받거니 여러 정치 현안들에 대해 토론을 벌이며 주목받았다.
전 변호사는 정치 성향에 있어 철저한 보수주의자이나, 한국당 등 보수 진영의 잘못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는 여러 자리에서 대선 후보, 당 대표였던 홍 전 대표에 대해서도 냉정한 비판을 쏟아 낸 바 있다.
지난 19대 대선 홍준표 후보의 '돼지발정제 논란'이 커지자 전 변호사는 "이것은 중대한 범죄에 연관된 것이다. 범죄를 모의한 것"이라며 "(성폭행 모의를) 당시 또래 아이들의 낭만으로 생각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선 패배 직후엔 홍 후보에 대해 "전략을 잘못 짰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또, "홍 후보처럼 대선에서 한 번 패배한 사람들이 다시 정치판에서 열심히만 하면 다음 선거에서 50%는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자기들의 전문 직역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홍 후보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라"고 정치권 복귀에 대해서도 따끔히 충고했다.
올해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서도 전 변호사는 "결정적인 것은 홍 전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를 향해 강성 발언을 이어왔던 전 변호사가 한국당 인적 쇄신의 칼자루를 쥔다는 것은 홍 전 대표에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나 잠시 미국으로 떠났던 홍 전 대표는 지난달 귀국하면서 "함께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며 당권 재도전, 총선 출마 등 정계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전 대표가 성공적으로 정계 복귀를 하기 위해선 비상대책위원회의 이번 인적 쇄신 과정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일 홍 전 대표가 직접 총선 출마를 계획한다면 이번에 당협위원장직을 신청할 수도 있고, 넓게 봐선 자신의 측근들(親 홍준표계)의 위치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전 변호사를 비롯한 조강특위의 손에 달린 것이다.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 합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중앙일보'엔 "(홍 전 대표는)공당의 대선후보로 2위까지 하면서 정치적 내공이 굉장히 깊어졌다"면서도 "다만 본인이 지금 보수 대통합에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닌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닉슨도, 레이건도 국민이 부를 때에야 다시 정치에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정계 복귀를 하기엔 때가 아니다'라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일각에선 두 사람의 친분이 깊기 때문에 결국, 전 변호사가 홍 전 대표를 위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전 변호사와 홍 전 대표는 사석에선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이를 인식한 듯 한 언론에 "지금 제가 '홍준표는 안 된다, 김무성은 안 된다' 이런 말은 함부로 하면 어찌 되겠느냐"면서도 "홍 전 대표, 김무성 전 대표와 개인적으로 친하지만, 친소관계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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