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위기에 빠진 보수를 구할 '구원투수'될까?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보수가 큰 고민에 빠졌다. 마땅히 부각되는 차기 주자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초면 여야 중 유일하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를 개최해 차기 대표를 선출해야 된다. 가뜩이나 직전 보수 정권의 실패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등으로 인해 정국 주도권을 내준 상태인 보수엔 '초비상' 상태인 셈이다. 과연 누가 위기의 보수를 이끌게 될까. <더팩트>는 자천타천 유력 보수 주자로 거론되는 5인을 비교해봤다.
◆황교안, 최강의 '스펙'… '박근혜 충신' 색깔 지우는 것이 관건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조사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범보수 진영에서 11.9%를 얻으며 2위를 차지했다. (27~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2507명,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하 동일) 몸담았던 정권의 '몰락'과 은퇴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때맞춰 그는 지난 7일 수필집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공식석상에 나왔다. 당시 그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들에 대해 "많은 의견을 듣고 있다"며 중앙정치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 출신인 황 전 총리는 대검찰청 공안과장과 서울지검 공안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 공안검사다.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엔 문재인 정권 탄생 직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보수 지지층이 그를 선호하는 이유는 최상의 '스펙'과 지적이고 점잖은 이미지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보수가 원하던 이미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다만, 황 전 총리에겐 '박근혜 정권 충신'이란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어 보수층이라 할지라도 거부감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그가 법무부장관, 총리 시절 개입한 것으로 추측되는 의혹들도 여럿 있다. 이러한 점들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정치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인 지금 당장은 부각되지 않을지라도 결국엔 상대 진영에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김무성, 경험 많은 '올드보이' … 계파 갈등 넘어야
한 때 보수의 강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기도 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정치적 이력이 탄탄하다. 김영삼(YS)계로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 민정수석, 내무부 차관, 한나라당 사무총장, 최고위원,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대표 등 웬만한 직책은 다 맡아봤다. 그만큼 경험이 탄탄하다. 또 결단력과 리더십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그는 보수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일어난 '옥새 파동'은 그 대표적 사례다. 비박(非 박근혜)계로 돌아선 뒤로 그는 끊임없는 계파 싸움에 휘말렸고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고향으로 다시 복당했으나 여전히 상대 계파에선 그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김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김 전 대표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김 전 대표는 최근 각종 세미나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면서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홍준표, 朴탄핵 직후 대선서 24% 득표 '저력'… 굳어진 '막말' 이미지 어쩔꼬
홍준표 전 대표는 직전 대선 후보이자 당대표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지난 대선에서 24.03%를 득표하는 '저력'을 보였다. 결론적으론 참패였지만 당시 보수에 대한 국민 신뢰가 워낙 바닥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어에 성공했단 평가도 나왔다.
지방선거 참패 등 몇 번의 실패에도 계속해서 홍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남다른 '투쟁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수위 높은 공세와 솔직함으로 핵심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는다. 다만 이는 그의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홍 전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막말러'(막말하는 사람)로 꼽힌다. 대선 후보, 대표 시절 당내 지지층도 많았지만 반대파도 상당했다. 국민들로부터도 '막말'을 자주 했던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
대표직 사퇴 이후 휴식차 미국으로 떠났던 홍 전 대표는 지난 15일 귀국했다. 그는 "함께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며 정계 복귀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병준, '지피지기(知彼知己)'… 얕은 당내 기반이 문제
현재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수장인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떠오르는 범보수 주자다. 그는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차기 보수진영에서 전당대회, 대선 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 정책자문단장을 맡았고, 이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내며 노 전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불렸다. 원래는 진보진영의 핵심 인사였던 셈이다.
그의 이러한 이력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장점으로는 그가 '적'을 가장 잘 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사례를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자신의 경험을 '무기'로 사용하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반면 이는 '당내 기반이 없다'는 치명적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 그가 최근 당을 수습하기 위해 취하는 여러 모션들마다 당내 계파에 상관없이 불만이 포착되기도 했다.
◆유승민, 중도 확장력이 강점… 핵심 보수로부턴 '외면'
현재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는 유승민 전 대표는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범보수 진영에서 13.5%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바른미래당의 침체에도 그에게 기대가 쏠리는 것은 '중도 확장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 전 대표는 자칭 '개혁보수'로 합리적인 보수의 모습을 거듭 강조해왔다. 안보에선 보수, 경제에선 진보적인 성향이 특징이다. 이러한 그의 정치 성향은 중도층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바른정당-바른미래당을 거치며 보여준 의리와 지조도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점잖고 신중한 이미지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이제 정치권에선 유 전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한 바른미래당이 정체성에서 상호 간에 지속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있고 시너지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 보수에 대한 그의 지조는 핵심 보수층으로부턴 외면당하는 원인이 되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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