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돼지도 웃겠다" 비판한 '바이오중유' 과거 보수 진영서 시작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조련이 잘못된 것일까. 배현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의 "돼지도 웃겠다"던 논평은 결국 헛발질이 되고 말았다. 자당을 '셀프저격'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제가 '들개' 조련사로서 배현진 전 아나운서를 조련시켜 가능성을 보겠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3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한국당에 막 입당했던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에 대해 내놓은 발언이다. 김 원내대표는 평소 자신을 '들개'로 지칭해왔고, 이는 여당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역할을 하겠단 뜻으로 풀이됐다.
이러한 김 원내대표의 조련으로 배 대변인 역시 완전한 '들개'로 거듭난 것일까. 최근 배 대변인의 수위 높은 논평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배 대변인은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돼지들도 우려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논평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담긴 '삼겹살 기름(바이오중유)도 앞으로 석유대신 발전 연료로 쓰일 수 있다'는 내용을 비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배 대변인은 "원전을 포기한 정부가 급기야 삼겹살 구워 전기 쓰자고 한다. 지나가던 돼지도 웃겠다"며 다소 자극적인 문구로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이어 "전력 예비율과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더니, 이제 삼겹살 기름까지 써야 하는 상황은 아닌지"라며 "바이오중유를 이용한 발전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총발전량의 고작 4.4%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과 1년여 전에는 삼겹살 구이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지 않았느냐. 우선 시급한 일은 블랙아웃 걱정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안정된 전력 수급 대책이다. 올겨울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다면 전력 수요 폭등은 자명한데 정부는 무얼 하냐"며 "정부는 하루빨리 탈원전 정책을 접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관심은 곧 배 대변인의 논평으로 쏠렸다. 원조 '들개' 김 원내대표가 평소 잘하는 강도 높은 표현과 매서운 공격이 배 대변인의 논평에 그대로 담겼기 때문이다.
논평은 곧 '부메랑'이 됐다. 배 대변인이 비판한 바이오중유 발전 사업이 과거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를 향했던 공격이 '셀프저격'이 돼 돌아온 셈이다. 여러 언론들은 배 대변인의 논평을 '팩트체크'했고 내용 중 대부분이 팩트와 맞지 않다고 보도했다.
황인하 한국석유관리원 석유기술연구소 팀장도 11일 배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배 대변인이) 과거의 스토리, 흐름에 대해 잘 모르고 말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황 팀장은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돼지기름은 원료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돼지기름 하나에 포커스를 맞춰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고 하는 건 다소 비약적인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황 팀장은 또 "사실 이것(바이오중유 발전 사업)은 현 정부하고는 시작과 관계가 없다. 공식적으로 논의된 건 지난 2012년 예전 한국당(새누리당)의 이강후 의원실에서 시범사업을 하자고 해서 시작한 것"이라며 "2014년(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시범보급 고시를 만들어 시작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도 배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사실 확인 없는 비난을 위한 비난은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뿐"이라며 "공당으로서 기본적 사실 확인조차 생략한 채 오직 문재인 정부 비난에만 몰두하는 야당의 모습은 애처롭다"고 했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돼지는 한국당을 보고 웃는다"며 "배 대변인은 돼지가 누굴 보고 웃고 있는지 눈을 씻고 다시 보는 게 좋겠다"고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배 대변인을 조련하겠다고 나섰던 김 원내대표도 최근 자신의 발언으로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다"며 "과감한 정책전환으로 출산장려금 2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은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등 여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심지어 한국당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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