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유 후보자가 지명되자 야권이 집단 반발했다. 이들은 유 후보자의 전문성 결여, 아들의 병역 사항, 피감기관 빌딩 입주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더팩트>는 유 후보자를 둘러싼 세 가지 지적사항을 총 3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검증 회피 악용 우려…정보 주체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아들이 부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공직자로서 송구스럽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난 4일 아들 장모(21) 씨의 병역 면제와 관련해 의혹이 일자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고의적 또는 불법적 병역기피 행위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유 후보자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은 질환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유 후보자의 아들 장 씨의 병역면제와 의혹제기는 정당화될 수 있을까.
유 후보자의 아들 장 씨는 앞서 2016년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불안정성 대관절'로 5등급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았다. 2016년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질병으로 군 면제를 받은 고위공직자(4급 이상) 직계비속 726명 중 50명이 불안정성 대관절 질환자였다. 신체등위 5·6급자의 질병 1순위다. 이에 야권에서는 해당 질병을 병역 면탈에 의도적으로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 측은 장 씨의 병역판정 신체검사 결과와 함께 수술 기록까지 공개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유 후보자 측에 따르면 장 씨는 만 14세때 유도 연습을 하다 우측 무릎관절 전방 십자인대를 다쳐 약 열흘 뒤 재건 수술을 받았다. 그는 또 만 17세였던 2014년 학교에서 축구를 하던 중 같은 부위가 재파열돼 2차 재건 수술을 받아야 했다.
◆ 불안정성 대관절, 고위공직자 2세에 유행하는 전염병?
불안정성 대관절은 지난 10년 간 질병으로 인한 군 면제 사유 1위로 꼽혀왔다. 2009년 병무청이 김영우 한국당(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2009년 불안전성 대관절로 병역 의무가 면제된 병역의무자는 2753명에 달해 같은 기간 질환별 병역면제 사유 중 가장 많았다.
당시 김 의원은 "불안정성 대관절은 완치율이 80∼90%에 이른다"며 "병역면제나 보충역 판정을 받은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이 치료를 받은 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런 질환이 병역면제 판정 질환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축구 국가대표 이동국 선수도 치료 후 상무에서 군 복무를 정상적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깨 탈구나 불안정성 대관절 같은 질환은 진단서만 제출하면 손쉽게 병역면제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면제 처분 이후에도 진료기록을 추적하는 등 사후관리가 필요하지만 병무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진료기록부를 조회하지 못해 사후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허술한 관리 체계를 문제삼았다.
2015년에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차남을 비롯 현직 장관급 고위공무원 아들 5명도 같은 질병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불안정성 대관절이 병역 대상인 고위공직자 2세 사이에서만 유행하는 전염병이냐'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유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불안정성 대관절은 병역판정검사규정(병무청 훈령)에 따라 2010년 2월부터 중점관리질환으로 분류돼 병역 감면 목적이 의심되는 경우 대상자로부터 경위서를 제출하게 하고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하는 등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며 "병역기피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불안정성 대관절 중에서도 군 면제 사유로 꼽히는 부위는 어깨와 무릎이다. 어깨는 탈구가 재발되지 않는다면 병역 면제 대상이 아니다. 과거에는 수술 이력이 있으면 면제 대상이었지만 군 면제를 위해 일부러 인대를 늘어나게 한 뒤 '탈구가 있는 것처럼' 눈속임해 수술 받은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돼 기준이 엄격해졌다.
무릎의 경우 인대 파열이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봉합 수술 등 가벼운 수술을 받았다면 대부분 3급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십자인대 파열로 재건술을 받은 사람은 수술 결과에 상관없이 신체등위 5급에 해당한다. 스포츠, 춤 등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더라도 병무를 수행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불안정성 대관절의 완치율이 90%에 가깝다는 통계는 가벼운 어깨 탈구나 부분파열 등을 통틀어 발생한 결과"라며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돼 재건술을 받은 환자의 완치율은 그렇게 높지 않으며 완치와 병무적 판단은 별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수술 기록 자체는 정당한 면제 사유지만 허위로 기록했거나 면제 사유를 만들기 위해 고의적으로 수술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엄밀하게 말하면 수술할 정도의 파열은 아닌데 환자가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며 수술을 희망하면 의사로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객관적 기록을 근거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환자 의견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교수는 유 후보자의 아들 장 씨에 대해 "재건수술을 두 차례 받을 정도라면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규정상 군 면제가 당연하다"고 봤다. 또 장 씨가 청소년기에 수술을 받은 만큼 군 면제를 위해 불필요한 수술을 강행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성장기 청소년의 십자인대 재건술은 더욱 조심스럽다. 성장판을 건드리지 않은 수술 방법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결과가 불리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며 성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다가 수술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 의료기록은 민감한 개인 정보…환자 향한 사회 시선 우려
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권은 '송곳 검증'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송곳 검증' 명목으로 공직자 본인도 아닌 가족의 개인 의료기록을 제3자가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은 당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의료기록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개인정보다. 특히 사회적 편견이 심한 질병은 공개 후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유 후보자는 아들 장 씨의 수술 기록 공개 이후에도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자 "비가 오면 무릎이 쑤시고 오래 서 있을 때 약간의 통증을 느낀다"며 일상생활에서 겪는 애로를 토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해 5월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 측에서 아들의 질병상 군 면제를 문제삼자 서글픈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아들은 2002년 어깨 부위 불안정성 대관절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 총리는 "아들이 입대를 희망해 재신검을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이듬해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돼 목숨을 건 뇌수술을 하게 됐다"며 "부실한 자식을 둔 부모 심정을 헤아려 달라. 자식 몸이 이렇다는 게 애비로서 아프다. 전신 마취를 7번 받았다"고 호소했다.
경대수 한국당 의원은 이 총리 후보자에게 병역 관련 질문을 했다가 아들이 미공개 질병으로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대수 의원은 이후 "군 면제 사유는 간질"이라며 "늘 재발될 위험이 있어 마음을 졸이는 중"이라 밝혔다. 그는 "해당 질병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간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며 "아들이 다른 사회인들이랑 똑같이 살아가길 원했다"고 털어놨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 역시 과거 장남의 병역 면제 사유를 밝히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그는 2004년 총선 출마 당시 불거진 병역 면탈 의혹에 "아들 신상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며 병명을 함구했다. 그러나 다음 해 김 의원이 교육부총리가 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결국, 김 의원은 "전교 수석을 하던 아이가 고교 입시에 낙방하며 스트레스성 장애(정신 질환)를 겪기 시작했다"는 개인사를 공개했다.
유 후보자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과 개인 의료기록 공개와 관련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검증 회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1항에 따라 정보 주체 동의를 받지 않으면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없다. 의료 기록과 같은 민감한 정보일수록 정보 주체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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