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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주간政談] '작정한 분노유발자?', 스스로도 웃긴 김성태의 'PT'

  • 정치 | 2018-09-08 00:01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다양한 자료를 활용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연설 도중 국회 본회의장 대형스크린에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 동영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뒤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석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다양한 자료를 활용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연설 도중 국회 본회의장 대형스크린에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 동영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뒤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석 기자

정치 1번지 여의도 국회에도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국회는 지난 3일부터 정기국회를 열고 100일간의 일정에 돌입,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연설한 지난 5일엔 여야 간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같은 날 국회 사랑재에선 문희상 국회의장과 '올드보이'들이 만났습니다. 1966년생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한참 막내가 된 웃지 못할 자리였습니다. 특히 지난 2일 취임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그야말로 전쟁 같은 한 주를 보낸 듯합니다. 그런데 손 대표의 잦은 '말실수'에 눈길이 갑니다. 정말 실수였을까요?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다 모인 '올드보이'…그들의 오찬이 어색했던 이유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정기국회가 열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정기국회인데, 작년엔 정권교체 직후였기에 별다른 이슈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야당에서 칼을 갈고 덤벼들 것으로 보여 여야 간의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기국회 개회와 함께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도 있었습니다. 특히 5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준비해 주목받았습니다. 문제는 김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에 의원들은 물론, 견학을 온 학생들도 실소했다는 점입니다. 먼저 정기국회의 시작을 알린 교섭단체 대표연설 현장부터 얘기해보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으나 비판 기조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자신이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김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으나 비판 기조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자신이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김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시각 자료까지 활용했지만… '웃음거리' 된 김성태 원내대표 연설

-이번 주 여야 교섭단체대표연설이 있었습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화제가 됐죠. 어땠나요.

-우선 김 원내대표의 연설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강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 내용이 문재인 정부와 여권을 향한 비판으로 채워졌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 원내대표가 다른 당의 대표들과는 다르게 '시각 자료'를 활용했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앞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로 가는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의 사진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마치 'PT'(프레젠테이션)를 하는 것 같군요. 여권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면서요?

-네, 김 원내대표가 어떤 말을 할 때마다 여권에선 '픽', '헛'하고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내용 자체가 조금은 억지스럽고, 또 오버스러운 부분도 많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여야 상설 협의체 가동과 별도로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가칭 '붉은 깃발 뽑기 비상경제협치회의'를 제안한다"고 하자 '하하하'하고 큰 웃음이 여당석에서 나왔습니다. 한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근데 더 웃긴 것은 김 원내대표도 스스로 웃겼는지 웃음을 참더라고요. 해당 부분을 일부러 몇 번 더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김 원내대표가 조금 코믹한 이미지이긴 한 것 같습니다. 자신도 그것을 좀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고요. 근데 여야 간에 싸움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연설 후반 김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어떻게 블루하우스(청와대) 스피커를 자처하냐"고 하자 여권에서 크게 반발하며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고성과 욕설이 꽤 긴 시간 오갔는데, 당일 본회의장 방청석엔 어린 학생들이 앉아 있어서 참 민망했습니다. 어른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반응이 핫하고 좋다'고 흡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 원내대표와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연설을 놓고 SNS에서 설전을 벌였다죠.

-네, 정세균 전 의장이 김 원내대표를 강하게 꾸짖기도 했습니다. 정 의원은 SNS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인지 저잣거리에서 토해내는 울분에 찬 성토인지 무척 혼란스럽다"고 했습니다. 이에 김 원내대표도 "지적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아픈 소리 좀 했기로서니 전직 의장까지 나서는 모습은 아닌 거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전·현직 국회의장과 동시에 각을 세운 김 원내대표의 연설이 여러 의미로 '파격적'이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국회 사랑재에서 5당 당 대표와 만나 오찬을 하며 간담회를 했다. 지난 5일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왼쪽부터).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국회 사랑재에서 5당 당 대표와 만나 오찬을 하며 간담회를 했다. 지난 5일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왼쪽부터). /뉴시스

◆한 곳에 모인 '올드보이'들…어색했던 식탁

-5당 원내대표와 문희상 국회의장 오찬이 국회 사랑재에서 열렸다죠? 이정미 정의당 대표만 빼고는 모두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언론에 주목받기도 했는데, 이번이 첫 모임이었죠.

-네. 그렇습니다. 드디어 "올드보이 퍼즐이 완성됐다"라고 말한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까지 포함해서 문희상 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모두 노무현 정부 당시 여권 쪽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한 국회 정치권 관계자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3당의 '올드보이'들의 관계를 '애증(愛憎)의 관계'라고 말합니다. 먼저, 이들은 대통합민주신당 당시 대권을 놓고 경쟁했었습니다. 그중에는 한명숙 전 총리와, 현재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유시민 전 장관도 같이 있었습니다. 결국, 정동영 대표가 당시 대선후보가 됐지만, 본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점에서 '애증(愛憎) 관계'라고 말하던가요? 대통합민주신당은 2008년 대선 패배 이후 새 대표로 새누리당 출신 손학규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했는데요, 이해찬 총리는 정체성을 문제를 거론하며 탈당하기도 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의 관계는 좀 더 복잡해 보였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애(愛)로는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오래 쌓아온 동료애와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고, 증(憎)으로는 각 3인의 당 대표 시절 '공천'을 예로 들며 설명했는데요. 이들은 이전에도 당 대표(열린우리당-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손학규, 민주통합당-이해찬)를 지냈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인물들입니다. 특히 공천 시기가 오면 껄끄러운 관계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정동영계, 손학규계, 이해찬계(친노)라는 집단의 수장인 관계로 총선과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 서로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당권싸움이 치열했다고 합니다. 특히 총선에서는 서로에 대한 공천을 은근히 방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15분 정도 늦은 김병준 비대위원장 때문에 어색한 상황이 이어졌는데요, 이 3인은 서로 친밀하게 얘기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모두 문 의장을 통한 담소나 이정미 대표가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하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손 대표는 유 사무총장, 문 의장과 친분을 자랑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잇따라 당명을 '바른민주당'으로 발언하는 등 말실수를 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 회의에서 발언하는 손 대표. /배정한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잇따라 당명을 '바른민주당'으로 발언하는 등 말실수를 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 회의에서 발언하는 손 대표. /배정한 기자

◆당명 바꿔 부른 손학규, 큰 그림? 건강 이상설?

-지난 2일 바른미래당 대표로 손 대표가 취임했습니다. 근데, 손 대표가 말실수를 그렇게 자주 한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손 대표가 자신이 속한 바른미래당의 당명을 여러 번 바꿔 불러서 화제가 됐습니다. 사실 손 대표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이해도 됩니다. 이름을 변경한 것까지 포함하면 진보, 보수 진영 상관없이 자그마치 11개의 정당에 몸담았더라고요. 당명 혼동 또한 진영을 넘나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지방선거 기간엔 '바른민주당'이라고 했고, 얼마 후엔 '한나라당'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일 수락연설문에선 '바른민주당'이라고 했습니다. 작은 해프닝으로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일각에선 손 대표의 '빅픽처'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바른민주당이란 당명을 얘기한 게 이번이 두 번째네요. 지난 5월엔 바른미래당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이해는 가는데, 아직도 같은 실수를 한다는 게 신기하긴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큰 그림'이란 말이 나오는 건가요?

손학규 대표의 잇따른 당명 실수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통합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한 손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손학규 대표의 잇따른 당명 실수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통합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한 손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네, 무의식적으로 손 대표가 자신의 계획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말인데요, 손 대표는 평소 진영을 넘나드는 정계 개편, 중도세력의 통합 등을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그날 수락 연설에서도 역시 비슷한 내용이 있었고요. 그래서 '바른민주당', 즉 바른미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중도 세력끼리의 통합을 계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또 반대로 '한나라당'이라고 얘기했던 것에 대해 그가 보수 진영과도 통합을 꿈꾸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벌써 이렇게 큰 그림을 드러내시다니… '하고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다소 황당한 분석일 수도 있지만 그의 정치적 인생, 성향 등을 생각했을 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각에선 건강 이상설 얘기도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네, 사실 한 번도 아니고 반복된 실수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 이런 의심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객관적 근거는 전혀 없지만, 손 대표가 47년생이거든요. 적은 나이는 아닙니다. 괜히 '올드보이'라는 말이 붙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평소 다른 활동에 있어선 그런 징후가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판문점 국회 비준 동의 등과 관련해 국민의당 출신들과 바른정당 출신들의 견해도 다르고 여러 가지로 잡음이 발생하고 있고 여야 간에도 거친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손 대표가 그 거센 풍파를 이기기 위해선 건강이 필수일 것으로 보입니다(웃음).

-정치권이 싸우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 학생들이 견학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싸우는 모습을 보인 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합니다. 과연 우리 국회는 언제쯤 부끄러움을 알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일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효균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문병희 기자, 이선화 기자(이상 사진기획부)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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