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 대체로 '제도 수정' 견해 일치
[더팩트ㅣ국회=신진환·이원석 기자] "빌보드 차트 1위, 한류로 국위 선양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도 병역 혜택 주세요.", "병역 특혜 자체가 불공평하니 없어져야 합니다."
최근 모 포탈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의 내용들이다. 지난 2일 폐막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총 42명의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된 가운데 '병역특례제'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현행 병역특례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개선, 폐지 요구 등이 빗발치고 있다.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제의 목적은 국위 선양을 위해 해당 특기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면제는 아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편입되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아야 한다. 다만, 이후 일정기간 해당 분야에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대체복무인 셈이다.
예술인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입상자 중 입상 성적순으로 2명 이내,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내 예술경연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만 해당)에서 1위 입상자 중 입상 성적이 가장 높은 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가 혜택을 받는다. 체육요원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단체 종목의 경우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가 혜택 대상이다.
◆국회 국방위원들, 대체로 '제도 수정' 견해
'입법부'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의원들은 이와 관련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더팩트>가 3일 일부 국방위원들과 통화한 결과 대체적으로 기준을 수정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반적인 검토를 통해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하는 등 수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민홍철 의원은 "병역이란 고도의 형평성 문제가 껴 있다. 전반적, 종합적으로 어떤 경우 병역 특례를 반드시 줘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근본적으로 논의해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번 국정감사 때 많이 지적될 것 같다. 필요하면 입법적으로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병역특례제가)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 기준이 훨씬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의 경우 우리나라는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아마추어들로 선수단을 꾸리는 것이 논란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또 일부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특례를 받기 위해 병역을 미뤘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김 의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혜택 대상이) 안 된다고 본다. 적어도 올림픽 금메달 정도는 돼야 하는 등 더 엄격해야 한다"며 "또, 완전 면제가 아니고 시기를 늦춰서 복무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복무요원 등 어떤 형태로든 복무해야 되고 어떤 경우에도 자기 주특기 분야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견해를 내놨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예술 분야 병역 특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조건 재설정을 언급했다. 예술 분야의 경우 범주가 상당히 넓지만 특례를 받는 대상은 적어 반발이 있다. 클래식, 국악의 경우 콩쿠르, 대회 등을 통해 특례가 주어지지만, 가수 방탄소년단의 경우처럼 현대가요 장르 등에선 적용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예술의 경우 체육 분야보다 국제냐 국내냐 등의 논란이 있다"며 "전체적으로 병역특례제를 점검해 (적용) 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남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국방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3일 공개적으로 "대중음악 세계 1등은 왜 면제를 못 받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며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살펴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구체적으로 '마일리지제'라는 개선책을 내놓기도 했다. 성적 등에 따라 점수로 환산해 특례를 주는 방안이다. 그는 또, 국회 내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병역특례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재 상황 자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국방위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통화에서 "전체적으로 형평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니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종목 선정, 형평성, 시대 상황에 따라 국민 요구에 맞게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논란이 일고 '법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성숙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서 국위 선양을 한 부분이 분명 있는데도, 병역 의무에 대한 부분만 보도가 되고 논란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현재의 법에 따라 (선수들이) 혜택을 보게 된 것뿐인데 사회가 좀 예민한 것 같다. 축하해야 할 시기가 있고, 법률적으로 따질 시기가 또 따로 있다고 본다"고 일부 선수들을 향한 비난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민 사이에선 '폐지' 주장도 강해
병역특례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병역특례제 논란과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실시간으로 청원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만큼 병역특례제도에 국민적 반발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청원인은 병역특례제 폐지를 요청하며 "본인들이 그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이미 거기에 걸맞은 대우(상금, 연금, 연봉)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득이 예상되는데 국위선양 등의 이유로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2중 특혜라 생각한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병역 면제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인도 "연봉으로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씩 받는 프로선수들의 병역특례가 합당한 것인가"라며 "병역은 그냥 예체능 쪽은 손도 못 대보고 맡은 바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길 걸어오고 공부하고 일 하고 있는 흙수저들이나 가야 하는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병무청은 이날 병역특례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입장을 내놨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논란을 보고 병역특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 청장은 또 "병역자원이 안 그래도 부족한데 병역특례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지부터 검토하려고 한다"며 병역특례제 폐지까지도 검토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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