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상설협의체 본격 가동…선거구제 개혁 논의 불 붙나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협치'의 발걸음을 뗐다. 16일 청와대에서 '5색 비빔밥' 오찬을 함께하며 크게 '세 가지' 사안에 대해 합의했다. 다만 각 당 원내대표들은 최근 경제 상황과 4 ·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시각차를 보였다.
회동에 배석한 여야 5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 50분 춘추관에서 공동 브리핑을 갖고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 ▲8월 임시국회서 민생 법안과 규제혁신 법안 조속한 처리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정착과 3차 남북정상회담,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초당적 협력 등 합의문을 발표했다.
◆ '협치' 손내민 文대통령…여·야·정 상설협의체 본격 가동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 대표와의 만남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앞서 청와대는 이번 회동의 성격을 '국회와의 협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최근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이후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비롯해 은산분리 등 규제혁신 경제정책 등에 대한 지지층의 이탈로 국정운영 난관에 부딪혔다. 민생 경제 현안 관련 개혁 입법과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국회 차원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협치를 기원'하며 청와대는 말복인 이날 삼계죽과 비빔밥을 테이블에 올렸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블루 버터플라워,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무생채, 바른미래당을 상징하는 민트색 애호박나물, 민주평화당을 상징하는 녹색 엄나물,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계란지단이 비빔밥에 들어갔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문 대통령의 '숙원'이던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분기별 1회, 필요시 여야 합의에 따라 개최하기로 했다. 다음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인 11월에 개최될 방침이다. 그간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와 여야 각 대표와 원내대표 초청 시 거듭 제안을 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여야 4당 대표와 만남에선 구두 상의 합의를 이뤘으나 실행이 되지 못했다.
제1야당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야당도 기꺼이 참석하겠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협조 의지를 밝혔다.
◆ 野, 소득주도성장 "재점검"…규제혁신 "안전장치 살펴야"
쟁점은 민생 경제였다. 여야는 국민안전을 위한 법안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법안 및 혁신성장 위한 규제혁신 법안 등 민생경제 위한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다만 정의당은 규제혁신 법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법안 처리엔 합의했지만 현 경제 상황에 대해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문제가 되는 북한산 석탄 문제나 드루킹 특검, 국민연금 제도 개편의 혼란에 대해 대통령이 성의 있는 답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정책이 당위에만 치우치고 조삼모사식 포퓰리즘처럼 (이뤄지면서) 눈앞의 국민은 환호하고 환상에 들뜨지만, 디테일이 부족하고 콘텐츠가 채워지지 않으면 국민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현실적으로 굉장히 쉽지 않다"며 "재점검을 하고 꼭 숙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규제 혁신'에 대해선 "규제를 없애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지속적인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이라며 "이번 정부 뿐만 아니라 과거 참여정부부터 또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것들이 공공부문 개혁이라든가 노동시장 개혁 이런 문제들이었는데, 이 정부에서는 좀 뒷전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개혁에도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지적했다.
특히 규제혁신 법안과 관련해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과연 몇 개월 안에 일년 안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단히 지속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 혁신성장은 자칫 잘못하면 규제완화라는 그 방향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 文대통령 '선거구제 개편' '판문점 국회 비준 동의' 강조
선거구제 개편도 화두였다. 문 대통령은 권역별정당명부비례대표제나 연동형비례대표제 방식의 선거구제 개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행 소선구제는 '승자독식' 문제 등으로 특정 의견이 과대·과소 대표된다고 지적돼 왔다. 만약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적용될 경우 거대양당의 의석수가 줄어든다. 결국 여야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다.
회동에서 소수야당인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권한대행,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지지했다. 김 원내대표는 "안그래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얘기하려 했는데, 먼저 대통령이 말씀하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청했다. 장 원내대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평화당의 정체성"이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판문점선언이 비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께서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각별한 애정을 가지시고 남북관계 개선이 곧 평화를 위한 길인데 그 평화를 위한 길이 또 비핵화라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다"면서 "다만 순서 측면에서 북측의 비핵화 의지를 좀 더 확고하게 이끌어내신 이후에 이런 지난 4.27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많은 경제협력 방안들을 우리가 국회에서 착실히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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