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환승통로·계단…폭염에 불편 호소하는 이용객들
[더팩트ㅣ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서울역=임현경 인턴기자] "또 고장이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에 육박한 3일 한낮,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 출구, 에스컬레이터 고장 안내문을 본 한 남성이 허리를 부여잡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풍을 앓고 있던 한 노인은 그 앞에 누워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119구조대원들이 그를 부축해 의료장비에 태우고 승강장 밖으로 이송했다.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확한 원인을 단정 짓긴 어렵지만, 높은 기온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었다.
폭염 속 이날 만난 서울 지하철 역사 이용객들은 숨쉬기 힘들 정도의 '찜통' 열기에 불편을 호소했다.
◆ "이 개XX야"…무더위에 쏟아지는 민원
"한 번은 30대 남성이 학생 도우미에게 '공사 시작한 사람한테 전해요. 이 개XX라고' 하며 욕을 했다는 겁니다. 이해는 하죠. 워낙 덥고 계단 오르기도 힘들었을 테니까. 밖에서 15분을 돌아 환승하려니 욕이 나올 만도 하죠. 하지만 저희가 총알받이가 되는 건 참 슬펐습니다. 특히 그 학생은 많이 힘들어했어요."

5호선 환승통로가 폐쇄된 지점에서 승객들을 안내하던 한 도우미는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여긴 에어컨이 나와 비교적 시원한 편인데도 쉽지 않다. 다른 곳은 이보다 더워서 큰일이라고 하더라"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양보를 하느니 마니 싸우기도 하고, 안내를 왜 진작 하지 않았느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역 곳곳에 붙은 안내문이 한글로만 표기돼 있어서 역을 오가는 외국인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해당 도우미들은 에스컬레이터 사설 업체서 고용한 3개월 계약직이다. 그들은 예민해진 시민들의 짜증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
◆ 노후 에스컬레이터 방치…무더위 쉼터 접근성 낮아
시청역 1호선~2호선 환승통로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이곳엔 30년 된 에스컬레이터가 운행 정지상태로 방치돼 있다. 신 환승 통로가 있긴 하지만 눈앞에 있는 통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승객들의 불만이 높다.
고객안내센터가 무더위 쉼터를 겸해 지친 승객들을 쉬어가도록 하고 있지만, 워낙 구석진 곳에 위치한 데다 표지판 크기가 작아 이용이 쉽지 않다.
시청역에서 1호선 열차를 기다리던 한 노년 남성은 "여긴 왜 이렇게 더운 거냐. 숨이 턱턱 막힌다"며 연신 부채질을 했다. 곧 열차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시원한 바람이 잠시 새어 나왔다.

해당 칸은 약냉방칸이었지만 역사에 비해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기온이 낮았다. 열차로 들어가는 시민과 열차에서 내린 시민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한쪽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다른 한쪽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서울역 내 매점 직원 김 씨는 앞서 지난 1일 4호선 서울역 애오개 방면에서 스크린도어가 자동해제된 뒤 작동하지 않는 사고를 목격했다. 그는 "직원들이 죄다 나와서 문 한 칸에 한 명꼴로 지키고 있었다. 공익(사회복무요원)까지 죄다 나와 있었다. 여긴 에어컨도 없는데 다들 고생 많이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환풍구 없는 '비냉방' 역사…철제 의자 페인트까지 녹아
김 씨가 일하는 서울역은 에어컨 없이 환풍구만 설치된 '비냉방' 역사다. 이 때문에 요즘과 같이 날씨가 더울 때면 역 바깥의 뜨거운 바람이 고스란히 안으로 들어온다. 승객들은 환풍구 쪽을 쳐다보며 시원한 바람을 염원했다. 김 씨 역시 좁은 공간에서 작은 냉풍기로 땀을 식히고 있었다.

역 한쪽에서는 휴대용 선풍기가 인기를 끌었다. 승객들은 목에 걸고 다니며 얼굴과 몸에 흐른 땀을 식힐 수 있는 작은 선풍기에 관심을 보였다. 해당 상점 주인은 "작년 보다 거의 3배 이상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8월이 오기 전에 판매가 끝나는 상품인데 올해는 폭염 때문에 아직도 많이 나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폭염이 불어닥친 역사에서는 지친 두 다리를 쉬게 하기에도 불편함이 따른다. 최근 3호선을 금호역을 비롯한 일부 역에서는 의자에 칠한 페인트가 녹아 승객들의 옷에 묻는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역 철제의자의 경우 파란색 페인트가 묻어나오진 않았지만 쪼글쪼글하게 변형된 상태였다. 기자가 의자를 한참 유심히 바라보자, 한 시민이 "이게 녹은 거냐"며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러한 역사 내 문제에 대해 <더팩트>와 통화에서 "스크린도어 고장 원인은 원인을 파악해야 관련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기가 흔적을 남기지 않아 정확한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의자 페인트가 묻어나오는 문제에 대해서는 "노후 의자를 보수하는 중에 덧칠한 것이 녹아내린 것으로 해당 의자에 대해서는 다음달 다시 도색 작업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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