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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주간政談] "뭐, 노회찬 의원?" 취재 불응 냉면집 주인의 '급반전'

  • 정치 | 2018-07-28 00:00

약자를 돌보는 '정의'가 곧 '정치'임을 보여준 故 노회찬 의원의 시간은 멈췄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간다. 사진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노 의원의 영결식 모습. /남윤호 기자
약자를 돌보는 '정의'가 곧 '정치'임을 보여준 故 노회찬 의원의 시간은 멈췄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간다. 사진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노 의원의 영결식 모습. /남윤호 기자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지난 23일 사망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남긴 말입니다. 노 의원이 떠난 자리에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새로운 출발점에서 이재명 도지사의 '조폭 연루 의혹' 위기를 맞은 경기도, 당권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했던 더불어민주당…. 약자를 돌보는 '정의'가 곧 '정치'임을 보여준 노 의원의 시간은 멈췄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갑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故 노회찬이 남긴 것과 남겨진 사람들

[더팩트ㅣ정리=임현경 인턴기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갑작스런 죽음은 아직 그의 이름 앞에 고(故)를 붙이는 것이 익숙지 않을 정도입니다. 23일 월요일부터 27일 금요일 영결식까지, '노 의원 추모 주간'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한 주였죠. 그러니 이번 방담에서는 노 의원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 의원의 벗이자 20년 단골 이발소 성우이용원의 주인인 이남열 이발사는 <더팩트>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노 의원의 벗이자 20년 단골 이발소 성우이용원의 주인인 이남열 이발사는 <더팩트>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죽긴 왜 죽어"를 연발하며 안타까워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우이용원. /이철영·이원석 기자

◆ 사람 노회찬이 다녀간 자리…그의 단골 가게 취재 뒷이야기

-노 의원이 방미 직전인 지난 18일 마지막으로 들렀던 이발소가 주목받았습니다. 20년 단골 이발소죠.

-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성우이용원이라는 곳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찾아가 이남열 이발사를 만나 노 의원과 관련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성우이용원은 1927년부터 현재까지 91년째 이곳에서 이발소를 하고 있는 곳인데요. 외관만 보아도 오래됐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남열 이발사와 노 의원은 형제 같은 사이였다고 합니다. 머리숱이 적었던 노 의원의 머리모양도 이 씨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씨는 노 의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고인을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20년을 함께했으니 슬픔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이 씨와 노 의원의 추억도 들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혹시 없나요?

-사실 이 씨가 노 의원과 관련해서 한 말들은 평이했습니다. 이 씨는 노 의원에게 해준 게 인삼액기스 타서 준 것뿐이라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에 노 의원이 한 종편에 나갔다가 자신에게 엄청 혼이 났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노 의원에게 그 프로그램에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나갔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씨가 왜 나갔냐고 따지면서 '개망신'이라고 엄청 꾸중을 했다고 합니다. 이 씨가 노 의원에게 그 프로그램에 나가지 말라고 한 이유는 함께 출연한 P 의원, J 전 의원 등 때문이었습니다. 노 의원은 이 씨의 꾸중을 듣고 다음부터 그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냉면을 사랑했던 사나이' 노 의원의 자취를 따라가 보니 한결같이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사진은 노 의원의 단골 냉면집 '부원면옥'에 붙어있는 노 의원의 사인. /임현경 인턴기자
'냉면을 사랑했던 사나이' 노 의원의 자취를 따라가 보니 한결같이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사진은 노 의원의 단골 냉면집 '부원면옥'에 붙어있는 노 의원의 사인. /임현경 인턴기자

-노 의원의 단골 냉면집도 다녀왔죠.

-네. 노 의원이 냉면을 좋아했다는 건 이미 너무나 유명한 사실인데요. 노 의원의 지역구였던 노원에 위치한 함흥냉면집과 남대문 시장에 있는 평양냉면집을 다녀왔습니다. 두 가게 모두 손님이 워낙 많은 인기 맛집이라 다소 난감했습니다. 식사 시간을 피해 찾아갔는데도 줄을 서서 먹을 정도였죠. 노 의원이 얼마나 미식가였는지를 알겠더군요.

-처음에는 취재하지 못할 뻔했다던데요?

-가게 주인에게 다가가 '기자'라고 소개하자, "그런 건 절대 안 한다"고 손사래를 치는 겁니다. "노회찬 의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고 했더니 그제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맛집 홍보용 기사를 쓸까 우려했던 것 같습니다.

-음식점에 정치 기자가 오는 걸 더 꺼릴 것 같은데 의아하군요. 홍보 기사라면 오히려 환영할 일 아닌가요?

-글쎄요. 정말 가게에 손님이 너무 많아서 가게 주인이 숨돌릴 틈도 없어 보였습니다. 서빙을 하고 계산을 하고 주문을 받는 일을 하는 도중 인터뷰라는 새로운 일이 추가됐으니까요. 또 어쨌든 손님이 드나들며 식사를 하는 음식점이었기 때문에 고인을 언급하는 일에 더더욱 조심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철저한 익명을 당부하면서요. 그럼에도 노 의원의 일이기에, "꼭 잘 좀 써달라"면서 응해준 것이죠.

-노원구 노인정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인터뷰하기도 했었는데요. 모두가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좋은 사람인데 너무 아깝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같은 말들이요. 냉면 가게 점주들에게 들었던 말과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끝내 기사에는 싣지 못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의 빈소에는 '평등'과 '다원'이 있었다. 사진은 노 의원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고 노회찬 의원의 빈소에는 '평등'과 '다원'이 있었다. 사진은 노 의원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 정치인 노회찬의 족적, '평등'과 '다원' 있었던 빈소

-노회찬 의원의 사망 소식 당일 청와대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기자들도 술렁였습니다. 처음엔 "거짓말하지 마라"며 믿지 않는 이도 있었습니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 한 기자들은 고인을 추억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옛날에 국회에 있을 때 술 한잔 하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며 고인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습니다. 빈소의 모습은 여느 정치인과도 달랐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조문 행렬로 30분 이상 기다리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1시간 이상 서 있는 동안 조문 줄에는 지위고하도 없었다고 합니다. 여야 정치인, 검찰총장 등 특별대우 없이 똑같이 대기해 고인을 추모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빈소마저 평등하다. 노 의원은 죽어서도 살아있다"고 말했습니다.

-노 의원의 빈소에 있던 근조화환도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근조화환 발신인 목록을 보면 노 의원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대통령, 국회의원, 기업, 언론사, 종교계는 물론이고 박중훈 배우, 박노해 시인, 전인권 팬클럽, 한국예술종합학교, 각종 출판사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그를 기리는 조화를 보냈습니다.

-목록에는 양대 노총, 전태일재단, 대한안마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방송작가유니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공무원노조 해직자 등 노동계 관련 단체가 있었고요. 군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장애여성공감, 한국여성단체연합, 주한 스리랑카 대사 등 사회 약자 및 소수자 관련 화환도 있었습니다.

-노 의원은 '해일 앞 조개 줍기'가 아니라 '모든 조개를 해일처럼' 중히 대한 것 같네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단체가 그를 애도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네. 심지어는 수도권에 여러 가맹점을 낸 유명 냉면집 '을밀대'에서도 근조화환을 보냈습니다. 노 의원의 냉면 사랑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것 같네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폭 연루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경기도 직원들이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 지사가 지난 23일 경기도의회 임시회3차 본회의에 참석한 모습. /임세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폭 연루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경기도 직원들이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 지사가 지난 23일 경기도의회 임시회3차 본회의에 참석한 모습. /임세준 기자

◆ 삐걱대는 경기도…"이재명식 행정 적응 어려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이 가운데 이 지사의 업무 방식 때문에 공무원들이 조금 답답함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요?

-네, 얼마 전에 취재차 경기도청에 갔다가 몇몇 경기도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나눈 공무원들은 공통적으로 '이 지사의 업무 방식이 조금 권위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한 공무원은 직전 도지사인 남경필 전 지사의 이름을 꺼내며 이 지사와 비교하기도 했는데요 '남 전 지사와 스타일이 180도 다르다. 남 지사는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인 반면에 이 지사는 좀 권위적이고,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하려는 느낌을 받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직원은 '행정1부지사가 공석인 상태여서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보통 도지사는 대외적인 활동을 하고 행정부지사가 도청 내 업무나 행정을 담당하는데 상황적으로 이 지사가 많은 일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명찰 착용'에 대한 논란도 있었기에 공무원들의 이런 하소연이 조금 더 와닿기도 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지사가 취임 후 도청 내 공무원들의 명찰 착용을 추진했는데요, 이와 관련 노조의 반대가 있습니다. 이미 이름과 사진이 붙어 있는 출입증이 있는데 뭐하러 명찰을 또 하냐는 거죠. 물론 출입증엔 부서나 직책이 안 적혀있다는 게 이 지사 측의 입장이지만 공무원들이 부서도 자주 바뀌고 해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아직 결론이 나진 않은 상황인데 경기도청 노동조합 관계자를 만나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좀 들어봤습니다. 다른 얘기도 많았지만 특히 노조 관계자가 아쉬워하는 것은 이 지사와의 '소통'이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대외적으론 잘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론 대화도 없었다'면서 이 지사와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직 초반이라서 좀 '삐거덕'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소수라도 불만 의견들이 있으니 이 지사가 탈권위, 소통 등에 대해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의혹들도 해소하고요.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예비경선은 '축제 분위기'였다. 사진은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예비경선은 '축제 분위기'였다. 사진은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민주당 예비 경선 현장 '축제 분위기'?...경쟁 즐겼다

-더불어민주당은 당권 주자가 3명으로 좁혀졌죠?

-네. 민주당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을 진행했는데요. 8명의 후보 가운데 7선의 이해찬 의원과 4선의 김진표·송영길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 본경선에 진출했습니다. 고배를 마신 이종걸·최재성·이인영·박범계·김두관 의원은 본선 진출자들에게 축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표정에선 아쉬움도 엿보였습니다. 모두 그 마음을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예비경선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는데,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원외 지역위원장 등 중앙위원 400여 명과 각 후보들 캠프 인사들이 행사장을 꽉 채웠는데요, 다들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물론, 경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희비는 엇갈렸습니다. 당선자는 후보 기호순으로 발표됐는데요, 가장 먼저 기호 5번 김진표 의원이 호명되는 순간 기호 1~4번(이인영·최재성·김두관·박범계)은 자동 탈락이겠죠? 장내에서 탄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송영길 의원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박수와 함께 큰 함성이 터졌습니다. 송 의원 캠프 인사들로 추측되는데요, 2년 전 1표 차이로 경선에서 떨어졌던 만큼 이번 본선행이 더없이 기뻤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사회를 맡은 송갑석 의원이 '입담'을 뽐내며 장내 분위기를 돋웠습니다. 중앙선대위원장을 맡은 노웅래 의원이 지방선거 압승과 문재인 정부 성공 등 내용이 담긴 인사말을 했는데요, 제법 큰 목소리였어요. 개인적으로 '결연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노 의원이 인사말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송 의원이 "후보로 출마한 줄 알았다"며 농을 던졌는데, 장내가 '빵' 터졌습니다.(웃음) 송 의원의 입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경선 결과를 발표하기 전 최재성 의원 등 일부 후보가 행사장에 없었어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죠. 이윽고 최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송 의원은 "최재성 의원이 들어오고 계십니다"라며 반가움을 표했는데요, 이때도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오경희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새롬 기자, 문병희 기자, 임세준 기자, 남용희 기자(이상 사진기획부)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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