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평당의 개혁입법연대는 '상임위원장 나눠먹기' 야합"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경제 살리는 데 좌우 이념이 어딨습니까."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표방하는 캐치프레이즈가 '경제정당'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정의당 등과 달리 '협객정당'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객정당'은 인터뷰 도중 '아!' 라는 말과 함께 하 의원이 뱉은 표현이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호소할 곳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에 가장 부합하는 단어라는 설명도 함께했다.
하 의원은 지난 6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약 1시간 동안의 인터뷰에서 '개혁보수'와 '합리적 진보'라는 표현 사이에서 갈등하는 바른미래당의 현재를 진단했다. '모두까기'(모두를 비판하는 일) 대표 의원답게 그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심판받은 것은 국민 눈에 비정상적인 정당이었기 때문이다"라며 "정상 정당은 민주주의를 인정하고 한반도 평화를 수용해야 한다. 우리 당 역시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해 참패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개혁입법연대'에 대해서는 "해야죠. 무조건 해야죠"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평화당이 주장하는 개혁입법연대 내용을 보니 상임위원장 자리 나눠먹기 연대나 다름없다"며 "민평당이 주장하는 개혁연대는 '가짜 연대'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 개혁입법연대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오는 8월 19일로 예정된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마자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우리 당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좋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 양보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당의 화합을 위해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해 많은 분을 만나 뵙고 제 역할과 함께 할 수 있는 방향 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당구조 ▲선거구조 ▲미래인재 발굴 등을 먼저 개혁한 후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 2020년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장기화되면 당 구심력이 흔들린다며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하 의원은 "속도 싸움"이라며 "가급적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서 새 지도부를 구성해 국민들한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리 당이 살고, 우리나라가 살고, 보수가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하 의원과 일문일답이다.
- 바른미래당 대표 출마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당선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결정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당은 현재 화합이 중요합니다. 저는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해서 많은 분을 만나 뵙고 제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 또 다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결정하려고 합니다. 우리 당은 현재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다른 좋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양보할 생각이 있습니다. 누가, 이 시기에 이 당을 이끄는 것이 가장 좋은지에 대한 의견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와 당 대표 출마를 논의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두 전 대표의 당내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두 분은 우리 당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또, 대선에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들이잖아요? 국가의 중장기적인 비전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각자 준비하시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당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 시간을 두고 역할을 해주시라고 말씀했다. 그런데 안철수 전 대표와 관련해서는 오찬에 참석한다, 안 한다와 같은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당의 이미지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것 같습니다.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안 먹을 수도 있는 거죠.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밥 먹으면 큰 일 생기나요?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죠.
-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의 역할은.
일각에서 세대교체를 주장하면서 손 위원장이 은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반대입니다. 손 위원장은 우리 당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분이 결단을 하실지는 모르지만, 전당대회에 나서게 되면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경쟁에 참여시키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누구든 출마할 수 있게 문을 열어둬야 합니다. 저도 우리 당에서 젊은 축은 아닌 것 같은데요.(웃음)
- 8월 19일로 예정됐던 전당대회가 늦춰질 여지도 보인다. 시기에 따라 당 대표 출마에 대한 마음도 바뀔 여지가 있는 것인가.
전당대회는 8월에 열어야 합니다. 9월부터 정기국회인데, 그때 전당대회를 열면 '너네 국회 일 안 하고 다른 일 하느냐'는 질타를 받을 수 있어요. 따라서 8월에 열지 않으면, 내년 1~2월로 전당대회가 넘어가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당내 의견을 종합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 당은 현재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당처럼 혁신비대위가 아닌, 전당대회를 잘 관리하기 위한 과도기 체제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저는 전당대회를 통해 혁신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전당대회 과정이 혁신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후보들은 득표를 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혁신이 다른 게 아닙니다. 우리 당은 당 지지율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게 혁신입니다.
- 바른미래당은 원내중심정당이 되어서 정책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견 없는 거 같은데.
원내중심정당으로 가는 것도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 우리 당에게 제일 중요한 건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에요. 존재감이 없잖아요. 아무도 모르잖아요. 지지율을 올리는 데 원내중심정당이 되는 게 도움이 될까요? 그건 당 내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절박한 문제는 아니에요. 당장 당이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 바른미래당은 '개혁입법연대' 참여 여부를 두고도 이견을 계속 보이는데.
개혁입법연대는 당연히 해야 합니다. 무조건 해야죠. 그런데 민주평화당이 주장하는 개혁입법연대 내용을 보니까 개혁입법연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상임위원장 나눠먹기'던데요. '자리 나눠먹기 야합'이던데요. 그런 것은 반드시 규탄 받아야죠. 그게 무슨 개혁입법연대입니까. 가짜 연대지. 그야말로 '특권 나누기' 하자는 것 아닙니까.
진정한 개협입법연대를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탄력근로제 확대도 얘기하고 있고, '경제 살리기 개혁연대'를 하자고 하지 않나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 성장의 프로그램이 없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도와야 합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잖아요.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 위기 국면이기 때문에 경제 살리기 개혁입법연대를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 지난 2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신임 대법관 후보자 3명 가운데 김선수 변호사의 이력이 화제다. 보수야당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결정 당시 통진당을 변호한 김 변호사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현미경 검증'을 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다양한데, 대법관 구성 역시 다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법원도 보수와 진보 균형을 맞춰서 추천을 하지 않겠습니까. 모든 대법관이 가졌던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여기서 통과하면 대법관이 되는 것이죠. 청문회에서 결격사유가 있으면 당연히 안 되겠지만요. 현재 그분의 이념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것에는 반대입니다.
- 바른미래당은 '개혁보수'와 '합리적 보수' 사이에서 이견을 보인다. 하 의원이 생각한 바른미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바른미래당은 경제정당을 표방합니다. 경제에 좌우 이념이 어딨습니까. 경제적 약자, 억울한 사람을 도와줘야죠. 그 사람들을 대변하고 그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게 바른미래당이 해야 할 일입니다. 아, 저는 바른미래당이 '협객정당'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협객은 약자와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호소할 곳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돼야 합니다.
한국당은 재벌을 대변하고, 정의당은 귀족노조를 대변하는 정당입니다. 저는 두 정당을 양 특권 정당이라고 봅니다. 한쪽은 '구 기득권'을 대변하고, 정의당은 귀족노조라는 '신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니까요. 민주당은 국민적 지지율은 높지만 약자를 대변한다고 보이지도 않고요. 바른미래당은 어려운 길을 가는 협객정당입니다. 여기에 이념은 없습니다.
- 그렇다면, 6·13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것도 경제정당임을 설득하지 못한 데 있는 것인가.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심판받은 것은 국민 눈에 비정상 정당이기 때문이에요. '저 정당은 정상이 아니다'라는 거죠. 지금 북한이 비정상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바뀌려고 노력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정상 정당이 되려면 최소한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해요. 민주주의를 인정하고, 한반도 평화를 수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당을 보면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잘못됐다고 말해요.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한 것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잖아요. 그건 민주주의 핵심인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거죠.
그래서 국민은 '저 사람들은 민주 정당이 아니다', '적폐다'라고 의심하는 거고요. 북핵 협상에 대해서도 '위장 협상'이라면서 반대하잖아요. 국민의 눈에는 한반도 평화를 막으려고 하는 이미지로 보이는 거예요. 우리 당은 결국, 민주주의와 평화를 존중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지 못해 패배한 것이죠.
- 바른미래당은 늘 내부 갈등만 주목을 받는다.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다고 생각되진 않나.
정체성은 합의하는 게 아니에요. 실천하면서 만들어 가는 겁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경제 살리는데 좌우가 어딨어요. 등소평은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를 말했습니다. 이 정신을 잘 배워야 해요. 중국도 경제에 '흑묘백묘' 상관없다고 하는데, 경제정당에 개혁보수가 어딨고 합리적 진보가 어딨겠습니까.
- 정계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흡수 통합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 질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 주도로 질서를 재편하느냐 이끌려가느냐가 중요한 문제고요. 어쨌든 우리 당에게 기회가 왔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당은 내분을 수습하는데 답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죠. '속도 싸움'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서 지도부를 구성해 당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 보여줘야 합니다. 그게 우리 당이 살고, 우리나라가 살고, 보수가 사는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 통합 가능성이 있다면, 한국당과 무조건 선을 그어서도 안 될 것 같다.
노선에 있어서는 선을 그어야죠. '민주 보수'와 '평화 보수'를 중심으로 가되, 반민주보수와 반평화보수는 지양하는 것, 즉 '묻지마 야합'은 안 하겠다는 겁니다. 우리 당의 지지율이 한국당의 '더블 스코어'가 되는 게 목표예요. 우리가 재편하는, '흡수 재편'이 되어야 합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