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TF인터뷰] '탈북 박사' 주승현 "재입북, 쉬쉬하지 말고 마주해야" <하>

  • 정치 | 2018-04-03 05:00
탈북민 출신의 통일학 박사 주승현 교수는
탈북민 출신의 통일학 박사 주승현 교수는 "재입북을 택하는 탈북민의 소외된 현실을 제도적으로 들여다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모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대문=남윤호 기자

☞상편에서 계속

주 교수 "재입북 선택한 탈북민 안타까워…하루 빨리 통일 돼야"

[더팩트 | 서대문=김소희 기자] "다른 체제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 한국에 빨리 적응하기가 쉬웠겠습니까? 재입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 제도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남북 대화에 물꼬가 트였다고 하나 여전히 탈북민 삶의 '명암(明暗)'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차별과 멸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탈북민은 스스로를 금·은·흙수저·이민자 다음으로 인식하고 '5계급론'을 체감하고 있다.

희망을 갖고 남한행을 택했지만, 정체성을 부정 당하고 경력이 단절되면서 좌절감에 몸부림 치는 게 탈북민의 현주소다. 2017년 말 기준 국내 탈북민은 3만1339명을 기록했다. 이들 가운데 갖가지 이유로 남한을 떠나는, '재입북'이라는 선택을 감행하는 이들 역시 매년 수십 명씩 이어지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현재까지 746명이 제3국행을 택했다. 이는 '탈북민 3만 명 시대'의 이면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4년 탈북해 국내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했던 임지현(전혜성) 씨의 재입북도 여진을 일으켰다. 임 씨는 북한의 대외 선전용 매체인 '우리 민족끼리'에 출연해 한국에서의 경험을 "끔찍했다"고 표현하며 "방송사에서 시키는 대로 악랄하게 공화국을 비방하고 헐뜯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 씨의 재입북 경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납치 논란만 증폭됐다.

<더팩트>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모처에서 주승현(37) 전주기전대 교수를 만나 재입북을 택하는 탈북민의 현실 이야기를 들었다. 주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된 후 북한이 공개한 재입북 탈북자는 27명으로 알려져 있다"며 "물론 공개되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공개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재입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더팩트>와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 교수는 남북 화해 모드, 탈북자들의 재입북 등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밝혔다.

탈북자 출신 방송인 임지현이 북한 선전매체에 출연해 자진 월북임을 강조했다. /유튜브 캡처
탈북자 출신 방송인 임지현이 북한 선전매체에 출연해 자진 월북임을 강조했다. /유튜브 캡처

주 교수는 "재입북한 사람들에 대해 북한이 회유하거나 납치했다는 얘기와 한국 정착에 실패해서 돌아갔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제가 봤을 때는 복합적이다. 북한에서 심리전을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적응 못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워낙 다른 체제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적응을 빨리 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는 "재입북을 택할 수밖에 없는 탈북민들의 심정을 너무나도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주 교수는 "재입북은 극단적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앞으로 탈북민은 늘어날 것이고, 그 중 정착하지 못하는 탈북민도 계속 나올 것"이라며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와 재입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궁금증은 더해갔다. 재입북할 경우 북한 정부에게 고문을 당하는지 물었다. 그는 "북한은 남한 탈북자에게 지속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거기에 북한의 경제가 상당히 좋아져 '천지개벽'했고, 두고온 일가 친척을 생각하라는 식의 방법을 내세우며 회유하고 있다"고 했다.

주 교수가 탈북자들의 재입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주 교수가 탈북자들의 재입북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재입북 루트, 크게 세 가지…'제 2고향'이라 느끼도록 도와야"

탈북민이 재입북하는 루트는 크게 세 가지로 알려졌다. 가장 쉬운 경로는 중국이나 제3국을 통하는 것. "중국이나 제3국을 통해서 한국으로 넘어올 때는 불법 체류자니까 굉장히 힘들지만, 다시 갈 때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여권도 있고, 주민등록증도 있어 비행기 편도를 끊어서 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공개 입북'과 '비공개 입북'의 선택지가 생긴다. 주 교수는 "본인의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두 번째 루트는 휴전선을 통한 재입북이다. 주 교수는 "몇 년 전 한국에 온 북한 친구가 배를 타고 북한으로 넘어가려고 했다"며 "연천 지역에서 휴전선을 넘어가려고 했다. 이는 직접적으로 갈 수 있는 루트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루트는 듣기만 해도 살이 떨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성공했느냐'고 묻자 "붙잡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 교수는 "성공한 케이스도 있지만 굉장히 위험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중국이나 제3국으로 출국한 뒤 북한 영사관이나 공관을 찾는 방식이다.

재입북을 여러 번 시도하면 출국 자체가 금지된다. 재입북 자체가 실존법인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굳이 두 번째 루트를 택하는 것도 외국으로 출국하기 어렵기 때문에 택하는 극단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주 교수는 "비무장지대가 철저하게 봉쇄된 것이 아닌 '북-중' 국경처럼 강 하나만 건너면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부연했다.

거금을 들여 탈북을 택했는데, 자발적으로 재입북하는 데는 어떠한 심경이 담겼을까. 주 교수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단이 길어지고 탈북자들이 많아지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며 "하루 빨리 남북 통일을 해서 분단으로 인해 비극을 겪는 사람이 없어지는 게 우선이고, 한국에 온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착제도가 마련되면 그들에게 한국은 '제2고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 교수는 탈북민이 택하는 재입북 경로 세 가지를 전하면서도
주 교수는 탈북민이 택하는 재입북 경로 세 가지를 전하면서도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우려했다. /남윤호 기자

◆ "북한에 송금 위해 휴대전화 사용…진짜 소통 단절된 건 탈북 노인들"

탈북자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100만 원의 돈을 송금했을 때, 가족들은 얼마의 돈을 손에 쥘까. 주 교수는 "대략 70만 원의 돈이 가족에게 들어간다"고 말했다.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려면 반드시 브로커를 통해야 한다. 조선족 중 한국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돈이 전달되면, 조선족은 입금 내역을 확인하고 북한 브로커에게 전화를 한다. 북한 브로커는 수중에 있는 금액을 탈북자 가족에게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수료는 30% 가량이다. 주 교수는 "모든 과정이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진다"고 했다.

지난해 말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남한의 17분의 1에 달한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휴대폰을 사용하는 북한 사람은 361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37만명 늘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다는 게 맞나?'라고 되묻자 "북한에 있는 가족이 돈을 받기 위해 금액을 확인해야 하는데 북한에 정식 등록된 휴대전화가 아닌 비공식 휴대전화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 발표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의 손에 휴대전화가 들려있을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됐다. 끊임 없이 연결고리가 나왔다. 남·북은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다는 의미일까. 주 교수는 "하지만 제도화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북한에서 통제하는 상황이다보니 몰래몰래 하는 것이고, 걸리면 처벌을 받게 되니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이어 "남과 북의 소통 만큼 절실한 건 탈북민과 선주민의 소통"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에 수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탈북민인 것으로 집계됐다. 탈북민의 태극기집회 참여는 생계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손을 저었다.

그는 "물론 생계가 어려워서 참석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뉴스를 보면 정말 안타깝다. 그런데 또 다른 측면도 살펴보아야 한다"며 "탈북한 어르신들은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된다. 젊은 친구들이야 편견이 있어도 무언가 통한다고 느끼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 된다. 그런데 반공 의식이 남아있는 어른들 사이에서 탈북 어르신이 적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노인 복지관에도 갈 수 없는 이들에게 '모이라'고 하면, 얼마나 반가운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까? 친구도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밥도 먹고 싶어서 참여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고 손을 들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고 손을 들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운명의 봄' 4월, 남한의 과제는?…"평화와 통일 없이 '비핵화' 없다"

올해 4월을 두고 한반도 정세를 결정짓는 '운명의 봄'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오는 27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2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진행 중이다. 우리 측은 이번 정상회담의 3대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이러한 진일보적 남북 대화 행보에 대해 "저도 좀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오랜기간 분단 국가로 있으면서 분단에 대한 피로도가 남과 북 모두에게 커진 상황"이라며 "이런 것도 해봤는데 잘 안 됐는데, 이번에는 다른 것을 해보자는 식의 분이기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러한 것도 하나의 출구가 될 것 같다. 기대하고 희망하는 국민들이 참 많지 않느냐"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통일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주 교수는 이를 전하면서 "통일을 선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과연 선포된 통일이 어떤 형태의 통일인지 궁금한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발전되고 남북 정상회담이 정례화되면 통일을 최고 의제로 상정해 계속 이야기를 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월에 성사될 김정은·트럼프 회담에 대해서는 "비핵화가 목표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비핵화는 평화와 통일의 중간단계이지, 분단국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화와 통일"이라며 "북미 대화던 북중 대화던 잘 해결돼서 평화나 통일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제 바람이자 분단국의 마땅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단을 만들어낸 건 인간이다. 저는 통일 연구자이다. 통일 지상주의를 외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북이 통일됐을 때 서로 상생하고 융합될 수 있는 통일 공동체를 꿈꾼다. 남과 복 모두가 통일로 인해 수혜자가 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ks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 이 기사는 ZUM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댓글 2개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