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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박근혜·박근령·박지만, 삼남매의 '설'

  • 정치 | 2018-02-16 00:05
아버지인 박정희(가운데) 전 대통령 사후 갈등과 화해를 반복했던 박근혜(왼쪽)전 대통령과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박지만 EG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자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서울신문 제공
아버지인 박정희(가운데) 전 대통령 사후 갈등과 화해를 반복했던 박근혜(왼쪽)전 대통령과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박지만 EG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자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서울신문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 두 동생 접견 거부 명단 올려

[더팩트 | 오경희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은 홀로 서울 구치소에서 설을 보낸다. 박 전 대통령은 혈육인 박근령(63) 전 육영재단 이사장, 박지만(59) EG 회장을 접견 거부 명단에 올려 놓은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추석 때도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지난 3월 31일 구속 후,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여자 수용동 1층 가장 구석에 있는 22호실에 수감돼 있다. 3.2평 규모의 독방이다. 이 방은 원래 예닐곱명이 함께 쓰는 방을 박 전 대통령을 위해 개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식사는 수형자들이 배식을 하는 게 아니라, 전담 교도관이 직접 가져다준다고 한다. 서울 구치소는 설 당일 아침 식사로 떡국을 배식하고, 수형자 합동 차례를 열지만, 미결수인 박 전 대통령 등은 참석할 수 없다.

결혼을 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순실(62) 씨에게 오랜 세월을 의지해 왔다. 측근들에 따르면, 동생인 박근령 전 이사장과 박지만 회장과 사이가 벌어진 것도 최순실 씨와 그의 아버지 최태민 씨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삼남매를 혈육의 정으로 묶은 사람도 최 씨다. 그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멀어졌던 두 동생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일인 지난해 3월 30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와 그 아내 서향희 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뒤 떠나는 모습./배정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일인 지난해 3월 30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와 그 아내 서향희 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뒤 떠나는 모습./배정한 기자

삼남매는 지난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갈등과 화해를 되풀이했다. 최태민·최순실 부녀가 화근이었다. 박지만 회장은 1990년 둘째 누나 박근령 씨와 함께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누나를 최태민에게서 구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최태민 씨는 고문이었다. 두 동생은 최 씨의 퇴진을 요구했고, 18년 뒤 소유권 분쟁 과정에서 박 전 이사장과 박 회장도 송사로 다툼을 벌였다.

남매 간 관계는 박 회장이 2004년 서향희 씨(변호사)와 결혼하면서 한때 좋아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박 회장 부부가 첫아들을 얻자 병원을 찾았고, 조카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지난 2014년 2월 서 씨가 둘째 아들을 출산했을 때도 박 전 대통령은 병원에 들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을 일주일여 앞두고 조카를 얻은 박 전 대통령은 이때만 해도 행복한 명절을 보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직후를 기점으로 다시 멀어지며,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 전 이사장과 박 전 대통령 역시 불화설이 있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에게 반하는 행동을 보였다. 박 전 이사장은 4·11 총선 때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보은·옥천·영동에 출마했다. 애초 자유선진당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하지만 곧 사퇴했다.

지난 1990년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고문이었던 최태민(왼쪽) 씨./JTBC 방송화면
지난 1990년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고문이었던 최태민(왼쪽) 씨./JTBC 방송화면

그러다 그해 2월 25일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그가 참석하면서 그동안 쌓인 '앙금'을 푸는 듯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일본을 방문한 박 전 이사장이 일본 포털사이트 니코니코와 특별대담에서 현직 대통령인 언니를 난처하게 한 과거사 관련 발언으로 또다시 불화설이 제기됐다.

이런 삼남매 사이를 좁힌 것은 탄핵 사건이었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30일 구속을 앞둔(영장실질심사)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을 찾았다. 4년 만의 재회였다. 당시 박 회장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주변에 "이제 누나는 내가 모실 것"이라는 뜻을 밝혔으며 박 전 대통령은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 구속 10개월여 동안, 박 회장의 행보는 조용하다.

박 전 이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부쩍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우리 형님(언니)에 대해서는 항상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저의 멘토"라며 "선덕여왕 이후 1400년 만에 가장 위대한 여성 지도자로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일 박 전 대통령의 생일날 구치소를 찾아 "언니 사랑해"를 외치기도 했다.박 전 대통령에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잃었을 때처럼 다시 혈육만 남은 셈이다.

지난해 5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열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가 재판 방청을 위해 법원을 찾았다./이새롬 기자
지난해 5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열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가 재판 방청을 위해 법원을 찾았다./이새롬 기자

한편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 씨가 20년의 징역을 선고 받으면서, 이제 국정농단과 관련한 재판은 마무리 수순으로 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오는 20일 최 씨를 끝으로 사실상 증인신문을 매듭 짓는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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