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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체험기] '파업 이틀째' 출근길 '지옥철'을 탔다…"지옥보다 더 했다"

  • 정치 | 2017-12-01 17:09
서울지하철 9호선 파업에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김소희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파업에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김소희 기자

[더팩트 | 염창·당산역=김소희 기자] "파업 계속 한대요? 안 그래도 탈 때마다 죽을 맛인데…."

1일 오전 7시 30분 지하철 9호선 염창역. 대합실 안으로 들어서자 '지옥'은 시작됐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은 어찌보면 사치였다. 대합실 안에 들어선 이후 승하차 단말기를 거쳐 역 구내까지 떠밀리듯 이동했다. 겨우 역 구내에 발디딜 공간을 차지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급행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얼굴엔 초조함이 가득했다. 지하철 역 벽면에 부착된 열차 운행시간표가 무색할 만큼 지하철 연착은 계속됐고,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당산으로 출퇴근한다는 이소정(36·여) 씨는 "계속되는 지하철 연착에 10분 지각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확실히 파업 전보다 지하철 타는 게 더 힘들어졌다. 예전엔 한 대만 보냈다면, 이제는 두세 대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탈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윽고 7시 35분께 종합운동장행 급행 열차가 도착했다. 뒤에 서있던 20대 남성 한 명은 "이건 꼭 타야 되는데"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진입하는 열차 안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이미 가득차 있었다. 몸을 움직일 공간마저 없어 보였지만, 5명이 채 안 되는 시민이 내리자 수십 명의 시민들이 열차 진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천신만고 끝에 열차 안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꼭 타야 된다'는 혼잣말을 했던 시민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열차 내 공간 부족으로 다음 열차를 기약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열차를 탑승했지만, 열차는 곧바로 출발하지 못했다. 겨우 몸을 끼워 넣었지만, 가방이 출입문에 걸렸다. 이에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는 수차례 열고 닫음을 반복했다.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순간, 열차 안에서는 '밀지 마세요', '아 진짜' 등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9호선운영㈜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노동조합 파업' 관련 안내문을 부착함으로써 이번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김소희 기자
서울9호선운영㈜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노동조합 파업' 관련 안내문을 부착함으로써 이번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김소희 기자

3분가량의 정차였지만, 30분처럼 느껴졌다. 염창역에서 출발한 급행 열차는 당산역에 도착했다. 당산역은 지하철 9호선과 2호선이 운영돼 많은 이들이 환승하는 구간 중 한 곳이다. 2호선으로 환승을 하거나 당산역 출구로 나가기 위해 열차에서 나온 시민들은 오랜 시간 숨을 참았다는 듯이 거친 숨소리를 내쉬었다. 반면, 열차 내 시민들의 기쁨은 30초를 넘기지 못했다. 곧바로 당산역에서 강남 방면으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9호선 안으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또 다시 들린 한 마디는 '밀지 마세요' 였다.

경기 부천시 고강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55) 씨 역시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지하철역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뉴스에서 파업한다고 해서 별 생각 없었는데, 어제부터 정말 힘들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고강동에서 버스를 타고 염창역에서 환승해 광화문으로 출근을 한다고 했다.

이날 악명 높은 염창역의 출퇴근 '지옥철' 행렬은 9시까지 계속됐다. 8시 10분이 지나자 염창역 역내는 이전보다 조금 한산해졌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열차 배차시간으로 탑승이 지연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거주하는 김영철(51) 씨는 "파업 전보다 더 출근길이 고통스러운 것은 확실하다"며 "지옥보다 더하다고 생각한다. 파업의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출근길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데 이유가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1단계(개화~신논현역)를 운영하는 서울9호선운영㈜ 노동조합은 30일 새벽 4시를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6일간 이어진다. 노사 양측은 파업을 이틀 앞둔 지난 28일에도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1단계는 서울 강서지역부터 강남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탑승하는 노선이다. 따라서 출퇴근 시간대 이용객이 집중돼 '지옥철'로 유명하다. 이 구간에는 지난 2015년 급행열차 혼잡도 233%(서울시 발표 기준)로 1위를 기록한 염창역도 포함돼 있다. 233%란 지하철 한 차량에 탈 수 있는 정원(160명)보다 2.3배 많은 인원이 탑승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혼잡도가 개선됐지만 194%를 기록하면서 전국 지하철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이 뒤엉키는 곳으로서 명예(?)를 지켰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은 서울9호선운영 주식회사 노동조합의 6일간의 파업에 대비해 '무료 급행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이용자 수는 미비했다./김소희 기자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은 서울9호선운영 주식회사 노동조합의 6일간의 파업에 대비해 '무료 급행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이용자 수는 미비했다./김소희 기자

오전 8시 20분 염창역에서 출발한 지하철에 탑승하고 당산역에서 내린 시민을 취재하던 중 서울시 메트로 직원과 대화를 나누게 됐다.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하자 직원 A씨는 "파업 이후 평소보다 심한 건 배차 간격이다. 열차가 문을 닫아야 출발하는데 서로 사람들이 탈려고 하니까 지연되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악순환"이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9호선 노조 부분 파업 첫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5시 53분, 7시 25분 두 차례에 걸쳐 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 방면으로 가는 급행열차의 출입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하철 운행이 지연됐다. 노조와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은 출근 시간인 오전 7시~9시에 지하철 정상 운행을 약속했지만, 열차 고장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만 커졌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 측은 극심한 혼잡을 대비해 가양, 염창, 당산에 무료 급행버스를 배치했다. 그러나 버스 안에 앉아있는 승객은 시간대 별로 달랐지만, 8시 기점으로 한 명 뿐이었다.

고강동에서 출근하는 김 씨는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하며 출근하기 때문에 염창역에서 당산역으로 향하는 무료 급행버스를 타봤자 환승이 중간에 끊기기 때문에 돈을 이중으로 지불해야 해서 타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60대 남성은 "있는 줄도 몰랐다"며 "무료 급행버스 어디서 운행하느냐"고 기자에게 오히려 되물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붙은 포스터와 지하철 역 입구에 있는 입간판을 보지 못했나'라고 말하자 "사람이 밀리는 상황에서 스크린도어에 붙은 포스터를 볼 겨를이 있었겠냐"고 했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무료 급행버스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는 말에 "염창역의 경우 3번 출구에 5분 간격으로 무료 급행버스를 진행했는데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가양, 염창, 당산역 모두 5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에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자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려서 죄송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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