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쿵!"
배수로에 빠진 군용차량에서 병사 한 명이 사력을 다해 군사분계선(MDL) 남쪽을 향해 질주한다. 그 뒤로 4명의 북한군 병사들이 권총과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귀순 병사를 추격했다. 이들은 평소의 훈련량을 보여주 듯 즉각적으로 엎드려 쏴와 앉아 쏴, 무릎 쏴, 서서 쏴로 사격 자세를 취하며 변절한 옛 동료를 향해 40여발의 총탄을 발사했다. 웬만한 첩보영화보다 더 긴박한 순간이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 브리핑룸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유엔사는 귀순병사 오모 씨의 귀순 과정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영상 도입부분은 13일 오후 3시11분쯤으로 북한군 군용 지프차량이 빠른 속도로 MDL 북쪽에 위치한 일명 '72시간 다리'를 건너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때부터 한미연합사 상황실은 북한군의 이동상황을 감시했다.
북한군 지프차량은 1분 뒤인 오후 3시13분 MDL 10m 앞까지 돌진하다 배수로에 빠지고 만다. 이어 1분 뒤인 오후 3시14분 판문각에서부터 북한군 추격조 4명이 MDL 쪽으로 신속하게 이동한다. 1분 뒤인 오후 3시15분부터 백두산 권총과 AK소총으로 무장한 추격조는 귀순 병사를 향해 40여발의 총격을 가한다. 이 사격으로 귀순 병사는 복부와 어깨 등에 모두 5발의 총상을 입었다. 총상에도 귀순 병사는 남녘을 향해 달리다 기어가기를 반복했고, MDL 남쪽 50m 지점에서 쓰러졌다.
열상감지장비(TOD) 영상으로 확인한 결과 우리 군은 귀순 병사가 MDL을 넘어온 지 16분 후인 오후 3시55분 귀순병사가 쓰러진 장소를 확인했다. 귀순 병사는 군사분계선에서 50여m, 아군 초소에서 우리 측으로 불과 20여m 떨어진 낙엽더미에 쓰러져 있었다.
귀순 병사 확보를 위해 JSA 대대장(육군 중령)을 포함한 부사관 2명 등 모두 3명이 구출작전에 나섰다. 앞서 일부 언론은 귀순 병사 구출 작전에 대대장은 참여하지 않고 인근에서 엄호만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엔사가 공개한 영상에서 대대장은 포복조로 적극적으로 귀순 병사의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귀순 병사 구출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사는 귀순 영상을 근거로 북한군 추격조가 모두 2차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총격을 가했다는 것과 북한군 병사가 잠시나마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것을 이 영상으로 확인했다"며 "이는 두 차례 유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중요한 결론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현행 정전협정은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장행동 중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설정 ▲군사정전위원회 및 중립국감동위원회 설치 ▲전쟁포로 인도·인수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회의 소집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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