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4명(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이 형사처벌 및 구속 등의 위기에 놓이면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대공수사권 이관'을 도마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는 지난 13일 수사권 이관을 비롯해 △명칭 변경 △직무 범위 명확화·구체화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 △내외부 통제 강화 △위법한 명령에 대한 직원들의 거부권 활성화 등을 검토 사항으로 제시했다.
특히 'IO(이아오, Intelligence Officer)'로 불렸던 국내정보 담당관을 폐지한 데 이어, 이를 관할하며 국내 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한 7국(국내정보 분석)과 8국(국내정보 수집)을 없애기로 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법 정비안을 조속히 마련해 연내에 개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활동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입법 권한이 있는 정치권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 여야 간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간첩조작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국내 정보 활동의 빌미가 되어왔던 국정원의 수사기능을 없애겠다"며 "대공수사권은 특별히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이 부패권력 하수인에서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하는 소중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국정원 스스로 인적·제도적·문화적으로 총체적인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7일 "국정원이 지금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이명박근혜 정권' 하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걱정원'이 아니라 국민에게 존중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이 적기"라고 했다.
반대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5년짜리 정권이 모든 것을 완장부대가 인민재판하듯 몰고가고 있다"며 "차라리 국정원을 해체하는 게 맞다"고 힐난했다. 이철우 한국당 의원은 당에 가칭 '국정원 개악저지 TF'를 구성해 맞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수사권'을 잃을 위기에 있는 당사자의 입장은 어떨까. 국정원 관계자는 17일 <더팩트>에 "대통령 공약 사안"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이러한 표명을 한 까닭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청와대는 인사를 포함해 관리, 감독 등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평론가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 적대적 대치 상황을 고려하면 수사권은 반드시 국정원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간 국정원이 쌓아온 노하우와 각종 정보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까지 비하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신 교수는 "일각에선 미국 CIA와 독일 정보국 등의 수사권한에 대해 비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남북이 적대적 대치를 하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외국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현재 남북의 분단 상황을 감안하면 국정원에 수사권이 절대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등 위법성'와 관련 "물론 과거의 그런 일탈까지 잘했다고 칭찬하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이관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과 그냥 수사권을 유지하는 상황을 비교하면 '수사권 이관'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북 문제의 수사는 노하우가 필요하다"면서 "검·경이나 새로운 기구에게 정보만 수집해서 넘겨주면 이들은 진위 여부 판결, 분석 등은 누가 확인하겠나. 분명 국정원은 전문성이 있다. 이런 것까지 부정할 수 없지 않나"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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