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자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제72차 유엔총회 무대에 섭니다. 18일(현지 시각)부터 3박 5일 간 미국 뉴욕을 방문해 기조연설(21일)과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합니다. <더팩트>는 대통령 동행 취재를 하고 있는 뉴욕 현지 기자의 취재 현장 안팎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전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 | 뉴욕=오경희 기자] 드디어 '총성 없는 전쟁터'로 불리는 '본진'에 들어갔다. 20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로 나섰다. 구글맵을 이용해 브로드웨이(Broadway)를 지나 서쪽으로 1번가, 동쪽으로 이스트 강과 경계를 이룬 곳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바로 제72차 유엔총회(General Assembly)가 열리는 유엔본부(United Nations Headquarter: 1 United Nations Plaza, 44th St.)다.
국제평화와 안전, 국제협력 촉진 등을 모토로 삼는 유엔은 국제 연합의 최고 기관으로, 매년 9월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새로운 정기총회(유엔총회)를 연다. 참석 규모나 의제 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외교행사다. 100개국 이상 정상급 인사들이 이 기간 뉴욕으로 총집결한다. 국제 정치와 경제, 안보 등 다양한 주제들을 동시에 다룬다. '외교 슈퍼볼'로 불리는 이유다.
대규모 행사인 만큼 '철통 경비'가 이뤄졌다. 이날 오전 9시께 유엔본부 인접 거리와 진입 길목에는 방호벽이 설치돼 출입이 통제됐다. 유엔본부 앞 도로인 1번 애비뉴(avenue)는 물론이고, 한 블록 건너편인 2번 애비뉴 쪽에서 유엔본부로 들어가는 도로도 차단했다. 각국 대표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차선 하나를 비워놓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또 곳곳에 뉴욕경찰(NYPD)들을 배치해 검문검색을 했다. 유엔본부 진입로에선 일일이 신분과 행선지, 목적 등을 물은 뒤 방호벽을 열었다. 유엔총회 취재진과 관계자 등은 프레스증과 비표, 일반인 방문객은 여권 등을 확인한 뒤에야 길을 터줬다. 총회 참석 인사들이 묵는 밀레니엄 유엔 플라자 호텔 입구와 유엔본부로 연결되는 인도엔 총기로 무장한 뉴욕경찰과 경찰차 및 소방차 등이 줄지어 대기했다. 뉴욕경찰 관계자는 "올해는 북핵으로 세계 정세가 어지럽고, 특히 총회 기간엔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만큼 검문검색을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다.
엄격한 통제 속에 도착한 유엔본부. 193개 회원국의 국기가 나부꼈다. 건물 밖에선 미국 언론매체 <CNN>, <AP> 등 취재진들이 유엔총회 현장을 중계했다. 그 옆으로 각국 취재진과 방문객들이 본부로 들어가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다렸다. 각양각색의 외모와 언어가 유엔 총회 현장이라는 것을 말해줬다. 취재진인 경우 '미디어 출입구(Media Entrance)', 방문객은 '방문객 출입구(Visitor Entrance)'라고 쓰인 좌우 출입구를 지나면 무기와 폭발물 소지 여부를 검색했다. 공항 검문 검색 과정을 떠올리면 된다.
검색대를 통과하면 넓은 잔디밭과 이스트 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본부 입구엔 지구본과 총구가 묶인 총 조형물이 설치돼 유엔본부의 성격을 보여준다. 유엔은 1945년 10월 24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즈벨트에 의해 출범했다. 국제법, 국제적 안보공조, 경제 개발협력 증진, 인권 개선으로 '세계평화'를 유지하자는 게 설립 취지다.
언론 관계자만 이용할 수 있는 통로를 거쳐 내부에 발을 들였다. 여기서 또 한 번의 검색을 거쳐야 했다. 각국 사진기자들이 '포토존'에서 대기했고, 주요 행사가 진행된 층에선 경찰들이 통제하며 언론매체도 비표 별로 출입을 제한했다. 몇몇 회의장 밖에선 각국 기자들이 맨 바닥에 앉아 지친 얼굴로 노트북을 켜고 기사를 송고하고 있었다. 한 미국 신문기자는 "취재 하느라 밥을 먹지 못했다"며 초코바를 입에 문채 인사를 건넸다.
미디어에 개방된 한 회의장에선 난민들을 위한 재단 설립에 관한 발제와 토의가 준비 중이었다. 유엔은 토의·권고의 기관으로, 모든 가맹국으로 구성되며 한 나라는 한 표의 투표권을 가진다. 중요 사항은 3분의 2 이상, 그 밖의 사항은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가입했다.
총회의 하이라이트는 일반토의(General Debate)로, 지난 1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각국 정상들은 약 15분간 기조연설을 통해 자국 현안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유엔총회 연설을 한반도 정책 발표의 기회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출국 전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문 준비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곧 '뚜껑'이 열린다. 일단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당부하는 동시에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압박과 제재' 속 '대화 추진'이란 투트랙 전략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난 19일 한국과 동맹 관계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 등 강경 발언을 해 문 대통령의 메시지 수위에 국내외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과연 문 대통령은 '유엔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 유엔 본부 회의장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그 '답'은 다음 날 해가 뜨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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