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암동=윤소희 기자] "커피에서 신맛이 많이 나네, 나쁘지 않아."
한 커피 가게에서 중년 남녀가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는 '문 블렌드'라는 커피 맛이다. 옆 테이블에서는 한 여성이 아들로 보이는 중학생 남짓한 소년에게 "내일 텔레비전에서 박근혜 재판하는 거 볼 수 있겠네"라고 말했다.
필자는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단골 커피 가게로 알려진 '클럽 에스프레소'를 방문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이 가게는 청와대 옆길로 30분 정도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북악산을 따라가는 길이라 경사가 제법 있어 더운 날씨에는 무리인 듯하지만, 바람 부는 선선한 날에는 산책하기 좋은 길이었다. 뒤돌아섰을 때 보이는 서울 전경은 N서울타워에서 보는 뷰에 버금갔다.
1990년에 오픈해 올해로 스물일곱이 된 클럽 에스프레소는 벽돌로 된 건물에 있다. 붉은빛의 벽돌과 흰 테라스 창문이 묘한 조화를 이룬 건물 옆에는 작은 정원과 테이블이 있어 바깥에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클럽 에스프레소의 대표 메뉴는 최근 문 대통령의 커피로 알려진 '문 블렌드' 커피다. 이는 문 대통령이 즐긴다는 콜롬비아 4, 브라질 3, 에티오피아 2, 과테말라 1 비율의 블렌딩 원두로 내려진 커피다. 마은식 클럽 에스프레소 대표에 따르면 이 블렌딩 비율은 30년 이상 커피 오리지널 마니아들만 아는 비율이라고 한다.
직접 마셔본 문 블렌드는 부드러우면서도 산미가 강한 커피였다. 필자는 아이스 문 블렌드를 마셨지만, 뜨거운 문 블렌드를 마신 몇몇 손님들은 편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콜롬비아 원두는 부드러운 맛, 브라질은 단맛, 에티오피아는 산미, 과테말라는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한다.
평일 낮이라 카페에는 동네 주민 혹은 모임을 위해 모인 중년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필자의 옆 테이블에 앉은 중년 남녀는 뜨거운 문 블렌드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대화를 나눴다. 남성은 문 블렌드의 맛을 물었고 여성은 "신맛이 많이 나네,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한참을 문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른쪽 테이블에는 중학생 쯤되는 소년과 엄마인 듯한 여성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여성은 코코아를 마시는 아이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 소식을 알렸고, 아이는 시큰둥하게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은 "무기징역을 내려야 하는데…. 나라를 너무 망쳐놨다"고 또 한 번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창가에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중년 여성 두 사람은 부암동 주민으로, 4년째 클럽 에스프레소의 단골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카페의 단골인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이들은 "평일 이 시간(오후 4시)에는 손님이 없어 조용했는데, 확실히 유명해진 것같다"며 아쉬워했다.
아르바이트생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후, 그가 선호하는 블렌딩 비율이 알려지자 클럽 에스프레소 손님은 배로 늘었다고. 그는 "2인 이상 손님이 오면 문 블렌드는 꼭 한 잔씩 주문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단콜 카페는 커피의 정적인 분위기와 시끌벅쩍한 사람들의 수다가 어우러져 그 속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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