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재필 기자] 문재인(64)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선거 막판 추격전을 벌였지만, 문 당선인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 이번 대선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부터 줄곧 여론조사 1위를 수성한 문 당선인의 '대세론'으로 낙승이 예상됐었다.
문 당선인이 이처럼 낙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우선 가장 큰 요인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야기된 정권교체에 대한 거센 국민적 열망을 선점했다. '적폐청산'과 '정권교체'로 대변되는 촛불민심, 즉 시대정신을 읽었다는 이야기다.
◆'적폐청산' 열망 선점, 지리멸렬 보수 진영
실제 문 당선인은 대선 기간동안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걸었다. 게다가 '반문연대' 프레임을 내세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싸잡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며 진보 진영을 결집시켰다.
문 당선인 캠프의 전병헌 전략본부장은 9일 "문 당선인은 촛불정국 때부터 적폐청산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며 "문 당선자의 이런 의지가 '정권심판'이라는 시대정신과 맞아 떨어진 게 승리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상파 3사의 심층 출구조사에서도 후보 선택 이유 중 부패·비리청산이 20.7%로 가장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으로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도 문 당선인의 승리에 한몫을 했다. 새누리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으로 쪼개졌고, 이렇다할 후보도 내지 못하는 인물난을 겪었다. 문 당선인의 강력한 대항마로 내세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검증 과정에서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패배 복기…'약점' 선제적 대응
2012년 대선 패배 원인을 복기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전략도 주효했다. '중도층 끌어안기'와 '안보 공세 방어 전략'이 그것이다.
문 당선인은 일명 '용광로 캠프'로 불리는 선대위에 당내 주류와 비주류는 물론 중도 보수 진영 인사들을 대거 흡수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참여한 전문가는 8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선대위 출범 뒤 대부분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로 흡수됐는데, 위원장을 맡은 이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경제 가정교사'였던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이었다.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부위원장을 맡아 문 당선인의 정책 수립을 주도했다. 특히 이들이 만든 '성장담론' 중심의 정책은 중산서민층의 호응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당선인은 군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안보 이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문 당선인은 선거 초반부터 "사악한 종북 공세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제기한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 의혹에 대해서도 공격적으로 맞섰다.
'아덴만의 영웅'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예비역 장성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냈고, 유세 현장 곳곳에서 검은 베레모를 쓴 특전사 퇴역 장병들을 등장시키는 '코스프레 유세'도 주저하지 않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선 "집권 시 국회 동의 절차를 밟겠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중도층을 끌어안았다.
◆'상처뿐인 경선'을 '당내 화합 시너지'로 끌어내
'본선보다 치열했던' 당내 경선은 '상처'로 얼룩졌다. 문 당선인 지지층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은 온라인 상에서 '막말'을 하며 상대 후보를 공격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계파 싸움으로 '삐거덕'됐던 경선이 재현되는 듯했다.
하지만 문 당선인은 경선이 끝난 뒤 안 지사와 이 시장 등 경쟁자들과 '호프 모임'을 가지며 화합을 이끌어냈다. 선대위에 박영선·이종걸 의원 등 안 지사와 이 시장 쪽 인사들을 중용한 것도 각 경쟁자의 '지지층'에 화합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과정의 과열경쟁은 문 당선인의 화합 메시지로 일단락됐고, 오히려 치열했던 만큼 협력적 관계가 형성돼 당내 화합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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