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재필·이덕인·임세준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일 재판을 앞두고 서울에서 은밀하게 공판에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우 전 수석의 근황이 언론에 노출된 것은 지난 4월 1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이후 처음이다.
우 전 수석은 함께 기소된 아내 이민정 씨와 장모 김장자 씨, 그리고 변호인으로 추정되는 50대 초중반 남성 등 극히 일부만 만났을 뿐 외부와 연락을 끊고 아예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듯했다. 특히 우 전 수석과 가족은 외출 시 먼저 주변을 살피고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검정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등 노출되지 않기 위해 '주변 경계'를 철저히 했다. 검찰 출석 및 청문회 출석 당시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실제로 <더팩트> 취재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난 4월 18일 오후 6시 20분께, 우 전 수석은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자택을 나와 미리 대기하고 있던 K9 차량에 올랐다. 자택에서 나온 뒤 경비원의 안내를 받아 차량에 오르기까지 불과 1~2분의 짧은 찰나였지만, 우 전 수석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우 전 수석의 이런 태도는 그동안 보였던 모습과 상반된다. 그는 검찰, 국회 청문회,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에 출석할 때마다 기세등등한 거만한 자세로 도마에 올랐다. '레이저 눈빛'을 수시로 쏘는 우 전 수석의 이런 고압적이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국민은 비난을 쏟아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 6일 검찰 출석 당시 취재진을 노려보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비난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어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공개수배까지 이뤄졌지만, 우 전 수석은 같은 해 12월 22일 청문회에 출석하면서도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박영수 특검에 출석하면서 "최순실을 알지 못한다"며 여전히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런 우 전 수석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건 4월 11일 영장실질심사 당시부터이다. 그는 실질심사가 끝난 이후 취재진에게 "수고하십니다"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태도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우 전 수석을 최근 취재진이 본 모습도 그동안 보였던 거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집밖을 나설 때마다 경비원의 사전 안내를 받고, 주위의 시선을 살피는 등 철저하게 사주경계를 했다. 우 전 수석의 자택 경비는 우 전 수석이 나온 후 차량에 타기까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그가 주변에 노출되지 않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날 우 전 수석은 변호인으로 추정되는 50대 초중반의 남성과 자택에서 차로 불과 2~3분 떨어진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에서 장시간 머물렀다. 이곳은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는 곳으로, 주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새로 물색한 회의장소인 듯했다.
우 전 수석이 아내 이 씨와 함께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장모 김 씨의 집에 들렀을 때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우 전 수석의 아내 이 씨는 주변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외출 시는 물론, 틴팅(썬팅)된 차량 안에서도 검정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4월 12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처음으로 장모집을 찾은 4월 19일, 우 전 수석은 '탁월한(?)' 운전실력으로 취재진을 따돌리기도 했다(더팩트 취재진이 확인 한 내용으로 실제 방문은 더 있을 수 있다). 이날 밤 9시께 장모집을 나서는 우 전 수석의 차량을 <더팩트> 취재차량 2대가 따라붙었으나 취재진을 알아본 우 전 수석이 차량을 빠르게 몰아 그의 차량을 놓쳤다. 취재진은 10여 분 뒤 우 전 수석의 자택에 주차된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 전 수석은 4월 26일 오후 3시 35분쯤 자택을 나와 가족회사 '정강'에 들러 3시간가량 머물기도 했다. 당시에도 회사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 1명과 경비가 우 전 수석의 차량이 빠져 나갈 때까지 주변을 둘러봤다. 구속영장 기각 결정 전부터 20여일 동안 밀착 취재한 <더팩트> 취재결과, 우 전 수석은 당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조사에 나설 때 당당했던 모습과 달리 공판을 앞두고 갈수록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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