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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마크맨' 25시] "암rrr…" 우간다 똑순이의 돌발 영어 질문에 '동공 흔들'

  • 정치 | 2017-04-11 16:12

"하이, 촬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be정상회담' 행사에 참석해 우간다 유학생인 '우간다 똑순이'와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장미 대선'이 시작됐습니다. 5월 9일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이번 선거는 기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후보도 많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김종인 전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주요 대권주자입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취재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후보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보들과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를 '마크맨'이라고합니다. <더팩트> 기자들도 각 후보별 마크맨들이 낮밤없이 취재 중입니다. '마크맨 25시'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없이 풀어쓰는 코너입니다. 각 후보 일정을 취재하며 마크맨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10일에도 분주했다. '마크맨'인 필자도 덩달아 엉덩이 한 번 제대로 붙일새 없이 바빴다. 오전 8시 '경제개혁 행보'의 일환으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공정성장과 미래'에 대해 특강을 했다. 오전 10시엔 '교육개혁 행보'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년일자리 be(비)정상회담' 행사를 진행했다. 끝나자마자 오후 1시 30분 경기 하남시장 재보궐선거 지원유세 나섰다. 정신없이 바쁘고도, 진지한 일정인 가운데 이날도 어김없이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갑자기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안 후보의 '임기응변(臨機應變·그때그때 처한 뜻밖의 일을 재빨리 그 자리에서 알맞게 대처하는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 돌발1) 우간다 학생, "촬스~" 부르자 '아재표' 영어발음 구사

안철수의 시그니처 패션? 하늘색 셔츠를 입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be정상회담' 직전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 국회=배정한 기자
안철수의 시그니처 패션? 하늘색 셔츠를 입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be정상회담' 직전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 국회=배정한 기자

'준비된 전문가 후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안 후보의 '소매 걷어붙이기'는 이날도 계속됐다. 안 후보는 앉자마자 양복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고, 셔츠 소매를 싹 올렸다. 청년과 함께하는 '젊은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한 우간다 청년에게 즉석 '영어검증'을 받았고, 곧 친숙한 '아재'임을 드러내야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청년일자리 be정상회담'은 세계 정상회담 콘셉트로 각국 청년들이 모여 안건을 놓고 토론을 펼치는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벤치마킹한 행사다. 안 후보는 '청년총장',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청년의장',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청년의장'을 맡았다. 청년be정상회담 be정상청년 대표로는 알바퀸 법대생, 기숙사 메뚜기, 프로노동러, 초보취준생, 스타트업 원룸푸어, 어쩌다 3학년, 우간다 똑순이가 참석했다.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 듣고, 청년정책관련 분야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학생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한 학생이 있었다. 한국 청년문제에 관심이 많은 우간다에서 온 장학생 '우간다 똑순이'였다. 한국말이 다소 어눌했지만, '똑순이'답게 내용 만큼은 똑부러졌다. 때문에 '똑순이'는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했다. 안 후보는 '똑순이'가 발언을 할 때마다 '아빠 미소'를 지었다. 2012년 청춘콘서트에서 보던 안 후보와 다름없었다.

"청년 1시간, 아재 1시간보다 소중해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be정상회담'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지금 기숙사에서 졸업할 때까지 살고 싶은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주제로 청년주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도 안 후보의 여유로운 미소는 여전했다. '기숙사 메뚜기' 학생은 "대학생활 2년 동안 3번 이사했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에서 1년밖에 못 산다.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려고 집을 찾아봤는데, 비싸서 못 구하고 학교와 20분 거리에 있는 방을 구했다. 나 하나 누우면 꽉 찰 정도의 방을 27만 원 줬다. 대학에 오면 공부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먹고사는 문제가 빨리 찾아왔더라"고 토로했고, 안 후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이때, '똑순이'가 나섰다. 그는 "한국 대학은 1학기나, 1년만 기숙사에 살 수 있다. 한국 학생들에게 저렴하고 편안한 집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안 후보는 종이에 필기를 하고 있었다. '똑순이'는 그런 안 후보의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Charles~!(촬스·안 후보의 영어 이름)". 찰진 본토발음이었다. 안 후보는 깜짝 놀라 '똑순이'를 바라봤고, '똑순이'는 "I think this is a very serious problem!(나는 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해!)"이라고 또 한번 발음을 굴렸다. 안 후보의 동공은 흔들렸다.

'돌발상황'에 좌중은 폭소했다. 모든 시선은 안 후보에게 쏠렸다. 워딩을 받아치던 기자들도 모니터에서 얼굴을 떼고 안 후보의 입을 바라봤다. 각자 바라보는 심경은 다르겠지만, 대부분 미국 유학 경험자인 안 후보에게 기대심리가 있었으리라. 안 후보는 곧 갈 곳 잃은 눈동자를 다 잡고, 또박또박 말했다. "암rrr 베리 심파떼띡 투 유어 프로블롬(I'm very sympathetic to your problem·나도 네가 말한 문제에 동감해)." 길지 않은 한 문장을 자신 있게 내뱉고 '씩' 웃는 안 후보 때문에 참석자들은 또 한 번 '빵' 터졌다.

구수한 발음으로 이목을 확 끌어당긴 안 후보는 "청년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 전 그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 청년층 1인 가구 중심으로 연간 5만 호 정도까지 확대해야 이 문제를 좀 더 진일보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서, 최저임금과 관련해선 "임기 중 1만 원 이상으로 올리겠다. 최저임금 인상이 곧 삶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다. '청년의 1시간'이 '아재의 1시간'보다 더 중요하다" 강조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일단 이날 청년 표심잡기는 '아재표 임기응변 영어'로 성공적인 것 같았다.

◆ 돌발2) 숨은 장난기 발동…'꼭꼭 숨어라, 안철수 없당~?'

'꼭꼭 숨어라, 안철수 없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10일 유형욱 국민의당 하남시장 후보 선거유세에 나섰다. 맨 위 사진은 포토타임 때 유 후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몸을 뒤로 숨기는 안 후보. /하남=서민지 기자
'꼭꼭 숨어라, 안철수 없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10일 유형욱 국민의당 하남시장 후보 선거유세에 나섰다. 맨 위 사진은 포토타임 때 유 후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몸을 뒤로 숨기는 안 후보. /하남=서민지 기자

안 후보의 나름 사려 깊은 배려는 곧 사진기자들에게 '돌발 상황'을 안겨줬다. 4·12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이날 안 후보는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에서 유형욱 국민의당 하남시장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후보와 유 후보를 비교하며 "책임 있는 정당의 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했고, 이어 유세 차량 위에서 포토타임을 가졌다. 지지자들은 "저기 있네 안 후보. 아우 너무 잘생겼다~ 하얘가지고"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언주 의원-안철수 대선후보-유형욱 시장후보-정동영 의원-박주원 경기도당 위원장-손금주 의원' 순으로 섰다. 주인공인 유 후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중간 자리'를 내준 안 후보의 배려였다. 그러나 '폰카'를 찍던 지지자들은 소리쳤다. "안 후보님! 옆에 있지 말고 중간으로 서주세요. 자리 바꿔주셔야죠!"

안 후보는 쑥스러워하며 요청을 한사코 고사했다. 그러나 사진기자들까지 "이동해달라"고 위치변경을 요구하자, 마지못해 유 후보와 자리를 바꿨다. '이언주-유형욱-안철수-정동영-박주원-손금주' 순으로(호칭 생략).

'번쩍번쩍' 그제야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그런데 갑자기 안 후보는 본인보다 키가 큰 유 후보 뒤로 '쏙' 자신을 숨기며 유 후보를 앞으로 밀었다. 지지자들은 "앞으로 나와주세요!"라고 아우성이었다. 안 후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거의 카메라 플래시가 사라질 때쯤 고개를 빼꼼 내밀며 웃었다.

취재 중 '돌발 상황'은 진지하고 딱딱할 것만 같은 안 후보의 '색다른(엉뚱한) 면모'를 볼 수 있는 기폭장치가 된다. 마크맨으로서 소개해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쯤되니 내일은 또 어떤 '돌발 상황'이 있을까. 은근히 기대된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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