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윤소희 기자] 안경은 단순히 시력을 교정하는 기능성 제품이 아니다. 안경 하나로 지적인 이미지를 얻는가 하면, 안경테를 바꾸는 사소한 행위로 무게감이 생기기도 한다. 정치인들에게도 안경은 이미지 재고를 위한 중요한 아이템이 된다. 안경을 낀 정치인은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대부분의 대선주자들도 안경을 쓴다. 여론에 따라 안경테를 바꾼 이가 있는가 하면 5년째 같은 안경을 껴 모델명보다 '○○○안경'이라는 수식어를 더 유명하게 만든 이도 있다. 대선주자들의 안경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안경의 외적인 부분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둥근 프레임의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문재인 예비후보는 원에 가까운 큰 직경의 프레임, 안희정 예비후보는 조금 더 납작한 타원형의 프레임이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기본적으로 사각 프레임이나 모서리 부분이 곡선으로 처리돼 원형 프레임 같은 자연스러움을 보인다. 유승민 예비후보의 안경은 보통 직경의 전형적인 원형 프레임이다. 대선주자들에게서 흔히 '뿔테'로 불리는 두꺼운 테의 안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안경사협회 송재상 감사는 "보통 고객들에게 안경테를 추천할 때 얼굴형부터 이미지와 직업을 고려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얇은 테에 둥근 프레임은 부드럽고 친근하고, 뿔테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라며 "시대가 변했고 최근 사회 분위기가 어지러워서 대선주자들 역시 얇은 테와 둥근 프레임을 선호하는 추세인 듯하다"고 말했다.
대선 예비후보들이 고른 안경들이 정계에서 애용되는 브랜드인 점도 눈길을 끈다. 문 후보는 지난 대선부터 덴마크 브랜드 린드버그의 '모르텐'을 착용해왔다. 안 후보 역시 같은 브랜드의 '오리온' 모델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얻었다. 두 후보를 비롯해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 박영수 특검 등 여러 정치 인사들이 린드버그를 애용하고 있다.
유 후보의 안경은 독일 브랜드 볼프강 프록쉐다. 볼프강 프록쉐는 유 후보의 안경보다는 다른 이의 안경으로 유명하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해당 브랜드명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연관 검색어는 '우병우 안경'이다. 이외에도 이규철 특별검사보,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 등이 볼프강 프록쉐를 선택했다.
린드버그와 볼프강 프록쉐는 클래식하면서도 젊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브랜드로 대선주자들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송 감사는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이미지에 잘 맞는 안경을 택한 이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꼽았다. 그는 "린드버그 브랜드 자체 이미지는 물론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모델을 선택했다"며 "두 사람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적합한 안경"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안경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유권자들은 오는 대선에서 안경 너머에 있는 눈동자를 마주하고 진심을 읽어내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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