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변동진 기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 씨는 국내 대기업 후원금을 국외로 빼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되는 비덱스포츠와 더블루K 독일 법인을 설립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아들인 재독 변호사 박승관(46) 씨와 손을 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기밀·외교·안보' 문서 등을 포함한 태블릿PC를 갖고 다닌 최 씨가 보안사범 직계와 긴밀하게 접촉했다는 점은 기밀 문서 국외 유출의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국가 존망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보안문서 유출이 없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밀문서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 씨의 태블릿PC에는 어떤 기밀 문서들이 들어있을까. 21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최 씨의 태블릿PC에 포함된 극비 외교 문건은 200여 건에 이른다.
최 씨는 지난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아베 총리가 보낸 특사단을 접견하기 7시간 전 한국 측이 준비한 시나리오를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는 '일본 특사에 독도를 언급하지 마라', '위안부는 먼저 언급할 가능성이 낮다', '올바른 인식이 양국 관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라고 말할 것' 등의 대응 방향도 포함돼 있었다.
최 씨가 문건을 수정했는지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이같은 극비 문서가 유출될 경우 '형법상 외교상기밀누설죄'를 떠나 경우 심각한 외교 문제로 발생할 수 있다.
'일본 특사단 문서' 외에도 ▲'멕시코 문화행사 검토 보고'(2016년 2월 이정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 작성) ▲'중국 시진핑 통화자료'(2013년 3월 20일), ▲길라드 호주 총리 통화자료(2012년 12월 28일) ▲대통령 북미 순방 일정(2014년 9월) 등이 있다.
특히 대통령의 신변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순방 일정 등도 민간인 최 씨의 PC에 담겼다. 문제는 이런 극비문서가 아무렇지 않게 최 씨 주변인들에게 공유됐다는 점이다. 실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지난 9일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 증인으로 출석해 "(최 씨가)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 등 청와대 '극비문서'를 들고다녔다"고 증언했다.
박헌영 과장은 "저도 군 생활을 청와대 대통령을 지키는 곳에서 근무했다"며 "대통령 순방과 관련한 시간표가 극비문서인데 멕시코 순방 등 시간표 등을 저한테 보여줬다. 멕시코 순방 등 시간표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를 아우르는 협력 구상안 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한, 최 씨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으로부터 넘겨받은 '박근혜 대통령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공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 기념연설'과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내용 있었던 2013년 8월 5일 '국무회의 말씀', 대통령 서유럽 순방(2013년 10월 31일)을 앞두고 개최된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파일', 대통령 당선 뒤 첫 신년사(2012년 12월 31일), 2013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유세문(2012년 12월15일), 당선 소감문(2012년 12월19일) 등을 직접 수정하기도 했다.
특히 최 씨가 미리 받아본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선언은 극비 중의 극비 문서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드레스덴 선언문을 통해 이른바 '통일대박론'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놨다. 당시 선언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관계 로드맵으로 극도의 보안 속에 내놨던 자료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극비 문서를 최 씨가 하루 전에 받아본 것이다.
수사기관 한 관계자는 "최씨의 태블릿PC에 있는 극비 문서는 고영태 등 주변인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면서 "유출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정 전 부속비서관은 최 씨에게 공무상 비밀 47건을 포함해 180건에 이르는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20일 구속기소됐다. 그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비밀누설 혐의 공판에서 "대통령이 최 씨의 의견을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어서 그다음부터는 건마다 지시를 받지 않았어도 보내줬다"고 증언했다.
또 "최 씨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일정 부분 국정에 반영됐다. 지난해 초까지 자료를 최 씨에게 보내주고 의견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최 씨가 8대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 1대를 사용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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