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윈윈 전략인가, 제로섬 싸움인가.'
최근 차기 유력 대선 주자 1·2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간 경쟁 구도에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밀월' 관계를 유지해 오던 두 사람 진영에서 서로를 향한 화살을 겨누며 본격적인 '대권 승부'를 예고했다.
불씨는 안희정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에서 시작됐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부산대 '즉문즉답' 행사에서 "(이명박, 박근혜)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들을 위해서 좋은 정치 하시려고 했다"며 "K재단, 미르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측은 '박근혜 대통령 두둔 발언'이라며 안 지사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정청래 전 의원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안희정이 선한 의지로 얘기했다고 하더라도 대연정 전과 때문에 세상은 선한 의지로 안 보는것 같다. 민심이 천심이다"라고 주장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도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한 의지로 포장되어 있다(The road to the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는 서양 속담을 올려 안 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안 지사는 '선한 의지' 논란에 대해 20일 대전 유성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두둔하려고 말한 게 아니다"며 "좋은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수단이 정당화된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아니냐. 그 폐해를 극복하자는 저의 취지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양측의 대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안 지사의 '피바람'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문 전 대표가 그의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20일 "분노가 빠져있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안 지사는 "지도자의 분노는 단어 하나만 써도 많은 사람이 피바람이 난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21일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다.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심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나"라며 재반박하며 논란이 커졌다.
그간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친노무현' 뿌리 아래 서로 공격을 자제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듯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 지지율도 오르고, 저도 함께 오르고 이러니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라며 안 지사를 치켜세웠고, 안 지사도 "동지애로서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실제 두 사람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동반 상승했다. 이는 문 전 대표가 진보 성향 지지층을 결집하고, 안 지사가 여권 대선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양측 모두 지지층이 겹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맹추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안 지사는 지난 20일 지지율 20%대를 돌파하며 4주 연속 상승해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12%P대로 좁혔다. 때문에 '본선급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모두 양측의 지지층을 빼앗아 와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성'과 '탈환'의 '외나무다리 승부'인 셈이다.
양 진영의 '파열음' 역시 이 같은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란 관측이다. '문재인 대 안희정'이란 양강 구도를 강화하면서 '경선 흥행'을 노린 전략이란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야권 내 한 관계자는 "둘의 경쟁이 관심을 끌면서, 민주당 경선 자체에 관심을 유도하고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부 경쟁 과열'에 대한 '동반 지지율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서로를 집중 공격하다가 '집토끼(고정 지지층)가 분산되면 오히려 손실이 더 클 것이란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모두 뿌리가 같고 본선 이후 힘을 합쳐야한다는 생각은 깔려 있지만, 두 사람 간 '동반 상승' 구간이 지나면서 향후 캠프간 경쟁이 격화되면 경선 이후 내부 통합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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