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민지 기자] 술잔을 부딪히며 '짠짠짠'. 오고가는 잔 속에 친분이 두터워진다고 했던가. 본인을 '강철요정'으로 불러달라 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년 만에 '폭탄주 잔'을 다시 들었다.
안 전 대표는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1시간 30분 동안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과 '폭탄주 잔'을 부딪히며 화합을 도모했다.
1998년 간염을 앓은 후 술을 끊은 지 20년이 된 안 전 대표기에 그의 폭탄주는 귀한 '접대 선물'로 통한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3월 7일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시절에도 폭탄주를 제조했다. 그는 16년 만에 폭탄주로 건배를 제안하면서 "제가 경상도 남자라 사람들에게 정을 표현하는 걸 몹시 쑥스러워 한다"는 수줍은 고백을 하기도 했다.
'폭탄주 제조'가 가져다주는 친밀감을 이용해 통합신당 창당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면서 동요하는 조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당시 당내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안 전 대표는 '안철수가 달라졌다'고 주목 받았다.
'2017년 안철수표 폭탄주'는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건배만 하고 입술만 적셨던 2014년과 달리 안 전 대표는 이번엔 폭탄주 제조도 하고, 본인도 한잔을 들이켰다. 또 "지금보다 10배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조기대선을 앞둔 만큼, '정면 돌파'를 불사하겠단 강력한 각오를 피력한 모양새다.
이번에도 안 전 대표의 '폭탄주 정치'는 곧장 효과가 드러났다. 당내 상당한 지분을 가져 대권 후보로선 '운명 공동체'인 호남 중진 의원들과 갈등설을 일단락 했으며, 안 전 대표가 강조했던 '자강론'으로 당내 노선도 정리된 분위기다.
국민의당은 창당 때부터 '호남계'와 '안철수계'로 나뉘어 보이지 않는 '세력 다툼'을 해왔다. 특히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안철수계인 김성식 의원이 호남계인 주승용 원내대표에게 패하면서 당내 갈등설이 도마에 올랐다. 곧이어 안 전 대표는 잠행에 들어갔고, 주 원내대표의 전화에 여러차례 불응하면서 갈등설은 더욱 심화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당내엔 '자강론'과 '연대론'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폭탄주 회동'에 참석했던 조배숙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23일 기자들과 오찬에서 안 전 대표의 '불통 이미지'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고 설명했다. 조 의장은 "그동안 안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건 '안철수당' 이야기를 들을까봐 그랬다더라. 그러면 다른 대권후보들이 우리당에 못들어오기 때문에 우려했다는데,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조 의장은 "안 전 대표가 '샤이'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더라"면서 "무엇보다 호남에서 연설하는 것을 보니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고 자신감이 많이 생긴 걸 느꼈다"면서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안 전 대표에게 힘을 실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 또한 전날 만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호남 의원들과 안 전 대표와 갈등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면서 "안 전 대표에 대한 작전을 잘 짜서 승리할 수 있게 하자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폭탄주 효과'는 당장 23일 오전 회의에서 결과물로 도출되기도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및 최고위원들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주자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대선주자들이 얼만큼 국민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당 지지도가 연동되니까 당이 총력을 다해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측면으로 가기로 했다"면서 "아직 대선 후보가 체계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당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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