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시작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5차례의 청문회를 진행했다. 사건의 중심인 최순실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지적과 함께 위증교사 의혹까지 불거졌다.
최 씨 등 주요 증인이 불출석한 것은 물론, 증인들의 '모르쇠' 일관으로 위원들이 청문회에서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나 답을 끌어내지 못하자 '맹탕 청문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팩트>는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시작한 1~5차 청문회 중 눈에 띈 장면들을 되짚어봤다.
◆1차 청문회: '멘붕' 이재용"경영권 넘기고 미전실 해체" 선언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 6일 국내 총수 9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첫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배정받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GS 그룹 회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1차 청문회의 주인공은 단연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부회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부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의원님, 죄송하지만 제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의원님, 죄송하지만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 등의 대답을 반복했다.
삼성이 최순실과 정유라 모녀에게 수백억 원 지원을 이 부회장이 몰랐을 리 없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의혹을 추궁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의원들은 삼성의 문제로 미래전략실과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 등을 꼬집었다. 청문회 내내 겸손한 자세로 일관하던 이 부회장도 미래전략실과 자신의 경영 능력 지적에 감정이 격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여기서 말씀드리기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여러 의원님 질타도 있었고, 질문 중에 미래전략실 의혹과 부정적 시각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이 만드셨고, 회장이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부정적 인식이 있으면 해체하겠다.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족하고, 기억력도 없는 것 같다.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이 부회장은 "저보다 뛰어난 분이 있으면 모든 것을 다 넘기겠다"고 불쾌해했다.
◆2차 청문회: '공항장애' 최순실…그리고 김기춘의 '당황'
지난 7일 2차 청문회는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 일가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최 씨 일가는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2차 청문회에서 가장 큰 화제는 최 씨의 불출석 사유서였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 씨의 불출석 사유와 관련해 "청문회에 불출석한 최 씨가 공황장애가 있다고 하는 데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최 씨가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공황장해 있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쓴 사유서를 보면 정서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썼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공황장애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사유서에 공황장애가 아니라 '공항장애'라고 적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증인으로 채택된 장시호 씨는 애초 불출석하겠다고 했다가 뒤늦게 청문회장에 등장했다. 장 씨와 관련한 의혹을 꾸준하게 제기했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질문 과정에서 장 씨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 의원은 장 씨에게 "제가 미우시죠? 인간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물었고, "네, 뵙고 싶었다"며 원망어린 눈빛을 보냈다. 이에 안 의원은 "그러나 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장시호 씨는 이모를 잘못 만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저를 미워하진 말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또, 김기춘 전 실장을 향한 질문이 집중했다. '법률미꾸라지'라는 별칭처럼 김 전 실장은 여야 의원들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그러나 김 전 실장도 누리꾼들이 찾아낸 증거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정윤회 문건 보고서'에 정윤회의 처로 최순실이 기록돼 있는데도 모르냐고 김 전 실장을 몰아세웠지만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누리꾼들로부터 받은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검증 영상을 제시하자 김 전 실장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며 최 씨의 이름을 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최 씨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3~4차 청문회: 세월호 7시간·정유라 이대 특혜 '모르쇠'
14~15일 열린 3~4차 청문회는 각각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과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관리 특혜 등에 집중했다. 특히 세월호 7시간은 전 국민적 관심사로 이목이 쏠렸다.
3차 청문회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 해소' 청문회로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비선 진료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둘러싼 의혹에 한발 다가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김원호 전 청와대 의무실장,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서울대병원 원장), 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연세대세브란스병원 원장),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 신보라 전 청와대 간호장교, 이임순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 등 전직 청와대 의료진들은 모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얼굴에 시술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날 확인된 것은 이임순 교수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을 받았고, 최 씨의 딸 정유라의 출산 때도 제주도에 갔다는 정도였다.
다음 날 4차 청문회는 정유라의 이대 입학과 학사 특혜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대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이대 체육대학 학장, 남궁군 전 이대 입학처장은 정유라의 입학과 학사관리 등의 특혜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들의 증언을 들은 감사를 진행한 교육부 직원들이 직접 청문회에 나오겠다고 밝히는 일도 벌어졌다. 청문회에 출석한 김태현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장은 "정유라 입시 당시 면접위원들이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의 영향을 받았다"며 증인들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차 청문회에서는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증인으로 나와 "특급 정보 8개가 있다. 헌법을 유린하고 3권 분립을 흔든 내용이다. 만약 계속 사장이었으면 보도했을 것"이라며 "제가 가지고 있는 문건은 양승태 대법원장을 사찰한 내용이다. 내용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등산을 다니거나 일상생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조위가 조 전 사장이 제출한 문건을 확인한 결과 이 문서는 국정원 문서로 추정됐다.
◆5차 청문회: 우병우 전 수석 "모르는 일이고, 만든 적 없다"
22일 5차 청문회는 22일간 잠적하며 전 국민과 숨바꼭질한 우병우 전 수석과 세월호 7시간 의혹의 열쇠 조여옥 전 청와대 경호실 간호장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5차 청문회는 우 전 수석을 정조준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달 27일 이후 청문회에 불출석하며 22일간 잠적하다 지난 19일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해 '꼿꼿'한 모습을 보여 김성태 위원장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우 전 수석을 자신을 둘러싼 의혹도 모두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을 "모른다"고 주장했고, 세월호 사고를 수사한 광주지검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것과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압수수색에 영향을 끼쳤다는 등의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우 전 수석은 "10월 17일 최순실 사건 대응 문서를 민정수석실에서 만들었다고 의혹이 있는데, 대통령이 지시한 것인가"라고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이 묻자 "해당 문건은 만든 적이 없다. 민정수석실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 전 수석은 의원들의 질문에 대부분 '단답형'으로 답변하면서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살기 어린 눈초리로 노려보는 모습도 보였다.
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여옥 대위는 지난 언론인터뷰에서는 청와대 '의무동'에 있다고 했다가 청문회에서는 "의무실에서 근무했다"고 번복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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