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반포1동=이철영 기자]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제주, 강릉, 부산도 아닌 서울에 있는 것으로 <더팩트> 취재진이 19일 확인됐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불출석하면서 전 국민을 상대로 숨바꼭질했고, 현상금도 2000만 원에 달했지만 행방이 묘연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출석을 예고한 오는 22일 국회 5차 청문회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서울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률전문가 및 아들과 함께 장시간 심야 대책 회의를 갖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우 전 수석의 소재는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강남 자택으로 보낸 2차 청문회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은 채 종적을 감췄다. 국조특위는 사실상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 불출석하기 위해 도피 혹은 잠적한 것으로 규정했다.
우 전 수석이 잠적한 것으로 알려지자 전 국민이 나서 그의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우 전 수석을 보았다거나 차량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지역도 제주특별자치도, 강릉시, 부산광역시 등 사실상 전국적이었다.
지난 6일 우 전 수석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처음으로 SNS를 통해 전해졌다. 부산이었다. 한 누리꾼은 '우병우 저희 아파트에 있어요. 해운대 마린시티. 안 그래도 이틀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고 JTBC에 제보했는데. 순간 당황해서 어디서 많이 본 놈인데...하고 한참 생각하면서 엘리베이터 탔는데 엘리베이터 내리면서 기자 째려보듯 저를 째려봤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다음 날엔 정봉주 전 의원이 SNS를 통해 우 전 수석에 대한 현상 수배와 함께 2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후 누리꾼들의 활동은 더욱더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가 있는 강남 사무실 주차장 차량 이동까지 SNS를 통해 제보됐다.
12월 7일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한 우 전 수석이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의 강남 자택에 있다는 제보를 듣고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회 경위들은 우 전 수석의 장모 집을 찾았지만, 우 전 수석은 없었다.
우 전 수석의 잠적이 길어질수록 현상금도 올랐다. 김성태 위원장도 100만 원을 내걸었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500만 원, 정봉주 전 의원도 500만 원으로 현상금을 올리고 지난 10일 현상금 계좌를 만들어 모금했다. 우 전 수석의 현상금이 오른 이날 그가 제주도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매체는 우 전 수석의 사촌인 이 모 변호사가 10일 제주도를 당일치기로 다녀온 것이 그를 만나 법적인 문제 등을 상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고, 현상금은 1600만 원을 넘어섰다.
12월 12일 우 전 수석이 강릉시 홍제동의 한 아파트에 있다는 매우 신빙성 있는 내용이 제보됐고, 현상금은 1800만 원을 넘겼다. 누리꾼들은 우 전 수석을 찾기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서 확인하는 방법으로 그를 몰아갔다. 그러나 이날 역시도 우 전 수석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12월 13일 오후 우 전 수석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업무와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은 관행과 원칙을 지키느라 지난 7일 2차 청문회에 나가지 못했다"면서 "국회의 거듭된 요구를 존중해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 성실히 답변하겠다"며 청문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 전 수석의 현상 수배는 본인이 청문회에 나오겠다고 밝히면서 막을 내렸다. 이날까지 모인 현상금만 1900만 원에 달했지만, 누구도 우 전 수석을 찾아내지 못해 현상금은 촛불집회 주최 측에 전달하는 것으로 종료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어디에 있는지는 여전히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다. 국민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누리꾼 수사대도 현상금과는 별도로 그의 소재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JTBC '썰전'에서 우 전 수석이 부산에 있을 것으로 거의 확신했다.
표 의원은 방송에서 "우 전 수석이 형사 피의자가 아니라서 지명수배 대상자는 아니다. 국회에서의 출석 요구와 동행명령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며 "본인의 연고지에 있을 것 같다. 부산 지역의 모 아파트에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두문불출하는 상태라 소재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전히 우 전 수석의 소재는 국민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청문회에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그가 나올 것으로 확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수많은 추측이 있었던 우 전 수석을 19일 오후 서울 반포동 '정강' 사무실에서 청문회에 대비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했다. 잠적 22일 만이다. 우 전 수석은 이틀 후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만약 이번에도 본인의 약속을 깨고 불출석한다면 우 전 수석은 다시 한번 전 국민과 추격전을 벌여야하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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