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14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장. 김성태 위원장을 비롯해 의원들보다 먼저 출석한 증인들이 눈에 띄었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과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원호 전 청와대 의무실장,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서울대병원 원장), 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연세대세브란스병원 원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현 주중대사),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 신보라 전 청와대 간호장교, 이임순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 등 전직 청와대 의료진들이 출석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조여옥 전 대통령경호실 의무실 간호장교(대위)와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앞선 청문회와 비슷한 양상이다. '오늘 청문회도 맹탕일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청문회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둘러싼 미용시술 의혹 등의 진상이 밝혀질지가 주목됐다. 국민적 관심 사안인 만큼, 앞서 맹탕 국조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만큼 이번 청문회는 다르길 기대했다. 거기에는 의원들의 송곳 질문과 증인들의 솔직하고 자세한 대답이 필수였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도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 의혹에 대해서 한목소리로 부인했다.
김원호 전 대통령경호실 의무실장은 '대통령경호실 의무실에서 아무도 대통령 시술에 대해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따지자 "하셨는지 아닌지 저는 모르겠다. 시술 자체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영재 원장과 신보라 전 간호장교 역시 대통령 필러 시술과 관련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증인의 답변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김영재 원장은 질의에 답변할 때 입을 오물오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성태 위원장은 "입안에 씹고 계씬 게 뭐냐. 껌 씹는 거 아니냐"고 김성태 원장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입이 말라서 그렇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김 원장의 답변 자세나 태도가 아주 좋지 않다"며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고 있는 청문회다"고 경고했다.
오후가 훌쩍 넘도록 국조를 쭉 지켜보던 취재진은 이러한 광경이 답답한 듯 했다. 한 기자는 "하…참"이라며 탄식을 내뱉기도 했고, 또 한 기자는 증인들의 도돌이표 대답에 이들의 말을 받아쓰는 일을 멈추기도 했다. 이병석 당시 대통령 주치의가 '혈액반출 사실을 알았냐'는 도종환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몰랐다"고 답하자, 한 기자는 "뭐하자는 거야"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찼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은 국민적 관심 사안이다. 그에 앞서 꼭 진실이 밝혀져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진실을 규명해야 할 핵심 증인들은 갖가지 사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국회에 나오라"고 으름장을 놔도 요지부동이다.
아울러 증인들의 모르쇠 전략과 회피·소극적인 답변 태도는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증인 간 엇갈린 진술로 위증 논란이 매 청문회에서 나오고 있다. 때문에 위증죄와 불출석 죄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이 청문회에 거는 기대는 크다. 하지만 반복되는 '맹탕 국회'는 국민을 지치고 답답하게 할 것이다. 증인은 양심에 따라 솔직히 진술을 하고, 의원들은 촌철살인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남은 청문회는 이전과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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