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공공장소에서의 낙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인간 본능의 표출이다."
장근영 연세대 심리학 박사는 2006년 '연세춘추'에 낙서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 커피전문점 내 화장실에서 눈길을 끄는 낙서가 발견됐다. 이날 '새누리당을 지키려는 사람들' 30여 명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청렴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주장은 우연찮게 커피전문점 내 화장실에서도 확인됐다. 매직펜으로 쓴 글에서 글쓴이는 애국보수의 집결을 주장했다.
그는 '12월10일 오전 12시 광화문 광장으로 수십만명 애국보수 나가자 모이자'라면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청렴하고 사심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애국보수들이 목숨걸고 지키자'라고 촉구했다. 이어 '쓰레기 집단 우리 사회에서 가장 더러운 부정부패 비리 집단 국회의원을 온 국민이 나서서 몰아내자'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 국회에 대한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함과 동시에 '박근혜 살리기'에 보수진영이 힘을 모의자 내용이다.
하지만 탄핵 반대 집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새누리당 당사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엠프 소리가 시끄러운 듯 귀를 막고 바쁜 걸음을 옮겼고, 일부 시민은 이들의 주장에 혀를 차기도 했다. 탄핵 반대를 옹호했던 시민은 필자가 집회를 지켜본 2시간여 동안 한 명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는 애초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참석자들의 집결이 늦어지면서 30여분 지체된 오전 10시30여분쯤 진행됐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김한곤 새누리당평당원모임 사무총장은 "주최 측 추산 참석 인원은 30만명, 경찰 추산 1000명 규모"라면서 "부산 등 지방에서 속속 집회 참여를 위해 상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탄핵안 찬성을 두고 고심에 빠진 비박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당원의 의무는 당적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다"라면서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자로서 대통령 탄핵에 나서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다. 이들 모두를 색출해 출당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라리 탄핵안이 가결돼 '가짜 새누리당원'을 출당시켜야 한다"면서 "젊고 참신한 새로운 인재들로 새롭게 당을 재편해야 한다"고 사실상 분당을 주장했다.
광주 광산구에서 왔다는 한 참석자는 자유 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정 수행을 잘 했다"라면서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지, 탄핵을 하면 어떻게 하냐. 최순실의 일탈 행동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또 전북 김제에서 올라왔다는 남성 참석자는 "전북에도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많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을 논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 "국회부터 해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회는 9일 오후 3시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한다. 표결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후 5시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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