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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의 세상토크] '박근혜 버티기', 탄핵 이후에도 계속될까

  • 정치 | 2016-12-09 06:09

탄핵 표결 카운트다운! 국회가 8일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하면서, 탄핵 표결이 9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 /이새롬 기자
탄핵 표결 카운트다운! 국회가 8일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하면서, 탄핵 표결이 9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일기일회(一期一會), 일생에 딱 한번 주어진 기회나 인연을 뜻하는 경구이다. 불교에서 ‘일기’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한 주기를 말하며 ‘일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깨달음의 시간, 깨달음을 주는 이와의 소중한 만남을 의미한다.

수년 전 입적한 ‘무소유’ 법정 스님은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며 ‘일기일회’를 설파했다. 생애에 단 한 번 뿐인 기회를 소중히 하고 평생의 모든 만남과 순간을 귀하게 여기라는 법문이다.

깨달음의 유무와 결과에 따라 일기일회는 거대한 반전의 기회로 다가오기도 하고 반대로 무의미한 거품으로 남기도 한다.

‘국가 대한민국이 일기일회의 순간에 처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 회의에 보고되고 탄핵안이 표결절차를 밟자 문뜩 든 단상이다. 현대 정치사에서 대한민국이 오늘만큼 운명을 가르는 엄중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을까 싶어서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헌정사상 지금만큼 비장하고, 명운과 직결된 시기가 없을 것 같아서다.

국정농단, 국기문란, 헌정유린 의혹으로 뒤덮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결국 ‘대통령 탄핵’표결로 귀결됐다. 광장의 수백만 촛불은 선출직 대통령에게 ‘이게 나라냐’며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민주’가 ‘공화국’의 주인이기에 당연한 외침이다.

‘비선실세’ 최순실 핵심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과 박 대통령이 거의 같은 급에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는 이른바 ‘최·박 공동 정권론’을 언급해 촛불이 왜 바람 앞에서 꺼지지 않아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확인했다.

국회법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오늘(9일)오후 3시부터 300명의 국회의원이 무기명 투표로 가부를 결정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부결시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새누리당 비박계 등의 탄핵 동참을 견인하고 있고, 이에 새누리당 친박계도 탄핵이 국정불안을 가중시킨다며 막판 내부 단속에 나섰다. 정상적인 표결이 진행된다면 가부결과는 오후 5시 전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346회 국회 제17차 본회의'에서 권영진 국회사무처 의사국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의사보고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346회 국회 제17차 본회의'에서 권영진 국회사무처 의사국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의사보고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문제는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박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되는 한 정국은 여전히 대혼돈의 격랑에 휩싸일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가결이 되면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촛불은 더욱 타오르고, 만의 하나 부결이 되면 정치권 불신임을 겨냥한 '국회 해산'햇불이 등장할 소지도 적지 않다.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투표 이후 변화무쌍할 정국에 대해서도 실체적 고민을 해야 한다.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차분하고 담담하게 가겠다' 는 박 대통령 아집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한민국호는 조기에 제 항로를 찾기가 난망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한민국이 일기일회에 직면했다. 촛불도 청문회 증인도,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그리고 헌법재판소도 우리 모두 정말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할 역사적 시공에 놓였다. 당장은 오늘 300명 국회의원의 깨달음이 절실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왜 탄핵소추됐는 지를, 자신은 누구를 위해 탄핵 가·부표를 던지는 지를 깊게 자각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대의민주주의 수행자다. 국회의원은 대통령의 내시가 아니라 국민의 선출형 공복이다. 국민만 보고 앞으로 가는 의원이 '촛불민심'의 대변자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5~6일 전국 성인 남녀 1천47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신뢰수준 95%±3.0%포인트)에서 박 대통령 '탄핵 찬성'응답률은 78.2%로 나왔다.

탄핵 가결이 되더라도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찬성표가 220표이상, 즉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박 대통령과 선을 긋는 투표결과가 나온다면 그나마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탄핵표결 다음날인 10일 광화문에서 7차 촛불 집회가 열린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밝히는 희망의 촛불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sunmoon419@tf.co.kr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346회 국회 제17차 본회의'에서 권영진 국회사무처 의사국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의사보고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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