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발언 당시) 기억은 안 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난 7일 저녁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경향신문 출입기자들과 식사 중 국정화, 공무원 정책실명제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나 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교육부에서는 나 기획관을 비롯해 대변인과 홍보담당관이 동석했다.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회의장에 들어온 나 기획관은 자리에 앉자 고개를 떨궜다. 이후 발언대에 선 나 기획관은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께 깊은 상처를 드리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나 기획관은 경향신문 기자와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발언에 대해 '과음으로 인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답했다.
나 기획관은 '민중은 개·돼지' 발언에 대해 "그 문장 자체를 이야기한 게 아니라, '이러한 대사가 있더라'라고만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대사를 인용했다는 것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럼 경향신문 기사가 오보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정확하게 어떤 표현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논란이 되는 발언의 배경에 대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에 했을 때하고 교육부가 고시하고 나서 하고 많이 바뀌는 것을 보고 갑자기 영화 대사가 생각이 나서 인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사가 난 것을 보고 경향신문사를 찾아가 편집국장과 부장 앞에서 '제가 뜻하지 않게 과음해서 실언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 기사에 나온 내용이 제가 그대로 말했다면 정말 제 뜻이 아니었고 제 본심이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재수 더민주 의원은 "자기가 인정하는 건 하나도 없는데 무슨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는 거냐"며 "21세기 민주공화국인, 대명천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나 기획관은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질책에 "죄송하다.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고 연신 사과했다. 그는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사퇴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지금은 사표를 내도 수리가 안 된다고 한다"고 답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체 조사 중에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여야 의원들은 교육부 수장인 김 장관과 나 기획관과 함께 동석했던 이승복 대변인도 매섭게 질책했다.
국민의당 유성엽 교문위 위원장은 "대기발령 중인 당사자가 자체 조사 중인데 고향에 내려갔다. 대기하란 말도 무시하고 (고향에) 내려간 게 아니냐. 나 기획관이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하는데, 이 자체도 심각하지만, 교육부에서 두루뭉실 넘어가려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장관은 "사안의 심각성을 모를리가 있나. (지난주) 금요일에 그 사실을 접하게 됐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말에도 수차례 간부회의를 통해서 대국민사과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고,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눴다. 교육부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이 사항에 대해서 조치를 엄중하게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훈 더민주 의원은 이 대변인을 불러 '보도 내용과 나 기획관이 답변한 내용과 차이가 있느냐' '틀린 내용이 있느냐'고 당시 상황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이석할 일이 많아서 정학한 워딩(말)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틀린 상황은 없었다"고 인정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열린 교문위는 나 기획관의 출석 요구 문제로 30분 만에 정회하며 파행을 빚었다. 이준식 장관은 "나 기획관이 심신 문제로 본가에서 요양 중"이라고 답변했다가 위원들의 요구로 "오후에 출석시키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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