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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비하인드] '처음처럼' 손혜원 "재산공개에 시계도 넣었습니다"
손혜원(61, 마포을, 홍보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애장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손 의원이 소개한 이 애장품은 본인이 쓰던 것으로 조선말 작품이다. 그는
손혜원(61, 마포을, 홍보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애장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손 의원이 소개한 이 애장품은 본인이 쓰던 것으로 조선말 작품이다. 그는 "전통문화를 살리는 길은 작품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말을 함에 있어 거침이 없다. 당당하고 치밀하며 인간적이다. 손혜원(61, 마포을, 홍보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란 사람이 그렇다.

지난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손 의원. 의원실 인테리어는 그를 정확하게 나타낸다. 지금껏 이런 의원실은 본 적이 없다. 단순하고 전통적이며 손때가 묻어나는 가구들이 정겹다. 오래전 시골집에 가면 어디에나 있었던 자게 거울과 서랍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사실 손 의원을 만나기 전 나름의 선입견이 있었다. 무표정일 때의 왠지 모를 '뚱'한 얼굴 때문이다. 왠지 자존심 강하고 자기주장만 늘어놓을 것 같은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선입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눈을 보고 대화해야 한다는 말에서 '이 사람 인간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주 앉아 눈을 보며 국회의원이 된 후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이가 들어 국회의원이 돼서 그런지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은 크게 없어요. 젊은 나이고 욕심이 있다면 자리를 이용해서 대단한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이가 몇인데요. 이 자리는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자리일 뿐이지요. 이 자리로 제가 바뀔 것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란 자리가 무엇이냐?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로 명예직이면 되는 거 아니냐? 는 한 번쯤을 내뱉어봤을 그런 말들과 손혜원은 참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면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디자이너로 홍보전문가로 정상에 선 사람이기에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의 의미를 자신이 아닌 국민에 둔 것이 아닐까.

손 의원이 책장 앞에서 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손 의원은 '고대문명교류사'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손 의원이 책장 앞에서 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손 의원은 '고대문명교류사'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한국 나이로 61세. 체력적으로 힘들다면 힘들 수 있는 나이다. 특히 지역구 의원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일정을 소화해야 할 정도로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손 의원은 "힘든가요?"라는 질문에 웃었다.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할 수 있나요. 제가 40년을 필드(디자인업계)라는 전쟁터에서 일을 해왔는데,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면 안 되죠."

그는 다만, 국회의원이 된 후 가야 할 곳들이 많아진 것과 짧게 짧게 약속들이 이어지는 게 짜증 날 뿐이라고 한다. 평소 사람을 만날 때 많은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이지만, 의원이 된 이후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혜원'하면 '당당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과연 이 사람이 실패를 해봤을까 궁금해졌다. '참이슬' '처음처럼' 등의 브랜드를 디자인했고, 홍보전문가로 이름을 떨친 그가 아닌가. 그의 대답에서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바둑기사 이세돌의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실패를 할 수가 없는 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저와 맞는 사람이 있어요. 손바닥도 마주쳤을 때 '짝'하고 소리 나는 것처럼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륜이라는 것은 그런 상대를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저 한 사람의 성공이 아니라 그들의 에너지와 만나서 불꽃이 튀면서 시너지가 만들어져 성공하는 겁니다.

제가 가진 능력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입니다. 예전에는 카드를 숨기고 재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항상 카드를 내놓고 있습니다. 내공이 쌓이면서 판단한 것이 카드를 열어 놓으면 저와 같은 목표로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옵니다. 제가 실패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성공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죠."

듣다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 중 몇이나 자신의 카드를 꺼내놓고 일할 수 있을까 싶다. 이 또한 연륜이고 실력이다. 손 의원의 무표정은 무언가에 화가 나 있는 느낌이다. 혹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가라고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는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 아니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요. 받을 일을 안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자신을 자책할만한 일을 했을 때입니다. 너무 속상해요."

소녀 같은 모습도 있다. 손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누가 뭐래도 패셔니스타다. 그의 패션은 국회의원이라는 직분으로 보면 파격적일 수도 있다.

손 의원이 나전칠기 공예가 오왕택 공예가로부터 선물 받은 함과 자필 편지를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손 의원이 나전칠기 공예가 오왕택 공예가로부터 선물 받은 함과 자필 편지를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오왕택 선생이 이 작품을 선거가 시작하기 전인 4월 20일부터 제작하기 시작해서 며칠 전에 받았다. 오 선생은 제가 선거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으셨다고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40년 디자이너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디자이너답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옷을 입어도 다 잘 어울리죠. 지금은 마포에서 다 사서 입기 때문에…. 티셔츠 2만3000원, 바지 8만 원, 재킷 25만 원인데 제가 입으니 다 명품같이 보이잖아요. (웃음) 이거 다 지역구 가게에서 산 거에요."

역시 자신감이 충만하고 당당하다. 그러면서 패션에 대해 몇 마디 더 보탰다. 물론 자신의 시계와 둘러싼 항간의 논란에 대해서도 곁들였다.

"옷은 입는 방법에 따라 다르죠. 저는 오랫동안 신경 쓰고 살아왔기 때문에 옷들이 제 몸에 맞춰서 반응하는 겁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입는 정장의 방법이라는 것이 저와 다릅니다. 국회에 오면서 액세서리를 잘 안 해요. 액세서리는 가치가 보여 조심스럽다. 위화감을 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비싼 것을 싼 거로 바꿔서 착용하는 것은 못하겠습니다. 위장하면 안 되잖아요? 저를 마타도어하고 싶은 사람들이 제 시계를 두고 뭐라 하는데요. 세금을 2억 원씩 냈습니다. 그만큼 벌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금도 제대로 내고 그만큼 벌었으면 비싼 시계를 찼다고 뭐라고 할 수 없죠. 그래서 이번 재산공개에 시계도 넣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비싼 옷을 입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아무거나 입어도 잘 어울리는 게 죄지요. (웃음)"

손 의원은 시원시원하다. 할 말은 하자는 솔직한 성격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위장은 딱 질색인 사람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다. 세월호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고, 우리나라 전통을 사랑하고 장인들의 가치를 높이려는 그의 자세가 그렇다.

그의 좌우명은 '처음처럼'이다. 자신에게 주는 경종이다. 국회의원이 된 지금 그에게 처음처럼은 '자리에 익숙해지지 말자'의 의미이다. 물론 익숙해지지 않을 나이와 경륜이 있음에도 말이다.

손 의원과의 1시간 가까운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는 마지막까지 세월호와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이야기했다. 그가 사용하는 의원실은 정청래 전 의원의 방이다. 필자가 정 전 의원을 인터뷰할 당시 이 방에는 커다란 '체 게바라' 액자가 있었다. 정 전 의원이 참 아끼는 액자였다. 손 의원에게 "체 게바라 액자도 걸어두시지"라고 묻자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체 게바라는 위장이야, 하하하~"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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