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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깔창 생리대' 논란, 전문가들 "일회성 이벤트 NO"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남인순, 도종환, 이학영, 제윤경 의원 등은 8일 '저소득층의 생리대 사용관련 실태파악 및 대안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다./국회=오경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남인순, 도종환, 이학영, 제윤경 의원 등은 8일 '저소득층의 생리대 사용관련 실태파악 및 대안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다./국회=오경희 기자

[더팩트 | 국회=오경희 기자] 이른바 '깔창 생리대 논란'에 20대 국회도 발벗고 나섰다. 야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 발의 및 간담회 개최 등 대안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깔창 생리대' 논란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유한킴벌리가 지난달 말 생리대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중심으로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대용품으로 사용했다" 는 등의 사연이 쏟아지며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남인순, 도종환, 이학영, 제윤경 의원 등은 8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저소득층의 생리대 사용관련 실태파악 및 대안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다.

간담회에선 지역아동센터, 학교, 민간 등 관련 현장에서의 현황과 실태를 나누고, 복지, 교육, 여성건강권 등 정책 및 제도 변화를 위한 다양한 그룹의 전문가 의견과 정책제언, 토론 등이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깔창 생리대' 논란을 둘러싼 쟁점과 대안을 짚어봤다.

◆ "생리대, 아무도 모르게 주세요"

최근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중심으로
최근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중심으로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대용품으로 사용했다" 등의 사연이 쏟아지며 '깔창 생리대' 논란이 불거졌다. 여학생 한 명 당 현재 한 달에 36개 들이 생리대 한 팩을 쓴다고 가정할 경우 적어도 6000원에서 1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YTN 뉴스 화면 갈무리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청소녀를 대상으로 가정·학교·지역거점아동센터를 통한 생리대 지원 및 현물·현금전달 방식에 대한 문제를 먼저 제기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5세에서 19세까지 저소득층 가정의 여학생 수는 약 6만 명이며, 초경이 시작되는 11세까지 포함하면 약 10만 명 정도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학생 한 명 당 현재 한 달에 36개 들이 생리대 한 팩을 쓴다고 가정할 경우 적어도 6000원에서 1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생리대 기부캠페인을 진행 중인 노아림 이지앤모어 전략기획팀장은 "만 원은 평균적으로 직장인 여성인이 사도 비싸다고 생각되는 가격"이라며 "저소득층 아이들은 생리대를 구매할 비용이 없다 보니 장시간 동안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하거나 생리대를 사용하더라도 대체품을 이용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학 중흥고등학교 보건교사는 "학교 보건 예산 중 의약품비에서 학교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생리대 구입비로 활용하며 빌려주는(반납 강제하지 않음) 형태로 운용하고 있지만, 아이들 대개 보건교사 부재시 담당교사(남성)에게 생리대 필요에 대해 언급하기 난처해 한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제한된 보건예산에서 의약품이 아닌 기초생필품을 구매하는 데 대한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에서 저소득층 청소녀에 대해 직접 현물로 가정으로 전달할 경우 신분 노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여성정책과 관계자 역시 "최근 지원 방식을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공통점이 '아무도 모르게 달라'는 것이었을 정도로 아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아주 민감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연구실장은 "지원 방식에 있어 가정일 경우 편부·조손 가정일 경우 관리가 안될 가능성이 있고, 학교일 경우 학교밖 청소년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 "세제 지원 < 복지 차원의 접근 필요"

제윤경(왼쪽) 더민주 의원은
제윤경(왼쪽) 더민주 의원은 "자칫 잘못하면 너무 재원에 대한 얘기가 세금 쪽으로 치우치고 복지 쪽으로 지원할 수 없는 명분을 주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건강권 논의의 문제로 가야하지 않나"고 언급했다.

대안으로, 생리대 가격 인하를 위한 세제 지원 방안이 제시됐다.

장미혜 실장은 "우리나라는 2004년 부가세 면제에 이어 2005년 부가세 완전 면제(영세율) 적용을 위한 개정안이 여야 의원들에 의해 추진됐으나 좌절됐다"며 "생산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전 과정에서 세금 때문에 가격 인상을 거론하는 일이 없도록 영세율을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뉴욕주는 지난달 25일 생리대, 탐폰 등 여성의 생리 관련 제품들에 부과된 4%의 주(州) 판매세와 약 5%의 지방세를 모두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다만 그는 "생리대 논란과 관련해 감성적으로 접근해서 무상으로 비치할 경우, 복지 예산이라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것에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추후 예산 낭비와 선별적 시혜 정책이란 논란에 직면할 수 있어 다각적인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찬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장 입법조사관은 "법률 개정 당시 약 1300만 명의 여성이 매월 여성용 위생용품 비용으로 5000원 이상을 지출하는 상황에서 면세 효과는 수요자인 여성에게 전액 귀착돼 매월 26억 원 이상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킬 것으로 기대됐으나, 부가가치 면세 이후에도 여성용 위생용품의 가격은 2009년 7300원→2012년 8200원→2015년 9400원 등으로 계속 오르고 있어 면세 입법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김형찬 입법조사관은 "세제 지원 혜택도 필요하지만 정부에서 가격 조정의 규제 정책이나, 바우처 보조금 확대 등 복지 부분의 관점에서 정책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고 견해를 나타냈다.

제윤경 더민주 의원 역시 "자칫 잘못하면 너무 재원에 대한 얘기가 세금 쪽으로 치우치고 복지 쪽으로 지원할 수 없는 명분을 주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건강권 논의의 문제로 가야하지 않나"고 언급했다.

◆ "여성의 기본권, 지속적 정책 마련해야"

권미혁 더민주 의원은
권미혁 더민주 의원은 "관련 법안을 준비하면서 가격 인하 문제 등 차원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날 간담회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각적인 검토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속적인 검토와 준비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논란을 단순히 생리대 가격을 넘어 '여성의 기본권'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장은 "여성 건강의 개념은 생물학적인 요인 뿐 아니라 여성의 삶에 대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많은 여성들이 생리를 하고 있는데도 생리는 여전히 '그날' '마법에 걸린 날'로 호명되는 그런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정슬아 팀장은 "일회용 생리대의 보편적 사용으로 인한 안전성과 건강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확보하기 위한 노력,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누군가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거나 불건강의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 기업, 국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아림 팀장도 "저희는 이러한 현 상황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그 부분이 걱정된다"며 "사회에서도 정부에서도 항상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함께 나아가야할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간담회 사회를 맡은 권미혁 더민주 의원은 토론회 직후 <더팩트>와 만나 "관련 법안을 준비하면서 가격 인하 문제 등 차원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날 간담회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각적인 검토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속적인 논의와 준비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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