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민지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발언을 놓고 "대선 출마 시사는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은 지 이틀 만인 28일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며 또다시 '충청권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반 총장은 이날 고건 전 총리, 노신영 전 총리를 비롯한 각계 원로들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찬을 했다. 정치와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지만, 국내 정치권 지지기반이 약한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만남이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반 총장은 그동안 '대선 출마'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중 모드로 일관하던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직접 내비친 것은 지난 25일 관훈포럼 초청 토론회에서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튿날 파장을 의식한 듯 '대선 출마 시사'로 해석한 데 대해 "과잉 해석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후 일본으로 출국한 반 총장은 "과잉 해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28일 충청권 맹주 격인 김 전 총리를 찾으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 가능성을 다시 내비쳤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전격 예방했다. 반 총장은 김 전 총리의 신당동 자택에 들러 30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날은 반 총장이 방한 기간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 일정'으로 비워둔 날이었다.
정치권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전 총리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밀 이야기를 했다"고 한 만큼 대선 관련 이야기가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 총장도 김 전 총리 예방 후 서울 무교동에서 가족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10년간 유엔 사무총장 역할을 설명했더니 김 총재가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열심히 마지막까지 임무 잘 마치고 들어와라'고 격려 말씀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충청 대망론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제가 그런 말씀 드릴 상황은 아니고 다음에 내년에 와서 뵙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여야 정치권도 반 총장의 발언과 광폭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반 총장이 지난 25일 "내년 1월 1일이 한국 시민으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겠다"는 발언은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확실시 했다.
4·13 총선 참패로 사실상 이렇다 할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대권주자가 많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반 총장의 발언을 평가절하하거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부적절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은 만 40세가 넘으면 누구나 대통령 출마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데, 뭐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의미를 축소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임기가 남아 있는데 대권 출마 시사 발언을 한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 총장도 정치권을 의식한 듯 다음 날인 26일, "과잉 해석"이라며 수위조절에 나섰지만,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충청 역할론'을 강조하는 김 전 총리와 '비공개 회동'하면서 '충청권 대망론'에 뜻이 있음을 다시 내비쳤다.
반 총장은 29일 TK(대구경북) 일정을 소화하면서 여권 핵심부 인사들을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간다. 반 총장은 경북 안동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에 들러 서애(西厓) 류성룡 선생의 고택을 방문, 인근에 기념식수를 하고 김관용 경북도지사·오준 주유엔대사·권영세 안동시장 등과 오찬을 함께한다. 특히 이 자리에는 지역 국회의원인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참석할 계획이라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반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 총장은 이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반 총장은 이런 '친박 프레임'과 관련 "그런 것을 너무 확대 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은 기가 막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야권은 여전히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의 이런 '광폭 행보'에 충청권과 영남권 등 대통령 대망을 이루기 위한 지역 다지기로 보고, 여야 대선 주자 간 경쟁도 조기에 불붙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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