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분당=문병희·신진환·이덕인 기자] '무소불위'의 공천 칼자루를 휘두른 이한구(70) 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4·13 총선 참패 이후 두문불출하면서 주위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집안의 화초를 돌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이 처음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더팩트> 취재진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자택 앞 화단에 나와 기지개를 켜고 스트레칭을 한 뒤 만개한 꽃들을 살피면서 사색에 잠기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전 위원장을 앵글에 담았다.적록색 체크무늬 남방의 편한 차림으로 텃밭에 나온 이 전 위원장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불거진 총선 참패 논란에 대해 고민하는 듯 꽃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특유의 무표정으로 고뇌에 잠기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직후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 지난 3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이 언론에 노출된 것은 공천 확정 후 가진 '공천 소회기자회견'후 27일 만에 처음이다.
취재진을 마주한 이 전 위원장은 놀란 기척 없이 묵묵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집안의 화초와 나무는 이 전 위원장이 직접 가꾼 것으로 평소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고사하고 제1당조차 더민주에 내주는 처참한 결과를 낳은 뒤에도 공천 실패에 대한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총선 참패의 주역으로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지금은 새 출발을 해야 할 때니 말을 아끼겠다. 그러나 잘못 알려진 사실은 꼭 바로 잡아야 한다'며 각종 보도들을 인정하기 어렵단 의미의 발언을 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의 공천 배제가 참패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유 의원이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게 불출마선언 등을 할 시간을 주며 기다렸다. 만일 그때 유 의원이 결단을 내렸다면 정부도, 당도, 자신도 좋았을텐데 왜 끝까지 출마를 고집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새누리당의 참혹한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이 전 위원장을 비롯해 친박계 위주로 구성된 공관위원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 전 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당 대표의 상향식 공천을 사실상 없던 일로 하면서 '비박계 학살'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은 이 전 위원장이 단초가 되었고, 결국 갈등의 터진 새누리당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과반 의석 확보 실패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위원장은 총선 참패의 책임이 새누리당 출마를 고집한 유승민 의원과 현역에 유리한 상향식 공천을 주장한 김무성 당 대표의 책임이라고 돌려 비박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책임론이 부각되자 이 전 위원장은 지난 15일 당 전국위원회 의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14일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 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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