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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문재인 '호남' 정면 돌파…"반문 정서가 뭐냐?"

  • 정치 | 2016-04-08 17:40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 SNS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 SNS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광주를 전격 방문하면서 '반문 정서' 정면 돌파에 나서 이목이 쏠린다. 당 안팎에서는 호남에 반문 정서가 있으니 총선 정국에서의 방문 자제를 요구해왔다. 문 전 대표의 이번 방문이 후보자와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에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충장로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못난 문재인이 왔다. 여러분에게 직접 야단을 맞고 직접 질타를 듣기 위해서, 안 된다는 당을 설득해 이제야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어서 죄송하다. 분이 풀릴 때까지 제 얼굴 맞대고 호되게 꾸짖어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습니다"라며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습니다.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저는,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른바 '호남 홀대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저에게 덧씌워진 호남 홀대, 호남차별이라는 오해는 부디 거둬 달라. 그 말만큼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저와 당과 호남의 분열을 바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8일 광주를 방문하고
문 전 대표는 8일 광주를 방문하고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문 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급히 상경해 김 대표의 서울 구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배정한 기자

문 전 대표가 대권 포기까지 내건 배수진을 친 것이다. 문 전 대표의 배수진에 광주 민심이 돌아서고 총선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쪽은 국민의당 호남 후보들이었다. 총선이 입박하면서 한창 지지율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문 전 대표의 방문으로 공든탑이 무너질까 우려 때문이다.

박지원·박주선 등 국민의당 후보들은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반문 정서와 호남 홀대론을 다시 부각했다.

박지원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에게) 야권분열의 책임과 5·18 정신을 훼손한 김종인 대표의 임명 등 그간의 언행에 진솔한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우리 호남인들은 (문 전 대표에게) 구실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광주는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거둔 지 오래다"라고 반문 정서를 강조했다.

광주지역에 출마한 국민의당 박주선·장병완·권은희·송기석·최경환·김동철 후보도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민은 혜안을 가지고 있고 정신과 가치에 있어서 문 대표와는 다르기 때문에 진정성 없는 입에 발린 사과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을 경계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후보는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지원 국민의당 후보는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에게) 야권분열의 책임과 5·18 정신을 훼손한 김종인 대표의 임명 등 그간의 언행에 진솔한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우리 호남인들은 (문 전 대표에게) 구실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영무 기자

박주선 후보는 "광주 정신과 가치에 위배되는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것은 최후발악"이라며 "대한민국 야당이 아니고 새누리당 이중대로 전락했단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김광진 더민주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광주 충장로 현장 사진만 놓고 보면 '반문 정서'의 실체가 불분명해 보인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광주민심'이라고 올린 사진에는 문 전 대표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광주에 출마한 더민주 후보는 문 전 대표의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도대체 반문 정서의 실체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유세를 다니다 보면 문 전 대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반문 정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면서 "문 전 대표가 당장 광주 후보들 지원유세에 나서는 데는 조심스러울 것 같다. 또 문 전 대표에 대한 정서는 반반이다. 나이 든 분들에게서 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건 만들어진 프레임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가 오늘 당장 특정 후보 유세에 나설 수는 없다. 내일쯤 다른 후보들과 의견이 오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이튿날에도 호남을 돌며 사과와 함께 더민주 총선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총선 막바지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반전 카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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