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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정동영의 순창 '복흥산방', 문전성시 '줄을 서시오'

  • 정치 | 2016-01-08 05:00
야권의 '러브콜'을 받는 정동영(62·위쪽 가운데)이 6일 오후 전북 순창군 북흥면에 있는 한 식당에서 자신을 찾아온 지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순창=서민지 기자
야권의 '러브콜'을 받는 정동영(62·위쪽 가운데)이 6일 오후 전북 순창군 북흥면에 있는 한 식당에서 자신을 찾아온 지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순창=서민지 기자

[더팩트ㅣ순창=오경희·신진환·서민지 기자] "운칠기삼(運七技三,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과연 그에게도 다시 운이 닿는 것일까. 전북 순창에서 칩거 중인 정동영(62)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어탕을 함께 한 지지자들의 정계복귀 요청을 '운'이란 말로 살짝 비껴가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안철수 탈당 사태' 이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분열된 야권 재편 세력의 잇따른 '러브콜'로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낙선한 후 '씨감자 농부'로 변신한 정 전 의원의 거처가 문전성시다. 전북 순창군 복흥면 답동리 산자락에 자리잡은 작은 토담집(약 15평), '복흥산방(福興山房)'이 정치의 계절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저희가 먼저 왔습니다."

6일 오전 11시 5분께 말끔한 차림의 중년 남성이 정 전 의원을 만나고자 토담집을 찾았다. 그는 답답한 듯 고개를 숙이며 애꿎은 머리칼을 넘긴다. 정 전 의원은 집을 비운 상태다.

정 전 의원이 거처를 찾은 지지자들과 별채(만남의 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순창=서민지 기자
정 전 의원이 거처를 찾은 지지자들과 별채(만남의 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순창=서민지 기자

30분 뒤. 정 전 의원을 만나려는 사람은 10여 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서로 인사하고 아래로 굽어 보이는 풍경에 대한 담소를 나눈다.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정 전 의원의 측근은 "오늘은 찾는 사람이 적은 편"이라며 "연말·연초에는 정계, 학계 등에서 많은 지지자들이 찾아왔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고 말한다. 외진 곳에 있는데도 정 전 의원을 만나려는 지지자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복흥산방'을 찾는다고 정 전 의원을 무조건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날 전남 담양에서 찾아온 한 중년 남성은 기다리다 지쳐 발길을 돌렸다. 야권 재편 상황에서 '정동영 역할론'이 대두되자 정 전 의원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11시 45분께 정 전 의원이 귀가하자 지지자들은 한달음에 달려온다. 정 전 의원은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건넨다. 그 뒤 자신의 서재이자 만남의 장소인 '산방'에서 "먼저 왔소!"를 외친 중년 남성과 대화를 나눈다. 저서인 '10년 후 통일'(공동 저자 지승호)에 사인을 해주는 '팬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정 전 의원과 지지자들이 6일 오후 전북 순창군 복흥면에 있는 정 전 의원의 자택에서 음식점으로 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순창=신진환 기자
정 전 의원과 지지자들이 6일 오후 전북 순창군 복흥면에 있는 정 전 의원의 자택에서 음식점으로 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순창=신진환 기자

'산방'에서 나온 정 전 의원은 "요 아래 음식을 잘하는 맛집이 있다. 다 같이 가시죠"라며 함께 점심을 먹자고 제안하자, 지지자들은 흔쾌히 따라나선다.

이날 차로 3분 남짓 떨어진 한 가든에 자리 잡은 정 전 의원과 지지자들은 '추어탕'으로 메뉴를 '통일'한다. 지지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정 전 의원에 관한 말들을 쏟아낸다.

정 전 의원과 대학 선후배 사이인 A 씨는 "대한민국은 중요한 시점에 있다. 올해 총선을 치르고 그 다음 대선이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남북이 통일되는 시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면서 "정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통일시대를 어떤 방면으로든지 열겠다는 꿈을 누구보다 꿈꾸고 계신 분"이라고 치켜세우자, 정 전 의원은 "과찬입니다"라며 겸손한 태도로 쑥스러워한다. 일동 박수가 터지고 분위기는 달아오른다.

정동영(오른쪽) 전 의원과 아내 민혜경 여사가 7일 오후 전북 순창군 복흥면의 한 식당에서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순창=서민지 기자
정동영(오른쪽) 전 의원과 아내 민혜경 여사가 7일 오후 전북 순창군 복흥면의 한 식당에서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순창=서민지 기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추어탕을 앞에 두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B 씨는 "이 시대는 나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올해는 그런 '치유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함께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정계 복귀를 요청한다.

C 씨는 "정 의장은 대한민국 국운을 등에 지고 계신 분"이라며 "여러 과제가 있지만, 올해부터 행운의 길이 활짝 열리겠다"며 응원한다. 또 다른 지지자는 "각 지역의 맹주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나와야 한다"면서 "전북에선 정 의장이 큰 뜻을 이뤘으면 한다"고 거든다.

정 전 의원은 "새해 복을 받으려면 땅의 기운을 받든지 해야 하는데, 좋은 터에 오셨다. 이 동네 이름이 '복 복(福)'자에 '일어날 흥(興)'자를 쓴다.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명로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는다.

지지자들과 식사 후 식당 인근 정자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는 정 전 의원./순창=서민지 기자
지지자들과 식사 후 식당 인근 정자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는 정 전 의원./순창=서민지 기자

그는 "경향각지의 동지들이 이렇게 모여서 금년에 소원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또 큰 행사가 있으니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운이 따라야 하니까"라고 화답한다.

약 1시간 동안의 '추어탕 회동'이 끝나자 측근이 정 전 의원에게 초조한듯 귀띔한다.

"손님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다 합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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