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62, 부산 사상구) 대표와 '반문재인 인사'로 알려진 조경태(47, 부산 사하구을) 의원이 15일 오전 부산발 김포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얼굴을 마주했다.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한 승객은 이날 <더팩트>에 "오전 9시 부산 출발 김포행 비행기에 문재인 대표와 그의 아내 김정숙(61) 씨, 그리고 조경태 의원이 탑승했다"면서 "문 대표와 아내분은 나란히, 문 대표와 조 의원은 앞뒤로 앉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분(문 대표와 조 의원)이 서로 모르고 탔는지, 앞뒤로 앉았는데도 비행 시간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면서 "두 분이 언론에 알려진대로 사이가 좋지 않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승객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문 대표는 최근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인한 당내 분란 및 장거리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했는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잠을 청하고 있으며, 조 의원도 수면 안대를 쓰고 숙면을 취하고 있다.
실제 문 대표와 조 의원의 사이는 썩 좋지 못하다. 비주류계인 조 의원은 일각에서 대표적인 '반문재인 인사' 또는 '문재인 저격수'라고 할 정도로 그간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조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어봐야 저승 맛을 알겠는가"라면서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당시 "문 대표는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말고 이 시점에서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참여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핵심 인사였던 문 대표는 '처음' 의원직에 도전했다.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지역이었고, 조 의원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불모지였던 부산 사하지역에서만 '3선'에 오른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졌다.
하지만 문 대표는 3선 유력 정치인인 조 의원의 도움 대신 '문재인-문성근-김정길'이란 이른바 '문성길' 벨트를 선언했고, 이는 곧 다섯 살 어려도 '선배 의원'인 조 의원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격이었다. 정치판에선 이력 못지않게 '선수'가 중요하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에 도는 얘기다. 이후로 대선 경선부터 3년이 흐른 현재까지 조 의원은 문 대표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쏟아 냈다.
때문에 자연스레 조 의원은 당내 주류 세력이자 '친노(친노무현)'계 좌장 격인 문 대표에 반하는 비주류 세력의 '비노(비노무현)'계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두 사람은 올해 초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전당대회서 격돌했지만 승리는 문 대표에게로 돌아갔다.
한편 안 의원의 탈당에 따른 정국구상을 위해 전날(14일) 부산으로 내려간 문 대표는 이날(15일) 하루 만에 국회로 복귀했다. 오전 11시에 예정된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 여야 대표-원내대표 '2+2 회담' 참석 차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상경했다.
문 대표는 부산에서의 정국 구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쉴 복도 없다. 선거구 획정 회동 때문에 왔으니 다른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 측은 문 대표와의 조우와 관련해 <더팩트>와 통화에서 "(문 대표와 조 의원이) 같은 비행기를 타는지 몰랐다"면서 "지역 일정차 부산에 내려갔다가 오전 비행기로 올라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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