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정운영 목표'를 제시했다. 광복절 경축사는 국정운영 방향과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공식 발언으로 늘 이목을 끌었다. 이런 이유로 광복절이 가까워져 오면 국민은 '경축사에 뭘 담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주로 현 정국에 대한 평가, 경제 개혁, 대일·대북의 관계를 강조하며 남은 임기에 박차를 가했다. <더팩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첫 광복절 경축사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 김대중 "새천년을 향한 중단없는 개혁"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세기의 마지막 광복절인 1999년 8월 15일, 천안시 목천면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새천년을 향한 중단없는 개혁"을 메시지로 던졌다. 한 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전환점에서 갈등과 대립을 그만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총체적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틀을 '개혁 의지'를 통해 제시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중심의 정치개혁과 재벌개혁을 언급했다. 그는 "재벌의 구조개혁 없이는 경제개혁을 완성시킬 수 없다. 재벌개혁에 역점을 두겠다"면서 "계열 금융회사를 통한 재벌금융지배를 막겠다. 부패를 차질없이 제정할 것이며 대통령 직속으로 '반부패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 부패의 척결 없이 국정의 개혁은 없으며 만단을 무릅쓰고 이를 단행할 것"을 천명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에 대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그 발상법이 기존의 국가 경제시스템을 대안없이 해체하고 청산하겠다는 것이라면 대단히 불안하고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대중 연설가'로 이름을 날린 김 전 대통령은 여름 휴가 때 주로 광복절 경축사 원고를 작성했다. 그는 '청남대'(남측의 따뜻한 청와대·별장)로 많은 양의 보고서를 챙겨와 더 나은 원고 작성을 위해 힘쓴 것으로 유명하다.
◆ 노무현 "경제 성공 없이 다른 성공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8월 15일 경제·안보·대북정책 세 분야를 중심으로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5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제의 성공 없이는 다른 성공도 어렵다"면서 "앞으로 10년 이내에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들어갈 수 있는 토대를 임기 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개방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면서 "자유무역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개방으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제안과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그동안 계속해서 밝혀온 입장과 원칙들을 정리하고, 재확인하면서 차분하고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머물며 매번 직접 경축사를 수정하고 작성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 이명박 "녹색성장, 한반도 기적의 미래전략"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08년 경복궁에서 '광복 63주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경축사'를 통해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과 '공정사회' 기치에 따른 정책적 성과를 강조한 뒤 핵심 정책브랜드였던 '녹색성장'을 강조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건국 60년을 맞는 오늘 '저탄소 녹색성장(Low Carbon, Green Growth)'을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한다"면서 "이는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 미래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정부수립 60년과 관련해 "대한민국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 '발전의 역사', '기적의 역사'"라면서 "건국 60년을 맞아 국가의 독립과 영토를 보전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라는 헌법의 명령을 엄숙히 받아들이며 그 책무를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언급했다.
당시 정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경축사를 '광복'보다는 '건국'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광복이라는 단어는 단 두 차례 등장했고, '건국'이라는 단어는 무려 아홉 차례나 등장해 대조를 이뤘다.
◆ 박근혜 "헌법가치·법질서 존중되는 사회 만들 것"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당시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에 대해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가 어렵다"면서 "일본의 정치인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번 추석을 전후로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면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식과 국제적 규범이 통하는 남북관계를 정립해 진정한 평화와 신뢰를 구축해 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당시 여야는 박 대통령의 경축사를 놓고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여당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지와 비전을 제시했다며 적극적으로 공감했지만, 야당은 현 정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15일 '광복 70주년' 경축사를 밝힐 예정이다. 국민들은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 대통령이 과연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올해 경축사에는 14일 아베 총리의 담화 등에 대한 평가와 함께 '비무장지대(DMZ)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 4대 국정과제로 첫 개혁에 나선 노동개혁 문제 등에 대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팩트 | 서민지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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