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0일 오전 7시 30분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누적 관객 수 900만 명을 넘어섰다. 대단한 인기다.
‘암살’흥행의 이유는 두 가지가 아닌가 싶다. 첫 번째는 우리 민족이 그토록 싫어하는 친일파 암살이란 소재 때문으로 본다. 두 번째는 올해가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이다. 아마도 친일파와 광복이라는 떼래야 뗄 수 없는 주제가 만났으니 흥행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감독과 배우 등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영화 ‘암살’은 분명히 실재했던 역사에 바탕을 둔 영화이다. 일제의 식민통치, 신흥무관학교, 대한민국임시정부, 중국 상하이(上海)의 조계지, 백범 김구, 약산 김원봉 의열투쟁, 한국독립군(지청천)의 무장투쟁 등 모두 역사적 사실이다.
‘암살’의 배경은 1933년이다. 영화에서는 김구와 김원봉이 손을 잡고 암살단은 조직한다. 그러나 당시에 김구와 김원봉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김구는 임시정부 틀 안에서의 투쟁을 하려 했던 반면 김원봉은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둘은 1930년대 말 협력을 논의했고, 1940년대 손을 잡았다.
각설하고 광복 70주년에 개봉한 친일파 암살이라는 이 좋은 소재의 영화에 아쉬운 점을 꼬집고 싶다. 바로 가상의 친일 인물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최 감독은 왜 친일 인물을 가상으로 했는지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영화가 가진 파급력 등을 고려할 때 친일 인물의 실명 등을 사용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파 처단은 항일세력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였다. ‘친일, 청산되지 못한 미래(민족문제연구청년모임, 정운현)’를 보면 상하이 임시정부는 ‘칠가살’ 즉 ‘마땅히 죽여야 할 일곱 부류 집단’을 정했다. 칠가살은 ‘적의 수괴, 매국적, 고등계 형사와 밀고자, 친일 부호, 총독부 관리, 불량배, 모반자’ 등이다.
영화 ‘암살’의 배경은 아니지만, 실제 영화처럼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독립운동가 활동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05년 을사늑약 직후 을사오적(권중현 농상공부대신, 박제순 외부대신, 이근택 군부대신, 이완용 학부대신, 이지용 내부대신)을 처단하기 위한 항일비밀결사대가 결성된다. 1906년 2월 15일 밤, 기산도(1878년~1928년) 일행은 이근택 암살을 실행했다. 이근택은 기산도 일행의 습격으로 13군데나 자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근택은 살아남았다.
1909년 12월 서울 종현천주교회당(현 명동성당)에서 열린 벨기에 황제 추도식에 참석했던 이완용은 귀갓길에 이재명 의사의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겨우 살아남기도 했다. 또 항일비밀결사 ‘다물단(多勿團)’은 1925년 3월 일본 밀정 김달하를 처단한 바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암살’은 분명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거나 무신경했던 친일파 문제를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리며 대중의 관심을 불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독립운동가(지청천 장군)의 후손이자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인 이준식 씨는 영화 ‘암살’을 본 후 “사실과 허구가 적당히 뒤섞여버렸는데도 묘한 울림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감상평을 했다.
광복 7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서 청산하지 못한 친일 문제. 사회 지도층을 포함한 수많은 친일 후손들은 역사를 지우려거나 감추려 하고 있다. 친일파나 그의 자손들이 당당히 나와 사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진솔한 사죄는 용서와 화합의 길이 될 수도 있다.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 33인 대표에 포함됐다 변절한 최린은 재판정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기미년 3.1운동 당시 일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고 해서 그들은 나를 주목하고 위협하고 또 유혹해 끝내 민족을 배반하는 행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오직 죄스럽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민족 앞에 죄를 지은 저를 광화문 네거리에서 사지를 찢어 죽이십시오.”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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