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매매? 쉬워도 너무 쉽다
지난달 25일 세종시에서 한 남성이 남녀 간의 치정관계로 엽총을 난사해 4명이 숨졌다. 이틀 뒤 27일에는 화성에서 가족에게 총구를 겨눠 출동한 경찰을 포함해 4명이 숨졌다. 총기 사고에 둔감했던 터라 국민들의 충격은 컸으며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수렵용 엽총이 살인의 도구가 됐다는 점이다. 경찰이 신청자에 한해 수렵 기간에 총기를 반출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인명 살상용으로 둔갑할지 모른다. 이번 사건이 준 교훈이라면 국내도 더 이상 총기 사고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총기 밀수입과 불법 개조는 위험 수준이다. 총기 매매도 마찬가지다. <더팩트>가 확인한 결과, 종로 벼룩시장과 청계천 일대에서 불법 총기의 거래는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다.
◆ 황학동 벼룩시장 "총기 알아봐 줘?"
과연 국내에서 총기를 구매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일까.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일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잡동사니를 파는 40대 남성은 "총기 사고 이후 장난감이라도 총기류를 진열하는 모습은 사라졌다"고 말하면서도 조용히 취재진에게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면 원하는 총이 있으면 알아봐 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은 1주일 이상 걸리고 전국에 있는 고물상들과 연락을 해봐야 물건(총)이 있는지 알 수 있다"며 "불법이기 때문에 100만 원 이상 생각해야 하고 총을 구하면 반드시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무 쉽다. 국내에서 총기를 구매하는 일이 이렇게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던터라 충격은 더했다.
실제로 벼룩시장에서 총기류를 좌판에 내놓고 팔지 않았다. 다만, 공구를 파는 한 노점상인은 "경찰이 단속을 안 해도 영화 소품용일지라도 총은 팔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물량이 있는지 알아볼 수는 있다"고 귀띔했다.
총기를 살 수 있다고 은밀히 알려진 청계천 일대에서 총은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일부 노점상인들은 총기 매매의 중간책을 은연중에 자처하고 있다. 총기 매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느껴질 정도록 이들의 유혹은 적극적이다. 취재진이 총기 불법매매 흐름에 대해 더욱 궁금해하자 '알아봐 주겠다'다던 노점상은 "자신은 모른다"며 바로 말을 바꿨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에 회수된 불법총기는 2만여 정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진신고 기간에 회수된 총기인 것을 제외하고 단속 및 적발로 회수한 총기류 자료는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어 불법총기의 실체는 정확히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총기 밀수입도 적지 않은 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 2010년 177건(실제총기 15정) ▲ 2011년 160건(실제총기 12정) ▲ 2012년 141건(실제총기 28정) ▲ 2013년 140정(실제총기 3정)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만 132건(실제총기 3정)의 총기류 국내에 유입되다 적발됐다.
◆ BB탄 총이 장난감?…개조하면 그 결과 아무도 몰라
같은 날 청계천 인근의 동대문구 완구종합시장. 'K2소총' 'M4A1소총' 등 장총류와 '토카레프' 'MP9C' 등 권총 등 BB탄 총이 즐비했다. 가격은 7만 원 이상으로, 2만 원 내외인 권총보다 상대적으로 비쌌다.
BB탄총은 총알의 강도에 따라 구매 가능자 나이가 제한돼 있다. 완구시장에서 파는 BB탄총의 사용연령은 만 15세 이상 만 20세 미만과 만 20세 이상의 총이 대부분이다.
완구점을 운영하는 정모(52) 씨는 "성인용 총은 맞으면 정말 아프다"며 "조금 과장해서 비비탄이 살에 박힐 수 있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하지만 총기 마니아들이 아닌 이상 BB탄 총을 찾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위력은 어떨까. 취재진이 성인용 'COLT M1911A1' 권총으로 A4 용지를 쏴본 결과 4장을 거뜬히 뚫었다. 사람이 맞을 경우 따끔한 수준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BB탄총의 위력은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라 0.02kg·m(1kg·m은 1kg을 1m 보내는 힘)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에는 갖가지 방법으로 BB탄 총을 개조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조는 총기의 위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강화스프링을 끼우거나 실린더에 휴지를 넣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지난해에는 서바이벌 동호회 회원 11명이 BB탄 총의 제어장치를 없애 발사 강도를 최대 7배 강하게 만들어 무더기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이 사용한 총기의 위력은 캔 음료를 관통할 정도로 파괴력이 상당했다. 또 지난 2013년에 발생한 '강남 쇠 구슬 난사사건'도 개조된 모의총기가 쓰였다.
문제는 게임용 총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상점에서 가입할 때 실명인증 절차를 거치면 추가 신원확인 절차 없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즉, 청소년들도 성인 명의만 있다면 성인용 총기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총기 부품을 판매하고 있는 권모 씨는 총기 개조는 어떤 이유로든 불법이라고 전제하면서 "부품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총기를 개조할 수는 있다"며 "강도가 매우 세 실명할 수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서 총기를 개조하면 오발이나 총이 파손될 수 있어 사용자의 안전도 상당히 위험하다"며 "개별적으로 은밀히 개조하기 때문에 경찰 등이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ㅣ황학동·청계천=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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