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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 어떤 게 제맛? 대통령과 호칭

  • 정치 | 2014-12-19 11:49

대통령 호칭엔 정권의 힘과 비아냥이 두루두루 담겨 있다. 지나치게 높이 불러도 문제, 낮춰 부르면 더 문제다./더팩트 DB
대통령 호칭엔 정권의 힘과 비아냥이 두루두루 담겨 있다. 지나치게 높이 불러도 문제, 낮춰 부르면 더 문제다./더팩트 DB

[더팩트|황신섭 기자] 대통령은 여러 호칭을 갖고 있다.

멋들어지게 부르는 영어 줄임말부터 비꼬는 별칭까지 가지가지다. 대통령 호칭엔 정권의 힘과 비아냥이 골고루 담겨 있는 셈이다.

지나치게 높여 불러도 문제, 낮춰 부르면 더 큰 문제다.

때로는 우리 대통령을 부르는 북한의 표현에서도 남북 관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호칭의 무게는 남다르다.

<더팩트>는 역대 대통령의 대표 호칭과 우스갯 별칭을 정리했다.

◆영어 줄임말 써줘야 '제맛'…박근혜 대통령은 '그냥 박 대통령'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영어 줄임말을 즐겨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YS',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이명박 전 대통령은 'MB'를 사용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을 '박 대통령'으로 불러달라고 했다./더팩트DB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영어 줄임말을 즐겨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YS',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이명박 전 대통령은 'MB'를 사용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을 '박 대통령'으로 불러달라고 했다./더팩트DB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영어 줄임말을 즐겨 썼다.

이 같은 호칭은 이름 뒤에 직책을 붙이지 않아도 돼 깔끔하고 친근감을 준다. 무엇보다 '대통령 또는 거물 정치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입에도 착착 감긴다.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YS',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이명박 전 대통령은 'MB'를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만 유독 영어 줄임말 대신 '바보 노무현', '노통', '노짱'으로 통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때 일부 언론과 캠프 관계자들이 잠시 'GH'나 'PP'(President Park)라고 불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자신의 호칭을 영어 줄임말 대신 '박 대통령'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김종필 전 총리 역시 'JP'로 불렀고, 정몽준 전 국회의원(MJ)과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GT),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DY) 역시 영어 줄임말로 자신들을 불렀다.

이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992년 대선 당시 언론에 'CY'로 불러달라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도 한나라당 대선주자 시절 '창(昌)'이란 호칭이 날카로운 무기를 연상시킨다며 'HC'로 불리길 원했으나 결국 창으로 남았다.

◆'각하' 시대엔 금기어 쓰다 '혼쭐'…그 뒤 '영삼이·대중이'로 낮춰 호칭

이른바 '각하' 존칭을 쓰던 군사정권 시절엔 함부로 대통령을 부르지 못했다. 전두환 대통령 정권 때엔 '대머리'가 금기어가 될 정도였다./YTN 뉴스 갈무리
이른바 '각하' 존칭을 쓰던 군사정권 시절엔 함부로 대통령을 부르지 못했다. 전두환 대통령 정권 때엔 '대머리'가 금기어가 될 정도였다./YTN 뉴스 갈무리

본디 '각하(閣下)'는 '전각 아래서 뵙는다'는 뜻으로 귀족과 고위 관리에게 붙여진 말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때부터 이 호칭을 썼으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 주로 사용했다.

청와대 안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 때까지 쓰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각하는 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부르던 존칭으로 대통령을 함부로 부르지 못하던 서슬 퍼런 시대상을 담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시절엔 '대머리'가 금기어였는데, 그를 연상하게 만드는 어떤 묘사도 불가능했다. 노 전 대통령 때는 비교적 일반인들이 쉽게 대통령 호칭을 썼지만 '물통', '물태우'라고 부르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별칭은 '최주사'였다. 권위와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해 6급 공무원인 주사로 불린 것이다. 그나마도 술자리나 뒷담화 자리에서나 가능했다.

대통령 호칭을 낮춰 부른 건 정치권이었다.

정권의 향방에 맞춰 여·야당은 김영삼 전 대통령(영삼이)과 김대중 전 대통령(대중이)로 낮췄고,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놈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박이', '땅박이'로 비하해 부르기 시작했다.

◆우스갯 별명 부르고 속으로 '키득키득'

누리망(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하면서 대통령 호칭의 무게감도 떨어지고 있다./더팩트 DB
누리망(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하면서 대통령 호칭의 무게감도 떨어지고 있다./더팩트 DB

누리망(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하면서 대통령 호칭의 무게감도 떨어지고 있다.

막말도 서슴치 않는다. 과거 눈치를 보던 시대에서 이제는 맘껏 지르고 속으로 웃는 모양새다.

별난 유머까지 나돈다.

대통령을 부르는 막말도 역시 정치권이 갑이다. 1998년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 박아야 한다'고 비하해 된서리를 맞았다.

진보 진영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박이와 명박이, 땅박이'로 부르며 앙갚음 하는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호칭을 폄하·비하하는데 열을 올렸다.

누리꾼들도 이에 질세라 동참했다.

입에 담지 못할 비속어 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을 비하하는 유머까지 퍼졌다.

국제금융위기(IMF 사태)를 비꼬아 김영삼 전 대통령을 나라 경제를 망친 '파김치'에 비유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고서는 전라도 지역의 젓갈을 넣어 만든 '고들빼기 김치', '새천년 소금물'로 낮춰 불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겉절이'(김치 축에도 끼지 못한다)로 표현하기도 했다. 우스갯 소리지만 그 속엔 비아냥이 들어 있다.

한편 군사 독재정권을 비판하려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조직 폭력배에 빗대 '깍두기'로, 노태우 전 대통령을 '물김치'로 부르는 해학도 있다.

아무튼 대통령 호칭은 제대로 불러야 제맛이다.

hss@tf.co.kr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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