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혼자 사는 '싱글(single)'들이 뿔났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싱글세(1인 가구 과세)를 도입키로 했다'는 논란 때문이다. 한 매체는 11일 "저출산 대책으로 몇 년 후에 싱글세를 매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정부 고위공직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는 곧바로 싱글들의 화를 불렀다. 하루종일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엔 '싱글세'가 오르내렸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싱글세 도입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복지부는 12일 보도 자료를 내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싱글세' 등과 같이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싱글세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한 말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의 말 그대로 오해를 산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싱글들이 왜, 이토록 '분노'했느냐다.
◆ 1인 가구 470만명↑, 미혼 44.5%

싱글세에서 지칭하는 싱글은 '소득이 있는 49세 이하의 미혼 남녀'를 가리킨다. 싱글세 도입은 '1인 가구 과세'로,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라는 전제 하에 혼자 사는 사람에게 나라에서 세금을 걷겠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를 보면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 9.0%에서 2010년 23.9%로 급증했다. 2025년에는 31.3%까지 증가해 2인·4인가구를 제치고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4887만5000명) 나홀로 세대가 2013년 47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2015년이면 1인 가구가 506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령별 1인 가구는 20~40대의 경우 남성의 비율이 높으며, 50대 이상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점차 늘어 70세 이상 1인 가구의 82.2%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LG 경제연구원 고가영 선임연구원은 지난 1월 '1인 가구 동향' 분석에서 "현재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복지제도가 잘 발달해 혼자 사는 것이 용이한 북유럽 국가들인 스웨덴(47%), 노르웨이(40%)에 못 미치지만 미국의 26.7%에는 근접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1인 가구의 증가에 대해 고령화로 독거 노인이 늘고 있으며, 결혼을 하지 않고 부모 세대와 헤어져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실제 1인 가구의 44.5%는 '미혼'이다. 29.2%는 사별, 13.4%는 이혼했다. 통계청의 '2012년 사회조사'에서도 조사에 응한 20∼30대 남녀 3만7000명 가운데 48.1%가 '결혼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평균 초혼 연령은 1997년 남성이 28.6세, 여성은 25.7세였지만 2011년엔 각각 31.9세, 29.1세로 늦춰졌다. 출산율은 2012년 기준 1.23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 "왜 혼자 사는지 모르나요?"

싱글들은 싱글세 도입 논란 이전에 '왜 자신들이 혼자 사느냐'를 정부에 따져묻는다.
장효정 씨(30·피부관리사)는 "'삼포세대'란 말이 왜 있느냐. 돈이 없어서 지금의 세대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 함께 사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포기하거나 (결혼, 출산을) 늦춰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세금을 내라고 하니 화가 날 수밖에 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포세대(三抛世代)란 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20~30대 젋은이들은 "치솟는 물가, 등록금, 취업난, 집 값 등 경제·사회적 압박으로 스스로를 돌볼 여유도 없다"며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 후 자녀 1인당 대학 졸업까지 22년 동안 드는 비용은 총 3억8964만4000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12일 국회 브리핑에서 "결혼도 못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이 고통스러운 '삼포세대'는 부모에게 불효를 끼치고 있는 '자신탓'만 하고, 부모는 자식이 결혼도 못하고 있는 것을 '부모탓'이라며 아파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세수부족을 정책실패 탓이 아니라 '서민탓'만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증세는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이 무색하게 담배값 인상, 주민세 인상, 자동차세 인상, 세금우대저축폐지로 직장인 세부담 인상 등 서민증세 정책이 줄줄이 이어지더니 마침내 싱글세 추진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비판했다.
한편, 싱글세 도입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일각에서 2005년부터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세금을 걷어 저출산 대책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안을 종종 제기했고, 그때마다 반발에 부딪혔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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