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를 달면 100여가지 대우가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혜성 권한은 무수히 많다. 국회의원 책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 때마다 국회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혁신안을 내놓는다. 국민의 대표 및 대변자 역할을 하는 만큼 의원들에 대한 일정한 편의 제공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수용하기 힘든 신분적 특혜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더팩트>는 국회의원의 권한 중 특권 논란이 이는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여야가 앞다퉈 '혁신'을 외치고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 민심을 반영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새누리당은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발족해 혁신 경쟁에 돌입했다.
다만 이들의 포부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전후해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2012년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 등을 내려놓겠다고 경쟁적으로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허울뿐이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더팩트>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바른사회시민회의 자료(2014년 8월 발표)로 '특권 내려놓기' 법안 실태를 분석했다.
◆ 19대 국회 개혁안 발의 33건…가결은 4건뿐
'특권 내려놓기' 관련 법안은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 발의로 가능하다. 19대 국회 개회 후 29일 현재까지 운영위에 발의된 법안은 모두 246건으로, 그중 개혁안은 모두 33건(13%)이다.
이 가운데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단 4건(겸직 제한 2건, 철도·선박·항공기 무료 사용 조항 삭제 1건, 특별위원회 허송세월 제한 1건)뿐이고, 1차 회의 후 계류 중이거나 소관 상임위 심사 단계 혹은 대안 반영으로 폐기된 것이 대다수다.
개혁안을 내용별로 분류하면 ▲국회의원 겸직제한 관련(6건) ▲세비 관련(5건) ▲헌정회 연금 관련(4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권한 강화(4건) ▲보좌진 친인척 채용금지 관련(3건) ▲기타 준법 및 국회의원 품위 유지(11건)다.
분류별 주요 법안을 살펴보면 먼저 겸직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의 영리업무 종사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겸직 신고 및 심사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7월 2일 공포된 '국회법 일부 개정안(위원장 대안)'이 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협동조합 임직원의 경우 협동조합의 정치세력화로 인한 부작용의 발생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반드시 그 직을 사직하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해 9월 4일 발의됐으나, 회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세비와 관련해서는 임시회가 지연되거나 상임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원이 구속된 경우나 국회법에 의한 국회의원 권한 정지 등의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2012년 7월 13일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됐지만, 1차 회의 후 계류된 상태다.
2012년 12월 3일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정치쇄신의 차원과 국민의 어려워진 생계를 고려해 국회의원의 세비를 30% 삭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도 1차 회의 후 계류됐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연금에 대해서는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 폐지 또는 소득에 따른 지급 기준을 합리화하자는 내용 등의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일부 개정안'이 현재까지 모두 4건이 발의됐으나, 지난해 6월 26일 운영위원장 대안으로 같은 해 7월 2일 공포됐다.
윤리위 권한 강화와 관련해 주요 법안은 두 가지가 있다. 의원징계안의 경우 의안 상정에 있어 숙려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는 규정을 적용 배제하고, 윤리위에 회부된 의원자격심사안과 의원징계안은 안건조정제도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해 5월 31일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됐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지난해 3월 13일 대표 발의한 '국회법 일부 개정안'(국회의원의 징계 종류 중 출석정지기간 세분화 등)도 있다. 두 법안은 상정 이후 아직까지 회의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다.
보좌진 친인척 채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2012년 7월 3일 박남춘 의원 대표 발의, 2012년 7월 18일 윤상현 의원 대표 발의) '국회법 일부 개정안'(2012년 7월 3일 박남춘 의원 대표 발의) 등 세 가지다.
기타 준법 및 국회의원 품위 유지(11건) 관련 주요 법안은 국회의원의 철도·선박·항공기 무료 사용 조항 삭제가 골자인 '국회법 일부 개정안'이 있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28일 운영위원장 대안으로 공포됐고, 국회의원이 모욕을 주는 언행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 개정안'은 지난 6월 23일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소관위 심사 중이다.
또 철도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과 관련해 불체포 특권이 이슈로 부상하자,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이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11일 대표 발의했다.
◆ 법안 통과 '미적지근' 진정성 결여 탓…"당론 채택해야"
33건의 '특권 내려놓기' 법안은 대부분 내용이 유사하거나, 비슷한 범주에 있고, 단 4건만 가결된 것은 정치권 안팎에서 국회의원들의 법안 제출 건수 늘리기,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진정성 결여, 동료의원을 비롯한 여야 대표의 무관심 내지 특권 유지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29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는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연초가 되면 여야는 늘 혁신을 주장하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말한다"며 "이는 뻔한 레파토리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여야는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등 본질적인 것은 비켜나가고, 비중이 떨어지는 경미한 사안만 특권 내려놓기라 치고 법안을 발의한다"며 "이것은 생색내기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 특권 형성 원인 분석 ▲법률 자의적 해석에 의한 특권 법제처 유권해석 요구 ▲입법 불비한 내용으로 제정돼 생긴 특권 입법청원으로 법률의 개정 및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야가 '특권 내려놓기'를 당론으로 채택해 법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새누리당 보수혁신위는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으로 지목되는 불체포 특권과 공천 관련 제도 개혁안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최근 "국회의원의 권한과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라며 "당 지도부, 정당의 큰 손들이 공천이라는 특권을 국민께 돌려주지 않고 민심에 반하는 집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는 새로운 혁신안을 발굴하기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발표한 '새정치 공동선언'과 '손학규 체제' 시절 천정배 최고위원이 만든 당 개혁안, '김한길 체제' 시절 혁신안 등을 검토해 실천 과제를 추려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여야 혁신위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제대로 혁신하려면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부작용, 특권 내려놓기 등을 반영해 말로만 개혁을 외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쟁점,국회의원 특권] 기획 연재는 이번 10회를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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