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를 달면 100여가지 대우가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혜성 권한은 무수히 많다. 국회의원 책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 때마다 국회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혁신안을 내놓는다. 국민의 대표 및 대변자 역할을 하는 만큼 의원들에 대한 일정한 편의 제공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수용하기 힘든 신분적 특혜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더팩트>는 국회의원의 권한 중 특권 논란이 이는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국회에서 이른바 '꿀방'으로 통하는 곳이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황우여·김희정 의원실이다. 세 의원은 각각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을 맡고 있다.
세 사람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장관을 겸직하면서, 의원실 직원들은 입법과 국정감사, 예산심의 등 '일을 별로 하지 않으면서도 월급을 받는' '행운아'로 불린다. 한 의원실 소속의 4급 보좌관과 5~9급 비서관·인턴 등 직원 9명은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권리와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월 3000만원 정도의 세비로 급여를 챙겨 받는다.
이 경우가 가능하게 된 것은 정치권이 국회의원의 장관직 겸직이 가능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면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한 '일꾼'으로 선출됐지만, 장관 겸직으로 입법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국회의원의 특권'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또 영리 업무 등을 겸직하는 일부 의원들도 있어, 모든 겸직을 금지하는 일반 공무원에 비해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겸직 금지법 갈수록 후퇴…두 가지 법안 혼동
'국회의원 겸직 금지'는 여야가 2012년 총선거·대통령선거에서 공약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대표적인 내용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여야는 지난해 7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의 겸직·영리업무 금지 법안'(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익 목적의 명예직이나 정당법에 따른 정당의 직 외에는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법에 따라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직을 갖고 있던 의원들은 국회의장에게 겸직 여부를 신고해야 하고, 의장은 겸직금지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외부인사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겸직 금지 통보를 받은 의원은 3개월 이내에 휴직 또는 사직 등의 방식으로 통보 결과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운영위원회는 윤리심사자문위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난 4월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을 의결했다.
이 규칙안은 겸직 금지 예외를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 29조에서 공익 목적의 명예직을 '학술과 종교, 자선, 기예, 문화, 체육, 장학, 안전, 복지 기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의 비상근·무보수 직'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겸직 금지를 규정한 세부안이 아니라, 겸직 범위를 크게 넓힌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규칙안이 통과된다면, 국회의장은 겸직 심사 때 '국회법 개정안'과 '규칙안' 둘 중 하나를 적용할 수 있다. 만약 국회의장이 규칙안을 따르게 되면 겸직 허용 범위가 넓어져 사실상 '국회의원 겸직 금지' 논의는 무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여야는 비난 여론이 커지자 규칙안을 본회의 전 최종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시킨 상태다.
◆ 윤리심사자문위, 19대 의원 중 30명 '겸직 불가' 판정
국회사무처는 올해 초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겸직신고서를 제출받았다. 지난 7월 23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95명이 모두 306건을 신고했고, 부동산 임대와 같은 영리업무를 겸하고 있다고 신고한 의원은 14명이나 됐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이들 중 국회의원 30여 명이 겸직하고 있는 60여 개의 자리가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겸직 불가'로 판정했다.
'공공기관 및 이익단체' 분야에서 겸직 불가 판정을 받은 사례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의 (사)대한야구협회 회장 자리,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의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자리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주요한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겸직 불가 판정을 내렸다. 영리 업무 종사와 관련해서는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에 대해 의료업(치과)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정 의장은 규칙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고려, '국회법 개정안'과 '규칙안'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겸직 불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겸직은 아직까지 행해지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64조, 지방공무원법 56조'에 따라 영리목적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금지되고, 허가 없이는 겸직도 금지가 되는 일반 공무원과는 다른 처사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해 1월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회의원들은 공익을 필요성으로 제시하나, 의원들에게만 소득이 발생하는 겸직을 허용할 필요성은 없다"며 "겸직으로 소득 추구를 허용하게 되면 정치자금법 회피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주장과 같이 공익을 위한 겸직이 필요하다면, 장기기증운동단체 등 비영리단체의 '홍보대사'와 같은 업무에 한정해야 하며, 어떤 경우이든 대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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