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너나 할 것 없이 반기고 있다. '가난한 자의 벗'이자 '행동하는 교황'의 방한은 상처받은 이들에겐 축복이다. 교황 방한은 198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25년 만이다. 14일 방한한 교황은 4박 5일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는 등 '낮은 곳'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위로한다. 대립각을 세우던 여야도 교황 방한을 맞아 '화해'를 말하고 있다. <편집자 주>

[더팩트 ㅣ 고수정·김지희 기자] 가톨릭에서는 성인(聖人·로마 가톨릭 교회가 일정한 의식에 의하여 성덕이 뛰어난 사람으로 선포한 사람)의 이름을 신자의 세례명으로 짓는다. 살면서 선을 행하고, 모든 신자의 모범이 된 성인을 본받으라는 의미다.
교계에는 신자가 세례명의 성인 운명과 비슷한 삶을 살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숭모의 대상인 성인과 비슷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세인의 소망이 세례명에 담겨 있는 것이다.
'국회가톨릭신도의원회'에 현재 55명의 현역 의원들이 활동 중인데 그 세례명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세례명은 '바오로'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 등 7명이 같은 세례명을 받았다. 다음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 등 6명의 세례명인 '스테파노', 세 번째로 많은 세례명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등 5명이 사용하는 '베드로'다.
의원들은 제각각 자신이 선택하거나 지어준 세례명을 되새기며, 국민과 신자의 본보기가 되고자 한다.
새정치연합 노영민(세례명 '바오로') 의원은 "초기 기독교의 포교와 신학에 주춧돌을 놓은 바오로 사도의 역사성과 그 행적에서 가르침을 얻고 싶어서 이 세례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노 의원의 가톨릭 입문 계기는 특별하다. 전통적인 개신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노 의원은 "아내와 결혼하면서 신·구교의 화해가 이뤄진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의원(세례명 '스테파노')은 가톨릭 재단 학교인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가톨릭에 입문했다. 우 의원은 "신부님들의 말씀과 행동에 많은 감동을 받아 세례를 받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의 세례명 스테파노는 그리스어로 '왕관(면류관)'이라는 뜻이 있다. 가톨릭계에서는 스테파노가 그리스도 복음 전파를 위해 순교한 최초의 순교자로 알려져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세례명이기도 하다.
현재 국회가톨릭신도의원회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세례명 '베드로')은 1980년 학생 운동으로 합동수사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던 때 비상 세례를 받았다. 합동수사부 화장실에서 단 몇 초 만에 비상세례를 받은 그는 이때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얻게 됐다. 그는 극도의 불안한 상황과 극단적인 절망을 느끼던 때 종교의 구원을 받은 이 날을 인생의 특별한 기억으로 새기고 있다.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가톨릭에서는 초대 교황으로 섬긴다.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후 그를 대신해 교회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고, 소아시아(터키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 및 안티오키아(터키 오론테스 강 동쪽 유역에 있던 고대 도시)에서 전도에 주력했다. 베드로는 로마에서 네로 황제의 박해로 거꾸로 된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같은 세례명을 가진 새정치연합 윤관석 의원은 "베드로가 로마의 박해를 피해가던 중 자기 앞에 나타난 예수에게 물었던 '쿼바디스 도미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떠올리며, 국민과 서민을 위해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해 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사독재 시절,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노동 운동에 투신했을 당시 지금은 천주교 인천교구 원로 사목자로 있는 김병상 몬시뇰 신부를 만나 가톨릭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의 세례명은 '안나'.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종교를 접하게 됐고, 영세(領洗)를 받았다. 김 의원의 세례명은 성모 마리아의 모친인 성녀의 이름으로, 그가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저는 세상의 주목을 받는 사람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며, 타인을 돕는 삶을 지향한다. 안나의 삶이 그것과 닮았다고 생각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교수로서 그와 닮은 삶을 살고자 한다.
국회가톨릭신자의원회 내에는 가톨릭의 대표적인 신학자인 '이냐시오'(새누리당 유재중·정병국 의원), '주님께서는 은혜로우시다'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성인 '사도 요한'(새누리당 김세연·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 교황의 지시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건을 나눠 준 성인 '가우덴시오'(새정치연합 노웅래·백군기 의원) 등의 세례명도 있다.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은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례명이 같다.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설교가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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