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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현장] 일본인 6인 '세월호 참사' 애도…슬픔 앞에 국적은 없다

  • 정치 | 2014-04-23 11:48

세월호 참사 앞에서 국적은 수식어에 불과했다. 일본인들은 <더팩트> 취재진이 마련한 SNS 대화 공간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함께 슬퍼했다. /김동현 인턴기자
세월호 참사 앞에서 국적은 수식어에 불과했다. 일본인들은 <더팩트> 취재진이 마련한 SNS 대화 공간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함께 슬퍼했다. /김동현 인턴기자

[더팩트|오경희 기자·김동현 인턴기자]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잠긴 한국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 앞에 국적은 없다. 세계 각국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뉴스로 전하며 한국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같은 마음이다.

종류는 다르지만 일본도 해마다 각종 재해로 국민을 잃어온 나라다. 지난 2011년엔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의 영향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사상 초유의 '인재(人災)'를 겪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더팩트> 취재진이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직업도 국적도 달랐지만 희생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22일 오전부터 트위터와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건축가와 선생님, 대학생 모두 6명의 일본인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참가자들은 "선박 침몰 사고가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가 됐다"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며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 공영방송사인 'NHK'와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 등 유력 일간지들도 매일같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타진하고 있다.

취재진이 국내 뉴스를 바탕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상황과 초기 대응·구조 작업에 대해 설명하자 일본인들은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들은 탑승객을 두고 먼저 여객선을 빠져나온 선장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건축가라고 밝힌 Y 씨(31)는 "선박도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이라고 본다면 선장은 쓰XX"라며 울분을 토하면서도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판단 능력이 완전히 멈춘 것도 이상하다"며 의아해했다.

'일본이었다면 어땠을까'란 질문에 그는 "만약 (선내에)'움직이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면 일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면서도 "배를 타고 가는 수학여행이 일본에선 보편적이진 않다. 아마 그 정도 거리라면 애초에 비행기를 타거나 해외로 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난 21일 구급대원이 한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진도=문병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난 21일 구급대원이 한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진도=문병희 기자

도쿄에 사는 대학교 4학년 K 씨(22)도 "선장이 자신과 종업원을 승객보다 우선시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어마어마한 긴급사태인 터라 일말의 동정이나 생각해볼 여지는 있겠지만, 선장이 먼저 나간 사실이 뇌리에 남았다"고 말했다. '같은 조선소에서 만들어진 배가 2009년에 일본 미에(三重) 현에서 침몰한 사실을 아느냐'는 말에는 "신문이나 TV에서 이번 사고 소식을 많이 들었지만, 일본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내다봤다. K 씨는 "기장이나 선장이 승객을 구한다는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가끔 본 정도라 현실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일로 선장이나 정부에 운항 상의 책임을 묻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K씨와 같은 학교의 Y 씨(22)도 "보도를 보면서 선장이 먼저 '도망'친 것에 대해 엄벌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느꼈다"며 선장의 어처구니없는 초기 대응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수학여행 중에 일어난 사고라고 들었다. 아직 미래가 창창한 사람들이 많이 탔을 텐데 이런 사고로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슬픔을 감추지 않았다.

얼굴을 볼 수없는 SNS라는 제약에도 일본인들의 마음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사카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S씨(27)는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애도했다. "선박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과 탑승객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께 안타깝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는 그는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면 꼭 구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K 씨(22)도 "나도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유람선을 타봤다. 그래서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면서 무엇보다 탑승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나고야에 사는 학생 H 씨(23)는 "책임을 묻는 것보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게 먼저"라며 "이미 목숨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집으로 꼭 돌려보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 해역 관매도 인근에서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가 23일로 8일째에 접어들었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사망자 139명·실종자 163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희생자가 발생했고 사망자의 수도 점점 늘고 있다. 국민적 재난에 나라 전체가 우울증까지 걸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miggy@sportsseoul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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