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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현장] '세월호 참사' 장례식과 단원高 "정치인 방문 삼가 주세요"

  • 정치 | 2014-04-22 10:09




'세월호 침몰 사고' 학생들의 빈소가 마련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은 조용하고 엄숙했다./김아름·김동현 인턴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학생들의 빈소가 마련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은 조용하고 엄숙했다./김아름·김동현 인턴기자

[더팩트|안산=김동현·김아름 인턴기자] "이럴 바에는 차라리 방문하지 않는 것이 실종자 가족들을 도와주는 거예요."

21일 오후 4시. 온 국민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유난히 맑다. 같은 하늘 아래 '세월호 참사'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날 오후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단원고 정oo(17)·황oo(17) 군의 영정 사진이 조문객을 맞는다. 목숨 같은 자식과 동생을 떠나보낸 유족의 얼굴은 지칠대로 지쳐 보인다. 이들의 영면을 비는 유족과 지인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다.

빈소 입구엔 사회 각계각층에서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정치인들의 근조 화환이 눈에 띈다. 빈소를 지키는 자원봉사자들의 말에 따르면 정치인들의 실제 방문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원봉사자는 "현장에 자원봉사를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히는 모른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정계 인물들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세월호 침몰 참사'로 단원고등학교 앞은 학생들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을 끊이질 않았다./김아름·김동현 인턴기자
21일 '세월호 침몰 참사'로 단원고등학교 앞은 학생들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을 끊이질 않았다./김아름·김동현 인턴기자

침통한 분위기의 병원을 빠져나와 단원고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원에서 약 1km 가량 떨어진 단원고로 향하는 길목에는 경찰들이 배치돼 현장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교문 앞에는 실종자들을 하루빨리 찾길 염원하는 방문객들의 편지와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몇몇 학생은 '근조화'를 손에 들고 울음을 터뜨린다. 단원중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은 교문을 나서면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의 마음도 아프게 한다.

단원고 어머니회의 학부모라고 밝힌 한 자원봉사자는 "(모든 학부모들은) 학교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서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굉장히 우울하고 힘든 게 사실이지만 잘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과 어머니들은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들의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 어머니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정부 고위 공직자와 몇몇 국회의원이 방문했다"면서 "일부 의원들은 그저 학교를 어슬렁거리는 등 '생색내기용'으로 온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지난 18일 유족들은 빈소를 찾은 조 장관의 조문을 거부했고, 그는 조심스럽게 조문을 한 바 있다. 부실 대응 논란을 키우고 있는 정부에 대해 유족과 국민들의 분노가 그만큼 큰 듯했다.





단원고 교문 앞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추모하는 방문객의 편지가 붙어 있다./ 김아름·김동현 인턴기자
단원고 교문 앞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추모하는 방문객의 편지가 붙어 있다./ 김아름·김동현 인턴기자

현장에 있던 또 다른 학부모 자원봉사자도 "솔직히 지금은 정치인들의 방문이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들이 실제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저 학교 한 바퀴 '휙' 돌아 나가는 것이 전부였을 뿐인데 이럴 바에 차라리 방문하지 않는 것이 실종자 가족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일부 정치인들의 '생색내기용' 위문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러한 반응에 6·4 지방선거를 앞둔 한 예비 후보 사무실 관계자는 "(안산)시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단원고와 장례식장을 찾았느냐'는 질문에 "마음 같아서는 찾아가 조문하고 싶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예민한 면도 있다"며 "특히 이번 사고로 희생당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정치인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사고 7일째에 접어든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선 구조 작업이 한창이다. 진도체육관에 자리를 잡은 실종자 가족들도, 안산에서 낭보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마음도 타들어 간다. 이런 가운데 '생색내기'로 단원고를 찾고, 고작 근조 화환 하나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보는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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