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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풀무원 父子' 원혜영 "아버지 유산은 '삶' 그 자체"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깊다. 원 의원이 아버지 원경선 씨가 지난해 1월 향년 100세의 나이로 생을 달리하기 전 함께 일군 풀무원 농장 툇마루에 앉아 찍은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깊다. 원 의원이 아버지 원경선 씨가 지난해 1월 향년 100세의 나이로 생을 달리하기 전 함께 일군 풀무원 농장 툇마루에 앉아 찍은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여의도=오경희 기자] '아버지, 참 좋았다.'

민주당 원혜영(63, 4선, 부천 오정) 의원에게 '아버지'란 세 글자는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말이다. "옳은 것이 옳은 것"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그가 살아가는 이유다. 원 의원의 아버지는 '유기농의 대부'로 불리며 평생 환경·생명 운동가로 활동했던 고 원경선 풀무원 원장이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해 1월 향년 100세로 생을 달리했다.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나눔'을 몸소 실천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원 의원은 "아버지의 삶 자체가 (자신에게 남긴) 유산"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는 2012년 아버지와 함께한 60년을 기리며 '아버지, 참 좋았다'란 책을 내기도 했다.

국회 집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버지 원경선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풀무원 농장 툇마루에 앉아 백발의 아버지와 아들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원 의원이 30대에 창업한 풀무원의 뿌리는 아버지가 만든 풀무원 농장에 있다. 풀무원이라는 이름은 쇠가 풀무질을 거듭해 철기구가 되는 것처럼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공동체라는 뜻이다. 원 의원은 1981년 서울 압구정동에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열었다. 아버지를 비롯한 공동체 식구들이 농사지은 풀무원 농장의 채소, 과일과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 단체인 '정농회' 식구들의 농산물을 팔았다.

"아버지는 원래 평안도 빈농 출신이에요. 청년 시절 우유배달부, 사진사, 인쇄소 사장, 건축업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한때는 돈도 꽤 벌었죠. 하지만 전쟁 중에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이때부터 경기도 부천에 풀무원 농장을 세우고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함께 땅을 개간하고 농사를 지었어요."

네 것 내 것이 따로 없으니 부모님과 7남매도 풀무원 농장 식구들과 한방에서 자고 한솥밥을 먹었다. 농사일과 허드렛일도 똑같이 거들도록 시켰다. 2남 5녀 가운데 셋째인 원 의원은 "언제나 삼촌, 형, 동생이 넘쳐났다. 그런 북적대는 생활이 좋기도 했지만 가끔은 '감자·고구마만 먹어도 좋으니 우리 가족끼리만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가난했지만 아버지는 늘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다. 옳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아버지가 평생 유기농을 고집한 것도 '간접 살인'을 하는 농사를 지어서는 몸에 이롭지 않다는 신념 때문이다. 아버지의 '생활 신조'는 원 의원 삶의 나침반이 됐다.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생활을 하고 서울대에서 세 번 제적, 네 번 복학이라는 과정을 겪고 25년 만에 졸업장을 쥐었어도 아버지는 그를 믿었다. 1996년 당시 21억 원 상당의 풀무원 지분을 모두 매각해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전세살이를 하는 등 '기부 정치인'이 된 것 또한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저는 굉장히 소심한 사람인데 민주화운동을 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버지의 영향인 것 같아요. 서울대에 입학한 후 1학년 교양과정부 학생과장인 김진세 교수가 부천 집으로 찾아온 일이 있었어요. 경인철도를 타고 부천역에 내려도 우리 집은 역에서 10리나 떨어져 있었고, 버스도 하루에 서너 번밖에 없었어요. 김 교수님이 아버지에게 '데모를 하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어떤 불이익을 당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데모를 하는 게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를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 잘못하는 일도 아닌데 손해 보니까 하지 말라는 말을 아비가 어떻게 자식한테 하느냐'면서 딸기나 드시고 가시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아들의 학생운동을 부추긴 거나 마찬가지죠(웃음)."

원 의원은 20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으로 나라체제 혁신, 30대 풀무원 창업으로 먹거리 혁신, 40대 민선 부천시장으로 도시혁신, 그리고 50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선진화법 등 정치문화 혁신을 일궈왔다고 자신했다. 이제 '경기 지사'에 도전장을 던진 그의 '내일'이 궁금하다.

"아버지의 삶 자체가 저에게 남긴 유산이에요. '옳은 게 옳은 거다'라는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며 실천해왔듯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겁니다(웃음)."

ari@tf.co.kr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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